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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대칭 속 순백 꽃망울…세계사 최고의 작별인사

최진숙의 유네스코 세계 유적지 이야기 <1> 인도 타지마할

  • 최진숙 전 영산대 글로벌학부 교수
  •  |   입력 : 2026-01-06 19:08:34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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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 부산에서 ‘세계유산’에 관한 논의의 장,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린다. 세계유산위원회가 한국에서 열리는 것은 1988년 세계유산협약 가입 이후 처음이다. 이번 회의 유치 및 개최를 계기로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유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세계인이 손꼽는, 위대한 역사와 문명의 산실인 유네스코 세계유산(유적지)을 소개하는 시리즈를 시작한다. 언어학 박사이자 영산대 글로벌학부 교수로 25년간 재직하며 국내외 주요 유적지를 다니고 이에 관한 기행을 여러 권 펴낸 저자가 세계 곳곳의 찬란한 문명과 역사의 현장을 소개한다.

- 무굴제국 5대 황제 샤자한이
- 아내 뭄타즈 위해 만든 무덤
- 흰 대리석이 뿜어내는 경건함
- 이슬람 첨탑 가운데 돔의 곡선
- 정원까지 완벽한 ‘대칭의 미학’

인도의 아그라는 세계인이 가장 많이 찾는 도시 가운데 하나다. 그 중심에는 타지마할이 우뚝 서 있다. 타지마할이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이유는 단순히 그 웅장한 아름다움 때문만은 아니다. 세상을 떠난 아내를 위해 황제가 세운 무덤에 담긴 사랑의 이야기가 하나의 서사로 남아, 오늘날까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기 때문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인도 타지마할 전경. 무굴제국 황제 샤자한이 출산 도중 사망한 아내 뭄타즈 마할을 그리며 지은 거대한 유산이다.
■사랑과 상실, 그리움의 결정체

무굴제국 공식 궁정 연대기 ‘파디샤나마(Padshahnama)’에 기록된 타지마할의 이야기는 이렇다. 무굴제국의 5대 황제 샤자한의 아내인 뭄타즈 마할은 14번째 아이를 낳다가, 그것도 전쟁터에서 사망했다. 지금 시대에서 보면, 출산을 앞둔 아내가 왜 전쟁터에 갔는지 의아해하겠지만 그 시대에는 전쟁터에도 아내를 데리고 가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전쟁터란 어떤 곳인가. 흙먼지와 피 냄새, 울부짖음으로 가득 찬 지옥 같은 곳이다. 그곳에서 아이를 낳았으니, 산모의 정신적인 불안감도 심했겠지만, 산후조리를 제대로 할 수 있었을까. 또한 질병에도 쉽게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높아서, 출산하면서 죽었다는 것이 그리 이상하게 들리지는 않는다.

아그라 성을 배경으로 필자가 사진을 찍은 모습.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감동스러워해야 하는 것은, 전쟁터에서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샤자한이 그녀를 위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덤을 만들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생자필멸(生者必滅), 모든 생명은 반드시 죽는다는 세상 이치 앞에서, 아내가 떠났다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덤을 짓겠다고 결심하는 남편이 과연 몇이나 될까. 결심은 할 수 있다 치자. 그러나 실제로 실행에 옮기는 남편은 드물 것이다. 설령 있다 하더라도 그 결심을 실현할 능력까지 갖춘 남편을 누가 가질 수 있겠는가.

그러나 뭄타즈 마할에게 그런 남편이 있었다. 그리고 결국 그 남편은 결심한 대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덤을 만들었다. 결심만 하고 끝내도 누가 감히 뭐라 하지 않았을 텐데 실행에 옮기다니, 그 결과가 바로 타지마할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얼마나 깊은 사랑이 있었기에 이런 경이로운 건축물이 탄생했을까 하는 놀라움으로 입을 다물 수가 없다. 평범한 사랑으로는 도저히 만들어질 수 없는, 징하고 징한 사랑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런 건축물이 세상에 나올 수 있단 말인가. 샤자한은 아내의 죽음에 대한 깊은 슬픔을 표현하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니 이 세상에 견줄 만한 것은커녕 비슷한 것조차 없는 무덤을 지은 것이다.

타지마할의 건설은 1631년부터 1653년까지 무려 22년에 걸쳐 진행되었다. 이 과정에는 2만 명 이상의 장인과 노동자들이 참여했으며, 당시 약 3200만 루피가 투입되었다고 한다.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더라도 최소 우리 돈 1조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궁중 기록인 ‘파디샤나마’는 샤자한의 치적을 중심으로 서술된 문헌이다. 따라서 이 대규모 프로젝트가 사랑의 아름다운 이야기로 강조되었을 수 있지만, 사실은 샤자한이 자신의 통치 시기에 최고의 건축물을 남기려는 내면의 야망에서 발현된 결과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타지마할 건축으로 인해 인도 백성들은 과중한 세금 부담에 시달리며 큰 고통을 겪었고, 민심 역시 흔들렸을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샤자한은 나이가 들수록 정무에 점차 무관심해졌고, 결국 1658년 아들에게 폐위당한 뒤 아그라 성에 8년 동안 감금되었다. 샤자한은 그곳에서 매일 자신이 사랑했던 뭄타즈 마할이 잠든 타지마할을 바라보며 죽는 날까지 그녀를 그리워했다고 한다. 실제로 아그라 성의 특정 창문에서 타지마할이 저 멀리 아련하게 보인다. 타지마할로 증명할 만큼 샤자한은 뭄타즈를 그리 사랑했으니, 여한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없을 때, 그리움은 더욱 간절해지고, 회한이 깊어지는 법이다.

