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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다 가기 전 내 마음을 뒤흔들 단 한 권의 책 찾고 있나요

국제신문 책팀이 선정한 하반기 인상깊은 책 12選

  • 조봉권 선임기자 bgjoe@kookje.co.kr 박현주 책 칼럼니스트
  •  |   입력 : 2025-12-18 18:20:01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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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부산 동래구 낙민동 부산사회복지종합센터 안에 자리한 어린이복합문화공간 들락날락의 서가에서 시민이 책을 살펴보고 있다. 김성효 선임기자 kimsh@kookje.co.kr
2025년 하반기 인상 깊은 책 12선’을 꼽았다. 국제신문 문화체육부 책팀(조봉권 선임기자·박현주 책 칼럼니스트)은 해마다 ‘인상 깊은 책 12선’을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선정한다. 하반기 목록은 지난 7월부터 12월까지 전국의 출판사나 저자가 국제신문 문화체육부에 보내온 책을 대상으로 했다. 국제신문 책면에 보도된 도서, 문화면에 문학 기사로 소개한 책이 후보작이 되었다. 책에 관해 평가라기보다, 각 담당자가 읽고 깊은 인상을 받아 독자와 다시금 나누고 싶은 책을 골랐다. 그래서 ‘인상 깊은 책’이다.


◆조봉권 선임기자의 인상 깊은 책 6선

# 연말 무력감 날려줄 강한 할머니들

- 강하고 아름다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김슬기 장편소설/클레이하우스/1만8000원

김슬기 작가의 첫 장편소설 ‘강하고 아름다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를 읽자마자 가슴 속 우울감이 싹 사라지고 살아야겠다는 의욕과 잘 살고 싶다는 욕구가 샘솟았던 기억이 잊히지 않는다. 2024년 국제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김슬기는 이 작품으로 카카오 주최 제12회 브런치북 공모에서 소설 부문 대상을 받았다. 올해 이 공모는 부문별 10종(소설 3종, 종합 부문 7종)을 대상 작품으로 뽑았는데, 전체 응모 인원이 무려 1만5000여 명에 달했다. 도시에서 시달리고 다친 젊은 여성이 신비로운 마을 구절초리에서 진짜로 강하고 아름다운 할머니들을 만나 겪는 변화는 유쾌하고 아름답다.

# 문명교류학 최고 권위자의 개론서

- 문명교류학/정수일 지음/창비/5만8000원

인문(학) 공부는 세계와 인간, 나와 너와 우리를 더 깊이 알려는 노력이다. 그런 인문 공부에서 ‘문명교류학’이 얼마나 중요한지 증명하는 868쪽 짜리 역저다. 접촉과 교류를 빼고 인류를 설명할 수 없다. 그런 접촉·교류 속에서 법칙·경향을 찾아낸다면, 우리는 인간과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고 문명교류학은 엄연한 학문으로 자리 잡는다. 올해 2월 향년 91세로 별세한 정수일 박사는 문명교류학을 학문 체계로 정립하는 데 평생 애쓴 석학이다. 저자는 이 책을 “대학원생과 연구자를 위한 기본 교재 성격”이라고 하는데, 관심 있는 일반 독자를 위한 교양서 성격도 선명하다.

# 과학과 역사 유연하게 넘나드는 소설

- 고스트 테스트/황인규 중편소설집/산지니/1만9800원

부산 작가 황인규의 소설 세계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이 물음 앞에서 난감함과 당혹스러움을 느낀다. ‘고스트 테스트’에 실린 중편소설 네 편은 지식·정보·역사·IT·우주를 종횡무진 넘나든다. ‘미지의 항해’ ‘고스트 테스트’ ‘인류 비행에 관한 몇 개의 보고서’ ‘만남’이다. 지식·정보·역사·IT·우주 같은 요소가 작품과 따로 놀지 않고, 작가가 집중한 주제의식을 충실히 표현하는 수단으로 잘 기능한다. 작가가 작품을 강력하게 장악했다는 뜻이고, 그렇게 탄생한 소설은 새롭고 개성 있다. 2004년 등단한 뒤로 장편소설만 4권을 낸 황인규 작가의 저력이 눈길을 끈다.

