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아지 꽃순이와 책방 할아버지
- 꽃순이 책방으로 놀러 오세요/류칭옌 글, 장팅위 그림/정세경 옮김/스푼북/1만6800원
할머니 할아버지가 운영하던 책방이 있었다. 그런데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할아버지는 책방 문을 닫고 스스로 외톨이가 됐다. 어느 추운 겨울날, 떠돌이 강아지 한 마리가 나타났다. 할아버지는 꽃순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둘은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할아버지의 책방에도 변화가 생겼다. 고소한 빵 냄새와 함께 문이 열리고, 그 틈으로 동네 아이들이 하나둘 찾아왔다. 맛있는 빵 냄새, 재미있는 이야기, 아이들 웃음소리가 책방을 가득 채웠다. 동네 사랑방인 작은 책방을 떠올리게 하는 그림책.
# 재즈 보컬리스트의 에세이집
- 삶, 틀려도 좋은 자유/임미성 지음/율리시즈/1만8000원
“재즈에서 틀린 음은 없다. 그저 낯선 장소에 놓였을 뿐이다.” 피아니스트 허비 행콕이 공연 중 치명적인 실수를 했을 때, 재즈의 거장 마일즈 데이비스는 그 ‘틀린 음’에 맞춰 순식간에 새로운 코드를 연주해 냄으로써 ‘가장 놀라운 화음’으로 뒤바꾸었다. 실수는 실패가 아니라 멋진 즉흥연주의 시작이라고 말하는 재즈 보컬리스트 임미성이 에세이집을 선보인다. 저자 임미성은 재즈를 단순한 음악 장르가 아닌, 불확실한 세상을 유연하게 건너는 ‘삶의 태도’로 정의한다. 이 책은 재즈의 역사나 명반을 분석하는 해설서가 아니다. 삶을 대하는 태도, 즉 ‘재즈적 시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 현대 사회의 ‘또 다른 전태일들’
- 다시 전태일/이종철 만화/보리/1만8000원
청년 전태일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만화. 이 작품은 만화가를 지망하며 비정규 노동도 마다하지 않는 ‘스물세 살 청년 김우주’의 시선을 통해 전태일의 삶을 현재로 끌어왔다. 1970년, 전태일은 동대문 평화시장에서 ‘근로기준법을 보장하라’고 외치며 스물세 살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이 책은 비정규직 노동자 김우주와 전태일의 삶을 교차시켜 보여주며 특수고용 간접고용 하청 비정규직 등 오늘날 노동 문제를 짚어낸다. 과거와 현재의 두 청년을 통해 ‘또 다른 전태일들’이 존재하는 현재 노동 환경을 돌아보게 만든다.
# 맛집 ‘금자씨 부엌’ 손맛 레시피
- 딸에게 주고 싶은 금자씨 레시피/장금자 손하빈 지음/세미콜론/2만2000원
서울 홍제동 골목의 원 테이블 팝업 레스토랑 ‘금자씨 부엌’ 장금자의 40년 손맛 노하우 요리책이다. 1954년생 엄마 장금자의 손맛과 그 가치를 브랜드로 만든 딸 손하빈의 진심이 담긴 따뜻한 레시피 북이다. 1분 만에 한 달 치 예약이 마감될 만큼 사랑받았던 ‘금자씨 부엌’이 문을 닫은 지 4년. 그 음식을 그리워하는 이들과 엄마의 손맛을 평생 기억하고 싶은 딸들을 위한 책이다. 한 그릇으로 즐기는 별미밥과 요리, 국과 밑반찬으로 구성하는 매일의 밥상, 건강한 후식, 날마다 먹는 집밥에서 활용도가 높은 레시피를 중심으로 엮었다. “사 먹지 마라, 30분이면 된다”는 엄마 목소리가 들린다.
# 삶의 감각 되살려놓는 소설
- 우리들의 농경 사회/이소정 장편소설/민음사/1만8000원
‘7월 입추 벼가 익는다’ ‘8월 백로 물이 마르기 시작한다’ ‘9월 한로 국화가 노랗게 피고 초목이 누렇게 진다’. 목차를 보면 이십사절기 관련 책인가 싶지만, 이 책은 이소정의 장편소설이다. 소설 목차가 절기로 구성되고, 인물들이 직접 삽을 들어 어두운 과거는 땅 밑에 파묻고 그 위에 고추며 들깨며 감자를 심고 가꾸고 거둔다. 국내 문학상 최고 수준의 고료(총 1억 원)를 수여하는 제3회 ‘연세-박은관문학상’ 수상작이다. 이소정은 우리가 오래도록 잊어 왔던, 약동하는 삶의 감각을 되살려놓는 문장과 전개를 보여준다.
# 어른이 잃어버린 마음의 흔적
- 투명하지만 깨지지 않는/박상아 지음/부키/1만7500원
“아이들의 동심은 어른들이 잃어버린 초심.” 하루의 반을 어린이 곁에서 보내는 초등학교 교사인 저자가, 어린이에게서 발견한 자신이 잃어버린 마음의 흔적을 하나둘 되찾았다. 어린이들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탱탱볼 같다. 강아지를 가족 구성원으로 소개하기도 하고, 자꾸 까먹는 준비물을 어떻게든 챙겨 오겠다며 손바닥에 눌러 적는가 하면, 정답을 알면서도 친구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기 위해 손을 들지 않는 어린이도 있다. 저자의 마음에 이런 생각이 스친다. ‘저 마음이 분명 나한테도 있었는데….’
# 사진과 詩로 남긴 어머니의 삶
- 채봉씨의 눈부신 날들/박산향 사진시집/다시서는봄/1만5000원
동화작가이자 한국 문학 연구자인 박산향 저자로 하여금 처음으로 시집을 내게 한 것은 ‘어머니’다. 경남 산청 지리산 자락 마을에서 농사를 지으며 며느리로 아내로 엄마로 살아온 어머니. 올해 아흔 살이 된 어머니 김채봉 씨의 삶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시로 형상화했다. 어머니의 기억은 점점 흐려져 간다. 수십 년 시간을 훌쩍 건너뛰기도 하고, 며칠간의 기억들이 통째 도려내지기도 한다. 어머니가 끝내 놓지 못하는 단 하나는 ‘가족’이다. 저자는 글 쓰는 딸로서, 어머니가 붙잡지 못한 삶의 조각들을 모아 시집에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