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냥 풀이다 땅에 바짝 붙어사는
추레해도 상관없고 이름이야 없어도 그만
때 되면 흙으로 숨어들 그 길만 알면 돼
나는 그냥 꽃이다 눈길 발길 슬쩍 잡는
꺾어서 가져가든 예쁘다 보든 말든
때 되면 사뿐히 앉을 그 자리만 알면 돼
내 갈 길을 알고 가는 사람은 위대하다. 내 이름을 알고 사는 사람은 현명하다.
생각의 여로가 투명한 구슬처럼 환히 들여다보이는 단순하고 단박한 삶을 산다는 건 순수하다. 잔뿌리부터 젖기 시작하는 풀잎들도 땅내음으로 배불러 하고 발목 꺾어 앉혀도 두려워 않는 꽃의 순명을 아파하지 않겠단다.
산다는 건 어떤 이분법으로 나뉘는 것이 아니더라. 잠깐의 뜨거움보다 오래 간직할 따스함이 더 정겹다, 세상에 사는 것들, 하늘을 이고 사는 생명체의 깊숙한 결기를 본다. 더러는 가슴 안에서 어떤 바람이 자꾸 달아나라고 부추기지는 않을까.
그렇게 버티고 살아온 내공으로 이냥 저냥 분수대로 살겠다는 소박함은 아름다움과 등가라고 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