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봉 26일 만에 800만 돌파
- 비극적 삶, 현시대에 메시지
- 촌부 엄흥도 ‘의로운 길’ 공감
- 영화 인기에 강원 영월 북적
단종의 생애 마지막을 그린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관객 800만 명을 돌파하며 ‘1000만 영화’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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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왕과 사는 남자’ 한 장면. 쇼박스 제공 |
‘왕과 사는 남자’ 배급사 쇼박스는 이 영화가 1일 오전 9시께 누적 관객 800만6000여 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4일 개봉한 이후 26일 만의 기록이다.
장항준 감독이 연출하고 유해진 박지훈 유지태 전미도 등이 출연한 이 영화는 강원도 영월 유배지에서 마을 사람들과 교감하며 인생 마지막 시기를 보낸 단종의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는 단종을 전면에 내세운 스토리로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됐다. 그동안 단종을 다룬 영화와 드라마가 많았지만 비극적인 역사의 한 부분으로 활용했을 뿐 그의 생애 자체에 집중한 작품은 드물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류승완 감독의 ‘휴민트’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해 다소 밀릴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유해진 박지훈을 비롯한 주연 배우들의 열연과 남녀노소 모두 공감할 만한 이야기로 입소문을 타며 흥행에 성공했다.
특히 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단종의 유배지인 강원도 영월 청령포와 무덤 장릉을 찾는 이가 늘고, 춘원 이광수의 소설 ‘단종애사’를 읽으며 단종의 생애를 다시 들여다보는 이가 잇따라 ‘단종앓이’ 신드롬까지 일으켰다.
이 작품은 단종의 비극적인 서사를 민중의 삶과 버무려내며 지금 시대에도 유효한 메시지를 전했다는 점이 흥행의 원동력으로 분석된다. 단종은 1457년 6월 21일 유배지로 떠나 같은 해 10월 21일 사망했다. 장항준 감독은 단종이 유배지에서 보낸 4개월 동안 어떤 일상을 살았을까 하는 궁금증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채웠다. 그렇게 단종이 인생의 마지막 시기를 남녀노소가 아우른 광천골 마을 사람들과 교감하며 보낸다는 이야기가 탄생했고, 민초의 시선에서 단종의 생애를 전개해 관객의 공감을 얻었다.
특히 단종이 백성을 아끼는 마음을 키우고, 그와의 교감을 통해 촌부에서 의로운 길로 나아가는 엄흥도의 상호작용은 ‘이상적인 지도자상’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는 점에서도 많은 이의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종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할 책무를 맡은 엄흥도가 후반부에 이르러 한명회의 지시를 거스르고 단종을 지지하는 모습도 권력에 대항한 민중의 의로운 선택을 보여준다. 장항준 감독은 앞선 언론 인터뷰에서 “단종이 엄흥도에게 영향을 받고 기대기도 하지만, 엄흥도는 단종에게서 진짜 용기나 어른으로서의 선택이 무엇인지 배운다”며 “정사와 야사를 이어 붙이고 역사의 빈틈을 상상력으로 메꿔 단종과 엄흥도의 유기적인 관계를 만들어 나갔다”고 소개했다.
‘왕과 사는 남자’는 3·1절 대체 휴일인 2일까지 연휴가 지나면 관객 900만 명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아 2024년 ‘파묘’ 이후 오랜만에 ‘1000만 영화’가 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극장가는 한국영화의 잇따른 부진과 해외 애니메이션(‘귀멸의 칼날’ ‘주토피아2’)의 선전이 대비돼 ‘한국영화 위기’의 우려가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