아그라 성에서 타지마할을 바라보며 그리움으로 슬퍼하던 샤자한은 결국 1666년 사랑하는 뭄타즈 옆에 함께 묻혔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이 함께 잠든 타지마할은 사랑했고, 사랑을 잃었으며,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사랑에 대한 그리움의 결정체가 되었다. 사랑의 완벽한 결말이다.

■백색 대리석과 대칭의 미학

타지마할은 1653년에 완공된 건축물이기에 고대 유적지에 비하면 세월의 무게가 상대적으로 덜하다. 그래도 그렇지 타지마할은 마치 오늘 막 지어진 듯 생생하고 눈부시게 살아 있다. 순백의 대리석 돔 건물이 무덤이라니. 사람이 죽어 묻히는 무덤이 이토록 아름답다는 것은 반칙 아닌가. 아무리 사랑의 서사가 담겨 있다고 해도 결국 무덤인데 정말이지 완전한 반칙이다.

타지마할이 반칙이라 할 만큼 눈부시게 아름다운 것은 바로 순백의 대리석과 완벽한 대칭 덕분이다. 인도의 초기 무굴 양식은 대체로 붉은빛 사암을 사용해 중후하고 장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러나 타지마할은 그 전통에서 과감히 벗어나 순백의 대리석을 선택함으로써, 이전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미학을 구현해 냈다. 대리석은 해가 뜨거나 질 때 빛을 받아 황금빛 분홍빛 푸른빛으로 변하며, 타지마할을 마치 살아 있는 건축물처럼 보이게 한다. 이는 햇빛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대리석의 독특한 질감 때문이다.

특히 곡선미를 자랑하며 우아한 왕관처럼 솟아 있는 타지마할의 중앙 돔은 백색 대리석의 장점뿐만 아니라 대칭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고 있다. 그 주위를 둘러싼 네 개의 작은 돔이 완벽한 대칭을 이루며, 마치 방금이라도 꽃망울을 터뜨릴 듯한 꽃봉오리처럼 보인다. 돔 첨탑에는 이슬람의 상징인 휘어진 초승달이 있다. 신비롭고 우아하다. 이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는 것은 타지마할 본관 네 귀퉁이에 서 있는 4개의 미나렛, 이슬람 건축의 첨탑들이다. 이 첨탑들은, 백색 대리석은 당연하고, 어디에서나 보아도 완벽한 좌우 대칭을 이루고 있다.

타지마할의 내부에는 뭄타즈 마할과 샤자한의 석관이 나란히 놓여 있다. 다만 이 석관은 가묘이고, 실제 유해는 아래층 지하 묘실에 안치되어 있다. 두 석관은 나란히 놓여 있지만, 샤자한의 석관은 타지마할 전체에서 유일하게 대칭 구조를 띠지 않고 있다. 이는 후에 그의 유해가 추가로 안치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석관은 오른쪽으로 돌려져 있는데, 이는 이슬람의 성지 메카를 바라보기 위한 것이다. 죽어서도 메카 쪽을 바라보아야 하는 그들은 무슬림이었다. 두 석관이 놓인 이 공간은 벽면의 창과 기둥 사이로 스며드는 자연광이 백색 대리석에 반사되어 마치 신성한 기운에 감싸인 듯 명상적이고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참으로 탁월한 설계다. 설계자를 직접 만나보고 싶을 정도다.

타지마할 정원에는 총 4개의 주요 수로가 있다. 이슬람에서 묘사되는 천국의 4개 강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중앙에서 십자 형태로 물길이 뻗어나가고 있는 이 수로의 이름은 ‘풍요의 수로’이고,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에게 봉헌된 것이다. 특히 남쪽 입구에서 타지마할 본관까지 이어지는 긴 반사 수로는 타지마할의 모습을 물 위에 완벽하게 비추며 대칭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고 있다. 순백의 대리석과 완벽한 대칭이 만들어내는 결정적인 미학이다.

타지마할은 정해진 폐장 시간이 없어, 해가 질 때까지 머물 수 있다. 참으로 인도다운 정책이다. 천국의 정원 같은 그곳에 어둠이 내려앉고 불빛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하면, 대리석은 차가운 푸른빛을 띠며 낮과는 전혀 다른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빛과 어둠마저도 하나의 대칭으로 완성되는 곳, 그곳이 바로 타지마할이다.

▶필진 이력=전 영산대 글로벌학부 교수, ‘한국유적지기행’ ‘아시아유적지기행’ 저자, 문명탐험가, 유적지기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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