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6일간 마주한 이국 풍경 그려
고양이 ‘모모’와 개 ‘빙고’가 여행을 떠났다. 문어가 헤엄치는 바다를 건너고, 곰과 호랑이가 나오는 깊고 깊은 숲을 거닌다. 때론 우주선을 타고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고요한 호수에 비친 자신들의 모습을 보며 짙은 숲의 기운에 빠져든다. 이들의 여행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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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수의 ‘내가 너에게 갈께’. 카린갤러리 제공 |
카린갤러리(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에서 마련한 박성수 작가의 ‘숲이 우는 소리-어흥’은 마치 우리가 꿈꾸던 여행을 떠난 듯 기분 좋은 상상을 안겨준다. 천을 바탕에 깔고 한 땀 한 땀 공들인 자수와 물감을 물들인 회화가 어우러져 상상 속의 여행지를 구현했고, 모든 화면에 등장하는 모모와 빙고의 다채로운 표정은 낯선 곳에서의 설렘과 긴장을 즐기는 우리의 모습과 같다.
전시에 소개된 작품들은 작가가 넓고 깊은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한 경험이 바탕이 되었다. 박성수 작가는 296일간 유라시아 대륙을 경험하면서 마주한 풍경과 광경, 그곳에서 보낸 시간과 느낀 감정을 10개월간 화면으로 옮기면서 물감과 자수를 섞는 색다른 시도를 했다.
빛나는 태양과 깊은 숲속의 올빼미, 산 위에 피어오르는 구름 등 화면마다 포인트처럼 새겨진 자수는 평범한 여행을 마치 신비로운 곳을 거니는 듯한 상상으로 안내하는 도구가 된다. 또 현실과 상상이 섞인 화면은 단순한 여행 기록이 아닌, 감정이 쌓이고 변하는 과정을 마치 섬세하게 풀어놓은 일기처럼 느껴진다. 화면을 보는 내내 작가가 여행에서 느낀 감정의 파편과 여백이 우리를 새로운 여행지로 이끄는 것 같다.
한남대 조형예술대학·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한 작가는 개인전과 단체전을 수십 차례 소화했으며,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전시는 오는 22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