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 사랑을 통째로 먹고 있다
머리에서 꼬리까지 단 한 번도 씹지 않아
뱃속에 집어삼키고 오래도록 녹인다
보아뱀은 코끼리를 씹지 않고 통째로 먹었다. 사랑, 참 비열한 단어다. 그리움이 사랑을 그렇게 먹고 있단다.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어른들은 속이 빈 모자라고 생각했고, 어린왕자는 바로 보아뱀 속에 코끼리가 들어 있음을 안다. 이 사랑을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 걸까? 사랑보다 그리움이란 감정이 훨씬 더 강해서 본래의 사랑을 삼켜버린 역설을 견뎌낼 수 있을까?
사랑이 다치지 않게 그리움은 사랑을 내 몸속에 가두고 있다. 이는 사랑했던 기억을 조금도 다치지 않고 고스란히 간직하고 싶은 소망은 아닐는지.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랑을, 그리움을 불러와 내 속에 두고 비명 지르지 않고, 서두르지 않고 오래오래 녹이며 만끽하는 이 집착은 어쩌면 처절하다. 보아뱀이 코끼리를 삼키듯 그리움이 사랑을 다 녹이고 나면 그 허무는 어떤 모습으로 남을지 물음표가 남는다. 어린왕자의 코끼리든 어른들의 모자든 타인의 시선이 아닌, 이 사랑이 잘 녹아 온전한 그리움에 도달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