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쓰기 시작한 이후로 이런저런 바람을 품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편으로는 그 꿈들이 전부 현실이 된다면 무언가 맞지 않는 게 아닐까. 나 역시 그것들이 이뤄지지 않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쓴 시를 세상에 내놓고 싶은 마음과 혼자만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 동시에 듭니다.
시를 배우고 나서부터는 모순처럼 보이는 상태를 조금 더 잘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낯선 문법의 언어를 서툴게 더듬다 보면,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세계가 서서히 드러나는 것 같았습니다. 희미한 감각을 따라가다 문득 정신을 차리면 주변의 공기가 바뀌어 있었습니다. 더 또렷하게 보기 위해 애쓰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면서 긴 시간을 통과해 나갔습니다.
일 년 내내 여름인 나라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습니다. 겨울은 제가 태어난 계절이지만 도망치고 싶었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당선 전화를 받기 사일 전, 폭설이 내렸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바닥에 쌓인 눈을 한 움큼 집어 뭉쳐보려다가 미끄러지고 말았습니다. 엎어져 있는 저에게 누군가 다가와 일으켜 세워주었습니다.
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삶의 여러 면에서 서툰 저를 부단히 인내해 준 가족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습니다. 멀리서 응원해 준 오랜 친구 Khim Geok, 저를 지켜봐 준 J가 큰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늘 예상치 못한 순간에 눈물짓게 하는 시몬에게 마음을 보냅니다.
제 시를 깊이 읽어주신 심사위원들께 감사드립니다. 저를 시의 세계로 이끌어주신 김안 선생님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인연이 닿았던 문우들에게, 함께 부서지고 나아갈 수 있어서 행운이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시를 통해 세상을 다시 보게 해주신 서대경 선생님, 선생님과의 모든 시간이 제게는 배움이었습니다. 계속 용기 내보겠습니다.
▶약력 = 필명 신시유(辛施諭). 본명 신미주. 1991년 서울 출생, 서울 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