# 부마항쟁을 치열하게 되살린 그림일지

- 시월/곽영화 지음/호밀밭/2만5000원

이 책 ‘시월’은 ‘곽영화의 부마항쟁 그림일지’가 부제이다. 중진 화가 곽영화는 2년에 걸쳐 부마항쟁의 현장을 조사하고 사람을 만나고 그림을 그리며 이 책을 한 땀 한 땀 만들었다. 1979년 마산과 부산에서 터져 나온 부마항쟁은 당시 정권의 독재에 저항하며 민주주의를 지킨 시민의 투쟁이다. 저자는 책을 내며 이런 소회를 밝혔다. “부마민주항쟁은 5·18민주화운동과 6월 민주항쟁으로 이어지는 한국 민주화의 기폭제이자 전환점이다. 그러나 이 항쟁은 두 민주화운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했다.” 부산을 근거지로 삼고 오랜 세월 활동을 펼친 중진 화가의 부마항쟁 그림일지는 뜻깊은 성과물이다.

# 韓 유아교육의 거목 임재택 교수 평전

- 임재택 평전/조송현 지음/인타임/2만5000원

임재택(76) 부산대 명예교수는 한국 유아교육에 크나큰 영향을 끼친 교육자이다. ‘임재택 평전’ 출간 기사를 지난 8월 처음 썼는데, 주위에서 “임재택 선생 덕분에 우리 아이도 ‘숲유치원’에서 뛰어놀며 잘 자랐다”는 반응을 보내주었다. 임재택 명예교수는 한국의 아이들이 건강하고 신명 나게 자라는 틀을 놓고, 정책·법·현장을 개선했으며, 유아교육 발전에 이바지한 이 분야 거인이다. 그의 활동과 성취는 제대로 조명할 필요성이 높았는데, 부산의 작은 출판사인 인타임이 그 일을 했다. 언론인 출신 조송현 인타임 대표는 “유아교육의 코페르니쿠스, 임재택”이라고 표현했다.

# 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 작가 장편

- 부디 당신이 무사히 타락하기를/무경 지음/나비클럽/1만6000원

무경 작가는 추리소설가이다. 2022년 두 권으로 된 장편소설 ‘1929년 은일당 사건 기록’으로 등단한 뒤 2023년 단편 ‘치지미포, 꿩을 잡지 못하고’로 계간 미스터리 가을호 신인상, 2024년 단편 ‘낭패불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로 제18회 한국추리문학상 중 제18회 황금펜상을 받았다. 부산 문단에 신예 추리소설가가 등장한 것은 실로 오랜만이다. 그는 지난해 연작 추리소설집 ‘마담 흑조는 곤란한 이야기를 청한다’를 냈고 올해는 연작 형태 장편 ‘부디 당신이 무사히 타락하기를’을 선보였다. ‘부디 당신이…’는 한국 현대사의 아픈 이야기를 추리문학과 접맥해 독특한 긴장감을 형성한다.


◆박현주 책 칼럼니스트의 인상 깊은 책 6선

# 아름다운 새 그림 보며 지식도 쑥쑥

- 이토록 사랑스러운 새/미샤 메이너릭 블레즈 지음/이지원 옮김/박종길 감수/단추/2만3000원

새의 생태뿐만 아니라, 과학 역사 문화 신화 속에서 새가 어떤 존재로 자리해 왔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지식 그림책. 자연과 인간, 생명이 서로 맞닿아 있다고 믿는 저자 미샤 메이너릭 블레즈. 새를 좋아해서 이 책을 만난 것이 날아갈 듯 기뻤다는 번역가 이지원. 조류 전문가인 감수자 박종길. 새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촘촘히 배어 있는 책이다. 특징을 잘 표현한 새 그림은 하나하나가 예쁘고 깜찍한 작품이다. 그림 옆에 놓인 짧은 설명글은 재미있고 이해도 쉽다. 저자는 새를 통해 우리가 자연의 일부임을 깨닫게 한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볼 수 있는 사랑스러운 책이다.

# 회색 사상공단 속 빛나는 무용수 몸짓

- 춤추는 사상:일상을 뒤집는 빛과 춤의 다큐멘터리/이준희 사진·글/스미다/2만2000원

공장에서 춤추는 무용수? 생각해 보지 못한 조합을 아름답고 생생하게 보여주는 책이 눈길을 끈다. ‘부산 사상산업단지의 공간을 재창조한 프로젝트 사진집’이다. 이준희 작가는 2025년 부산시 사상구청과 협업하여 사상공단의 공장들과 사상구의 일상 장소를 프레임에 담기 시작했다. 세탁소, 이발소, 버스 회사를 비롯해 로봇 공장, 신발 공장 등 우리가 잊었거나 인식하지 못한 일상 공간이 다채로운 조명과 현대무용가의 춤으로 뮤지컬 무대처럼 바뀌었다. 무용수들의 유연한 춤 동작이 그리는 곡선은 경직된 직선의 기계들과 대비되어 환상적인 찰나를 만들어냈다.

