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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퀴. 국립해양박물관 제공 |
오는 5월 31일은 바다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바다의 날’이다. 흔히 바다를 떠올리면 끝없이 펼쳐진 푸른 수평선이나 파도를 먼저 연상하지만, 우리에게는 그에 못지않은 또 하나의 바다가 있다.
바로 육지와 바다가 만나 숨을 쉬는 곳, 갯벌이다.
한국의 갯벌은 생물 다양성의 보고이자 지구 생태계의 허파로서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 2021년 서천, 고창, 신안, 보성·순천 갯벌이 ‘한국의 갯벌(Getbol, Korean Tidal Flats)’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것이 그 증거다. 특히 올해 7월에는 세계 유산 분야의 가장 권위 있는 국제 행사인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니, 우리 갯벌을 향한 세계의 이목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박물관 전시실에 전시된 낡은 갯지렁이 잡는 ‘갈퀴’를 바라보며, 세계가 찬탄한 우리 갯벌의 생명력을 다시 생각한다. 나무자루 끝에 두세 개의 철제 발이 날카롭게 구부러진 이 소박한 어구는 언뜻 투박해 보이지만, 갯벌의 생태를 완벽하게 이해한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도구다.
갯벌 깊이 숨은 갯지렁이를 잡기 위해 어민들은 이 갈퀴로 펄을 부드럽게 긁어냈다. 갈퀴가 지나간 자리는 촉촉한 갯벌의 속살이 드러나며 산소가 공급되는 통로가 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도구가 자연을 파괴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갈퀴질은 딱 필요한 만큼만 생명을 건져 올릴 뿐, 갯벌의 전체적인 구조를 무너뜨리지 않는다. 오히려 펄을 뒤섞어 유기물의 분해를 돕고 스스로 정화할 수 있도록 돕는 ‘건강한 자극’에 가깝다.
어민들의 갈퀴 끝에서 소환되던 갯지렁이는 갯벌 생태계의 진정한 주인공이다. 갯벌 1제곱미터당 수백 마리씩 서식하는 갯지렁이들은 펄 속을 부지런히 기어다니며 퇴적물을 정화하고 오염 물질을 걸러낸다. 이들이 만들어낸 무수한 구멍은 갯벌이 숨을 쉬게 한다. 이 작은 생명들이 일궈놓은 터전 위에서 수많은 패류와 게가 자라고, 국제적인 멸종위기 철새들이 먼 여정 중 주린 배를 채우며 쉬어 간다. 선조들이 갈퀴를 들고 갯벌로 나간 것은 단순히 생계를 위함이 아니라, 바다가 차려놓은 거대한 생명의 순환 고리 속에 잠시 발을 들이는 일이었던 셈이다.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우리의 갯벌은 선조들이 대대로 물려준 지속가능한 삶의 터전이자, 우리가 미래 세대에게 온전히 전해야 할 거대한 자연 박물관이다. 갈퀴라는 유물이 담고 있는 ‘공존과 절제의 미학’은 기후위기와 해양 오염에 직면한 현대인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다가오는 바다의 날과 7월의 세계유산위원회 개최를 맞아, 묵묵히 생명을 키워내는 갯벌의 가치를 되새겨보기를 권한다. 박물관 전시실의 낡은 갈퀴는 지금도 우리에게 속삭이고 있다. 바다는 지배하고 극복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작은 갈퀴질 하나에도 조심성을 담아야 하는 우리의 생명의 근원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