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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75> 참복요리

찬바람 안 불면 이상하게 이 맛 안나…부산 겨울미식의 절정 '참복'

  • 최원준 시인·음식문화칼럼니스트
  •  |   입력 : 2025-12-02 19:06:52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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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어 중에서도 특히 맛 뛰어나고
- 식용부위 많아 갖은 요리법 발달
- 회 샤브샤브 맑은탕 수육 튀김 등

- 일제 때 제주서 식당 성업하다
- 남는 물량 부산항 들어와 유통
- 부산 마산 등 복어 즐겨먹게 돼

- 자연스럽게 일본식 조리법 발달
- 부산 정체성 살린 요리 개발되길

본격적인 겨울에 접어들면 가끔 주변의 몇몇 이들과 미식 모임을 한다.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활어를 유통하는 지인이 살아있는 큰놈으로 ‘참복’을 준비하고, 인근 복요리 전문점에서 참복요리를 코스로 즐긴다. 각자 평소 즐기는 술을 가져오고 코스의 요리마다 나름 미식 품평을 하며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제철 참복의 진미를 만끽하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마침 한 해의 저물녘이나 시작쯤이라, 이 시기를 ‘진심으로 제대로’ 마무리, 맞이하자는 의미의 모임이기도 하다. 그러하기에 이 모임 구색에 맞게 ‘참(眞)’이 붙은 식재료인 ‘참복’을 먹으며 한 해를 기념하는 것이다.
참복 샤브샤브. 육수에 각종 채소와 참복을 넣고 끓여내 유자 식초 소스에 찍어먹는다.
■맛도 좋고 크기도 큰 ‘참’복

우리말에는 사물, 특히 생물 중 ‘수려하거나 올바른 것들, 또는 그 종류 중 가장 으뜸인 것들’에 ‘참’이란 접두어를 흔히 붙인다. 참나무, 참새, 참기름, 참외 등이 그것이고, 바다 어족 중에도 참치, 참돔, 참숭어, 참조개… 등등이 있겠다. 참복도 복어 중 최고라는 의미인 만큼 맛도 좋고 크기도 클 뿐만 아니라 가격 면에서도 고가를 자랑한다.

원래 참복은 ‘참복과’의 ‘참복속’ 어종이다. 그러나 시중에서는 ‘자주복’을 ‘참복’으로 일컬어 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일반 재래시장이나 복어 전문 식당에서도 자주복을 참복으로 부르며 가격 또한 아주 비싼 편이다. 그러나 자주복 또한 ‘참복과’의 ‘참복속’이기에 잘못 쓰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2019년 부경대학교 어류학실험실 복어 연구팀이 밝힌 바에 따르면, 현재 분류 체계로 참복, 자주복, 흰점참복 등은 자주복 특유의 점박이 무늬만 약간 다를 뿐 같은 유전자 정보를 가지고 있는 같은 종으로 모두가 ‘참복’이라고 발표했다. 현행 분류 체계의 구분일 뿐이지 참복과 자주복은 다 참복이라는 것이다.

참복은 성체의 길이가 최대 70㎝, 무게 3㎏에 육박하는 대형종이다. 주로 우리나라 전 연안과 일본 중국 대만 동중국해에 서식, 분포한다. 간과 난소, 내장 등에 테트로도톡신이라는 맹독이 있다. 그러나 살과 껍질, 수컷 정소인 이리에는 독이 없거나 약하다.

부산에서는 ‘참복’, 동해안에서는 ‘가지복’, 여수 등 전남 해안에서는 ‘점복’이라 불리며 일본에서는 ‘토라후구(虎河豚)’로 불린다. 이름값 그대로 고기 맛이 아주 뛰어나고 식용 부위가 다른 복어보다 많아 다양한 요리법이 잘 발달했다.

참복으로 만든 수육.
참복은 주로 여러 부위를 다양한 음식으로 내는 ‘코스요리’로 제공하는데, 복어회와 복어 샤브샤브, 복수육과 복맑은탕, 복튀김이나 복불고기 등의 음식들이다. 복껍질무침도 좋고, 복어 죽도 근사하다. 그러나 그중 일미는 수컷 정소인 이리로 조리한 음식들이다. 부드럽고 고소하면서도 맛이 깊고 풍미가 있어, 구이로 먹거나 데쳐서 ‘유자 식초 간장’에 곁들여 먹는다.

참복은 한때 제주도 연안에서 대규모로 어획되던 어종이었다. 일제강점기에 이 참복은 일본인에 의해 대량 어획되었고, 제주 원도심 칠성동 일대에 일본인이 개업한 복집에서 복요리로 널리 소용되었다. 그리고 남는 물량은 부산항을 통해 전국으로 반출되었다.