# 조조·제갈량 질병과 정치의 역학관계

- 생로병사 삼국지/유수연·정미현 지음/에이도스/1만7000원

‘삼국지’ 마니아라면 지나칠 수 없는 색다른 삼국지. 현대 의학의 눈으로 삼국지 속 주요 인물의 삶과 병을 들여다본다. 유수연과 정미현 두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삼국지 관련 이야기에 열광했다. 역사·소설·만화·게임 등 온갖 버전의 삼국지를 일찌감치 섭렵했다. ‘조조, 골머리를 앓다. 길게 지속되는 심한 두통’ ‘현대 의학으로 해석하는 화타의 질병 치료기’ ‘동탁·허저·조진, 현대인의 고질병 비만’ 등. 삼국지 속 영웅 15인의 건강과 질병 그리고 죽음을 정치역학, 전쟁, 사회문화 배경, 식생활, 가족관계, 생활습관, 성격, 예술적 감성을 통해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 고향에 돌아온 농부 딸의 영농 분투기

- 시골에서는 고기 살 돈만 있으면 된다면서요/김영화 지음/학이사/1만5000원

농부의 딸로 태어나 도시에서 살다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고향으로 돌아와 농사를 짓는 초보 농사꾼의 고군분투 영농기. 저자는 먹거리를 만들고 땅에서 계절을 느끼며 정직한 노동으로 삶을 채우는 일의 의미를 들려준다. 나뭇가지에 콧구멍이 찔려 응급실 가고, 농약 살포기가 고장나 바가지로 뿌리다 해충 약을 뒤집어쓰고, 밤중에 감을 수확하다 도둑으로 오해받고, 닭장에 침입한 매가 무서워 119를 부르는 아가씨 농사꾼은 일이 서툴기만 하다. 예초기가 무서워 헬멧 쓰고 작업하는 자신을 ‘흰색 하이바’라며, 사랑으로 놀리는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살아가는 한 여성 농부의 인생기다.

# 읽는 내내 산나물 향기가 맴도는 시집

- 고운리 엉겅퀴 씨/박영규 시집/문학의전당/1만2000원

읽다가 보면 향긋하고 쌉싸래한 산나물이 떠올라 절로 입에 침이 고이는 시집이다. 2025년 ‘가히’로 데뷔한 박영규 시인은 산나물하고 연애하듯 살아가는 사람이다. 이 시집에는 60여 종의 산나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온통 산나물 이름으로 이어지는 목차를 보면 이 책이 시집이 맞는지 어리둥절하다. ‘산골 처녀의 산나물 이야기’ 일부를 소개한다. “곤드레, 뽕잎, 잔대, 어수리로 밥 짓고, 수리취, 쑥, 모시풀, 삼잎국화, 청미래덩굴로 떡 만들고, 비비추, 냉이, 지칭개, 원추리로 국 끓이고, (…)나물이란 나물은 모두 몰려와 저요, 저요, 시로 써 달라 아우성 아우성, (…)” 산나물이 지천이다.

# 30년 발품 팔아 갯벌서 캐낸 이야기들

- 우리는 갯벌에 산다/김준 지음/이글루/2만원

갯벌 생물을 통해 갯벌의 역사와 문화, 어민의 삶, 갯벌 음식, 슬로푸드 운동, 생태계 변화, 기후변화 등을 살펴보는 책이다. 갯벌 생물은 오랜 세월 동안 인간에게 먹거리를 제공했다. 갯벌은 생물과 인간이 공존공영하며 살아가야 할 터전이다. 김준 저자는 30년 넘게 섬과 바다를 다니면서 섬 문화·어촌 공동체·갯벌 문화를 연구했다. ‘바닷마을 인문학’ ‘대한민국 갯벌 문화 사전’ 등 여러 책을 썼고, ‘바닷물 백 바가지 소금 한 줌’ ‘갯살림을 하다’ 등 사진전도 열었다. 이 책에는 갯벌과 바다, 섬과 어촌을 찾고 그 가치를 기록해 온 저자가 수십 년간 발품을 팔아 건져 올린 이야기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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