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부터 동화를 썼어요. 그때의 저는 야무진 꿈을 꿨지요.
새해 신년 호의 지면을 내 글과 얼굴로 수놓으리라.
현실은 냉혹해서 풋풋했던 얼굴 대신 이제야 주름진 얼굴을 내밀게 되었지만 네, 좋아서 부풀어 오릅니다.
먼 시간을 걸어왔습니다. 열심만으로 다 되는 것도 아니어서 홀로 걷는 문학의 길은 외롭고 막막하지요. 동화와는 안녕을 고하기로 했어요.
어느 날 네 살배기 손녀가 도서관에 가자고 하더군요. 그 작은 손을 잡고 도서관으로 향할 때 차란차란 차오르던 충만감이 저를 나아가게 했습니다. 어린이 열람실에 가득한 동화책을 보고 좋아하던 손녀의 웃음꽃이 저를 따뜻하게 일으켜 세웠어요. 그래, 만날 떨어지면 어때. 울 손주들이 읽을 동화를 쓰면 되는 거지. 아이 덕에 다시 힘이 났어요. 이 동화도 그런 이야기입니다.
착한 인물들이 활약하는 따뜻한 동화를 쓰고 싶어요. 햇살처럼 포근하고 둥근 마음이 이기는 세상이면 좋겠습니다. 글 쓰는 일의 궁극은 올곧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까요. 그런 마음을 알아주시고 늙은 나무에 꽃을 피워주신 심사위원님들과 국제신문에 참으로 고맙다는 인사 전합니다.
글을 향해 씨억씨억 걸어갈게요. 해마다 12월만 되면 전전긍긍, 기다리고 낙심하고 분노하고 부러워했던 제가 또 다른 저에게 말하고 싶어요. 이 길의 어디쯤에서 꽃이 피어날지 아득해도, 축적의 시간 또한 가볍지 않다는 걸 믿으라고요.
종일 글만 쓰도록 배려해 주는 남편과 좋은 글 쓰게 해달라고 기도해 주는 엄마, 순정한 사랑을 다시 알게 해준 손주들, 그리고 늘 지지해주는 가족들 고맙습니다.
▶약력 = 1959년생. 대구 거주. 수필집 ‘꽃을 세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