밤새 자란 침묵이 복도까지 흘러 넘쳐
덩그런 의자를 삼켜버린 지 오래
발소리 저벅저벅이 제발제발로 들린다
우리말의 의성어 하나가 이리도 섬짓하게 다음 말을 누르다니, 품사 한 마디가 이렇게 의성어와 선명하게 대비되다니 새삼 한글의 위대함을 읽는다. 저벅저벅이 제발제발로 바뀌어 자리하면서 이 시의 절실함이 확연하게 묘사된다. 그렇게 시킨 시인의 마음이 가상하다. 누구나 긴장의 외피를 입고 있으면 상황의 깊이와 넓이를 가늠 못 하기 마련이다. 중환자실에서 나오는 의사의 발자국 소리에 현실의 당위성과 나의 기원이 간극이 크기 않기를….
생존을 의지하는 간절함이 깔린 병원 복도의 아침이 제발 언어만의 옥죄임이 되지 않기를…. 제발제발, 동사를 수식하는 부사 하나가 눅진한 삶을 꾸미는 방습제 같기를….
시인은 언어를 꽃 피우는 마술사다. 그래서 시는 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