복어는 수산물류 시스템이 발달했던 부산항을 통해 마산, 대구 등지로 유통됐고 부산과 마산, 대구 등은 복어를 식재료로 다양한 음식을 즐겨 먹었다. 유명 복요리 음식점들과 ‘복국 골목’이 형성될 정도로 널리 퍼지게 된 것이다.

■일찍이 복어 식문화 발달한 부산

참복이리. 고소하고 부드러워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
특히 부산은 복국과는 뗄 수가 없는 역사적, 지리적 여건을 가지고 있다. 복어 최대 위판 및 유통의 도시, 복국 최다 소비도시인 점 이외에도, 복어를 적극적으로 식재료로 활용하는 일본과 일찍이 복어 식문화를 서로 교류하고 있었기에 그러하다.

1910년 일제가 조선을 강점한 이후 일본과 조선의 운송 루트였던 ‘관부연락선’이 일본 시모노세키항과 부산항에 개설된다. 이에 조선으로 이주하는 일본인도 늘어났는데, 이때 복어요리사 또한 많은 숫자가 조선에 이주, 정착한다.

마침 시모노세키는 일본의 최대 복어 생산지로, 복요리가 크게 성행하던 지역이었다. 이곳 출신 복어요리사들에게는 다양한 복어가 다량 어획되는 데다, 복 가격 또한 저렴해서 일본에서보다 더 크게 이윤이 남는 조선을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여겼을 것이다.

이처럼 시모노세키에서 직접 부산으로 넘어온 복어요리사들은 일본인 거주 지역을 중심으로 일본식 복요리 문화를 퍼뜨리게 된다. 이들로 인해 우리나라, 특히 부산은 자연스럽게 일본식 복요리가 정착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식 복요리로 변형, 오늘에 이르고 있다.

참복회는 쪽파나 미나리 줄기를 고명으로 얹어 먹는다.
‘복요리의 계절’로 통하는 겨울. 특히 참복요리는 겨울이 시작되면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그 맛의 진가를 발휘한다. 늦가을부터 살이 오르는 참복은 산란기가 시작되는 3월 이전인 겨울이 제철로 가장 진하고 깊은 맛을 낸다.

부산을 중심으로 참복요리 코스는 크게 회, 껍질 무침, 이리 요리, 샤브샤브, 수육, 죽 등으로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선 참복회는 참복요리의 중심이자 맛의 정점이다. 육질이 탄탄하고 치밀해서 접시의 무늬가 훤히 비칠 정도로 얇게 회를 떠야 한다. 그래서 복어회 접시는 화려한 색상과 문양이 있는 접시를 사용한다. 담백한 참복회는 쪽파나 미나리 줄기를 고명으로 얹어 유자 식초 소스에 찍어 먹는다.

샤브샤브는 냄비에 다시마와 복어 뼈로 육수를 끓이다가 배추 콩나물 버섯 미나리 등의 채소와 토막 낸 참복을 넣고 끓여낸다. 이를 건져 유자 식초 소스에 찍어 먹는데, 복수육은 담백하고 비린내가 없어 새콤한 소스와 잘 어울린다. 샤브샤브의 맑은 국물 또한 떠먹으면 떠먹을수록 뜨거우면서 시원하고 깔끔하면서도 후련하게 속을 지져준다.

이리 요리는 참복회와 더불어 쌍벽을 이룰 정도로 그 맛이 출중하다. 생김새가 통통하고 매끄러우면서도 뽀얀 색감이 요염할 정도다. 그 맛 또한 고소하고 부드러워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 오죽하면 호사가들이 중국의 경국지색, 서시의 젖가슴을 닮았다고 서시유(西施乳)라고 불렀을까?

껍질 무침은 참복껍질을 채 썰어 갖은 채소와 함께 고춧가루, 식초에 무쳐서 낸다. 참복껍질은 콜라겐이 풍부해 쫀득쫀득하면서 오돌오돌한 식감이 흥겹다. 씹을 때마다 새콤하고 칼칼하게 더해지는 무침 양념이 입안을 개운하게 해준다.

샤브샤브 안의 수육과 채소를 건져 먹고 나면 남은 복어 국물에 밥과 달걀을 넣고 죽을 끓여낸다. 진하고 짭조름한 참복 국물에 담백한 밥과 고소한 달걀이 함께 뒤섞이면서, 여운이 남는 입안을 개운하고 깔끔하게 마무리해 준다.

복어 중 최고의 맛을 내기에 ‘참’ 자를 붙여 부르는 참복. 특히 겨울에 그 맛을 풍성하게 채우기에 ‘겨울철 진객’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여러 부위가 다양한 요리에 활용돼 더욱 사랑받는 어족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본 방식이 아닌 우리식의 조리법 개발과 우리 정체성을 가진 다채로운 참복요리가 더 많이 개발되고 발현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 또한 지울 수 없는 이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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