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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 꺼낸 바다 <59> 하퍼스 위클리의 러일전쟁 관련 자료

강대국 갈등 속 침몰한 함선 ‘고려인(러시아 소속)’…100년 전 격랑이 던지는 경고

  • 김종호 국립해양박물관 교육문화팀 연구원
  •  |   입력 : 2026-04-16 19:12:25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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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스 위클리’에 실린 러일전쟁 자료. 국립해양박물관 제공
100년 전 동아시아는 격랑에 휩싸였다. 1904년 2월 6일, 일본 해군은 부산항에 있던 러시아 상선을 나포했다. 2월 8일, 인천 제물포에 도착한 일본 함대가 정박 중인 러시아 함대에 최후통첩을 보냈다. 그 직후 러시아 함대의 탈출 과정에서 두 나라 간의 첫 번째 교전인 제물포 해전이 시작되었다. 일본의 선전포고는 2월 10일에야 이루어졌다. 러일전쟁의 시작이었다.

이번에 소개할 자료는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까지,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던 시사주간지 ‘하퍼스 위클리(Harper’s Weekly)’의 수록 자료들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이란 전쟁에 관심을 가지고 그 파장에 몸서리치듯, 100년 전 러일전쟁을 두고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당시 하퍼스 위클리는 한반도와 만주에 직접 특파원을 파견해 전쟁의 전개와 그 긴박함을 생생히 담아냈다. 국립해양박물관이 소장한 하퍼스 위클리 자료에는 전쟁의 주전장이었던 인천 제물포항과 뤼순 등의 전경을 담은 사진부터 군함의 모습과 수병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하퍼스 위클리의 러일전쟁 관련 자료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러시아의 포함 카레예츠(Кореец/KORIETZ)가 완파된 사진이다. 카레예츠는 러시아어로 ‘고려인’, 그러니까 한국인을 뜻하는 단어다. 다민족 국가인 러시아 제국은 전통적으로 자국 내 소수민족의 민족명을 선박에 붙이곤 했다. 1860년 조선과 러시아가 국경을 접한 이후 이미 상당한 고려인이 러시아 영내에 거주했기 때문에 그것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제물포 주둔 함대에 ‘카레예츠’가 있다는 것은 대한제국에 대한 친선과 함께 한반도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는 정치적 메시지였을 것이다.

그러나 카레예츠는 제물포를 탈출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피해를 입었고, 탈출에도 실패했다. 러시아 지휘부는 일본군이 카레예츠를 나포해 자국의 군함으로 재활용할 것을 막기 위해 자침(自沈)을 선택했다. 탄약고 폭파와 함께 거대한 충격파가 제물포항을 뒤흔들었다.

미국 잡지 하퍼스 위클리는 1904년 5월 21일, 완파된 카레예츠의 모습을 잡지에 게재했다. 한국의 바다에서 한국인이라는 이름을 가진 러시아 배가 파괴된 사진이었다.

러일전쟁은 신흥 제국주의 열강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인 동시에, 우리에게 있어서는 아픈 역사로 향하는 출구 없는 길목이었다. 대한제국 정부는 개전을 앞둔 1904년 1월 21일, 러시아와 일본의 전쟁이 일어난다면 중립을 지킬 것이라 선언했다.

그러나 제물포 해전을 거쳐 한반도에 상륙한 일본군은 곧 서울을 비롯한 한반도의 주요 거점을 통제했다. 2월 23일, 군사상 목적을 위해서는 일본이 한반도 내 지역을 점유할 수 있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한일의정서가 체결되었다.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 러일전쟁은 여전히 많은 울림을 준다. 그 많은 의미 중 먼 이국의 바다에서 무너진 군함 카레예츠, ‘고려인’을 보며 우리는 어떤 의미를 찾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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