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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작품 소개해 좋고 흥행되면 더 좋고” 외화 들여오는 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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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게더’ 이어 ‘센티멘탈 밸류’
- 정일우 투자 해외영화 호평

- “팬들과 함께 보려 영화 수입”
- ‘서브스턴스’ 들여온 소지섭

- 김재욱은 아예 수입사 차려
- 재개봉 고전 ‘남과 여’ 소개

“정일우가 쏜다!”

배우 정일우가 요아킴 트리에 감독의 ‘센티멘탈 밸류’ 무료 응원 상영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이 SNS로 전해지자마자, 해당 상영회가 빠르게 매진됐다. 정일우가 노르웨이 영화를 위해 직접 발 벗고 나선 이유는, 이 영화가 국내에 소개되는 과정에서 투자자로 참여했기 때문.

정일우는 얼마 전 막을 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센티멘탈 밸류’가 국제장편영화상을 거머쥐자, 이를 기념하기 위해 상영회를 직접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센티멘탈 밸류’는 오스카 수상 이전에도 국내에서 뜨거운 호평을 받으며 전국 6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다. 투자자로서 정일우의 안목이 확인되는 순간이다.

정일우의 외화 투자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개봉한 ‘투게더’로 이미 한 차례 투자자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영화 ‘투게더’는 관계의 한계에 부딪힌 오래된 커플이 이사한 곳에서 서로의 몸이 점점 붙어버리는 기이한 현상을 겪는 보디 호러 로맨스. 당시 정일우는 “로맨스와 보디 호러를 결합해 사랑과 관계의 본질을 묻는 독창적인 작품”이라며 “영화의 강렬한 메시지와 새 시도가 제이원(정일우 소속사)의 첫 투자작으로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전한바 있다. ‘투게더’와 ‘센티멘탈 밸류’ 모두 그린나래미디어가 수입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린나래미디어와의 지속적인 호흡을 기대하게 한다.
배우들이 예술영화 수입을 통해 문화 저변 확대에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 왼쪽부터 정일우가 투자자로 참여한 영화 ‘센티멘탈 밸류’, 소지섭이 찬란과 수입한 ‘서브스턴스’, 김재욱이 배급한 ‘남과 여’의 한 장면. 각 배급사 제공
■팬들을 위해 영화 수입하는 소지섭

정일우의 행보는 여러모로 소지섭을 떠올리게 한다. 소지섭 역시 수입사 ‘찬란’과 함께 다양한 예술 영화를 국내에 소개해 왔다. ‘한국 씨네필은 소지섭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가 투자한 영화는 그 면면도 훌륭하다. 지난해 예술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50만 관객을 돌파해 화제를 모은 ‘서브스턴스’(2024)는 물론이고 ‘존 오브 인터레스트’ ‘악마와의 토크쇼’(2024) ‘다가오는 것들’(2016) ‘유전’(2018) 등이 그를 통해 국내 관객을 만났다.

눈여겨 볼 점은 외화 투자로 소지섭 개인이 버는 돈은 없다는 사실. 수익이 날 때도 있지만, 그 수익금을 다시 다른 외화 수입 투자에 쓰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보면 결국 적자다. 그럼에도 그가 지속적으로 이 일을 하는 이유는? 지난해 ‘광장’ 인터뷰로 만났을 때 소지섭은 이에 대해 “투자자 활동은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드리는 의미”라고 밝혔는데, 괜히 ‘소간지’가 아니다.

소지섭의 의미 있는 행보는 다음 달 15일 개봉하는 ‘힌드의 목소리’로 이어진다. ‘힌드의 목소리’는 2024년 1월 29일 가자지구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제작된 영화로, 폭격당한 차에 홀로 갇힌 6살 소녀가 구조를 요청하는 실제 목소리도 담겼다. 소지섭은 ‘오징어 게임’ 제작사 퍼스트맨스튜디오와 공동 제공으로 ‘힌드의 목소리’의 국내 개봉에 힘을 보탰다. 예고편 내레이션에도 참여해 영화를 향한 뜨거운 지지를 보내는 중이다.
왼쪽부터 정일우, 소지섭, 김재욱.
■수입사까지 차린 김재욱

비교적 덜 알려졌지만, 김재욱 역시 외화 사랑이 각별한 배우다. 정일우와 소지섭이 투자 형태로 외화에 힘을 쏟고 있다면, 김재욱은 ‘크레센트 필름(crescent film)’이라는 수입사를 아예 차리고 적극적으로 수입 배급에 뛰어들었다. 2020년 9월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마르지엘라’가 김재욱이 수입한 첫 영화. 얼마 전 재개봉한 클로드 를루슈 감독의 클래식 영화 ‘남과 여’ 역시 김재욱의 수입으로 47년 만에 관객을 다시 만났다.

김재욱의 경우엔 홍보에도 매우 진심이다. ‘남과 여’ 개봉 당시 당사자인 김재욱은 물론 김남길 정은채 등이 참여한 GV 라인업이 눈길을 끌었는데, 이는 수입사 대표인 김재욱의 인연으로 성사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마르지엘라’ 개봉 당시에도 김재욱은 ‘마이 마르지엘라’라는 인터뷰 프로젝트를 직접 기획한 바 있다.

세 사람의 행보를 바라보는 영화계의 시선은 매우 긍정적이다. 영향력 있는 배우들이 독립·예술 영화에 힘을 싣는 것 자체가 예술 영화의 저변을 확대하는 데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상업영화 중심으로 짜인 극장 산업에서 다양성 확보에 이바지함은 물론이다. 무엇보다 무형의 가치에 배팅하는 이들의 행보는 배우의 부업이 부동산이나 식당 투자 외에도 다양할 수 있음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좋은 본보기가 된다.

정시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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