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풀이 무성해도 들숲이라 하지 않고
산림을 찾아보면 풀들은 숨어있고
제 탓에 허허거리는 저 풀들을 어쩌나
숫자가 뭐라고 제멋대로 뜻을 바꿔
제 탓과 남의 탓을 거꾸로 읽고 있는
아 오늘 여의도 상공에 가나다라 마바사
살림살이 쪼들려도 하늘 탓만 하지 않고
품을 단어 하나 찾아 떠도는 민초들을
어쩌나 이를 그대로 불러줄 이 없으니
문학이 하나의 종교라 한다면 시는, 시조는 율법이라 할 만하다. 그러자면 이 율법을 이루기 위해 순교도 불사하는 모습을 시는 하고 있다. 동일한 목적을 지니고 획일화된 욕망으로 여의도 푸른 지붕을 향하는 사람들을 시인은 순교하듯 힐난한다. 세상은 나를 가르치는 두꺼운 책이다. 페이지마다 많은 생각들이 있다. 우리의 머릿속을 드나드는 생각을 감정이라 바꾸어 말한다면 감정은 흘러가는 물결이다. 그 물결 속의 민초들은 민감하기보다 둔감한 게 더 능력이라 믿으며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