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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155> 기장 고촌리 고분군 출토 삼엽환두대도

1500년 땅 속에 있던 세 개의 잎 문양…신분·권위 나타내고 수호 의미도 담아

  • 이지현 부산박물관 유물관리팀 학예연구사
  •  |   입력 : 2025-11-19 18:32:00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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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보존과학실은 종종 응급실을 떠올리게 한다. 언제, 어떤 유물이 들어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예고 없이 도착한 ‘환자’들을 맞이하는 보존과학자들은 의사처럼 유물의 상태를 살피고, 어떤 치료가 필요한지 판단한다.
삼엽환두대도(왼쪽)와 이를 엑스레이로 찍은 사진. 부산박물관 제공
올여름, 기장 고촌리 고분군에서 발굴된 철기 유물이 한가득 보존과학실 문을 두드렸다. 먼저 기록용 사진 촬영이 진행되었다. 보존실의 사진은 전시용이 아니다. 유물이 가진 손상 상태를 가장 정확히 기록하기 위한, 말 그대로 ‘진단 사진’이다. 카메라 속 유물은 겉보기엔 그저 흙덩이일 뿐이지만, 우리는 그 안에 숨겨진 오랜 이야기를 찾고 있다.

다음 단계는 엑스레이(X-ray) 투과 조사 촬영을 한다. 건강검진에서 신체 내부를 확인하듯 X-ray는 흙과 부식물에 싸인 유물의 진짜 모습을 드러내 준다. 그리고 그 순간, 예상치 못한 문양이 눈앞에 나타났다. 처음에는 단순한 원형의 칼손잡이로 추정했지만, 영상 속에는 세 잎이 조화롭게 펼쳐진 삼엽문(三葉文)이 선명히 드러나 있었다.

손잡이의 중앙에는 좌우로 넓게 뻗은 두 잎과 그 위에 네모지게 마무리된 한 잎. 단순한 장식이 아니었다. 정제된 미감이 깃든 문양이었다. 이렇게 드러난 유물이 바로 삼엽환두대도(三葉環頭大刀)다.

환두대도는 원삼국시대부터 만들어져 오랫동안 한반도 곳곳에서 사용된 큰 칼이다. 손잡이의 삼엽 장식은 단순한 예쁜 무늬가 아니라 신분과 권위, 그리고 수호의 의미를 담고 있다. 삼엽환두대도의 출토 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이번 발견은 고대 한반도의 무기문화와 지역 간 교류를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가 된다.

이 칼은 1500년 동안 땅속에서 잠들어 있었다. 그 긴 세월 동안 철은 부식과 변화로 흙과 녹이 단단히 결합되었다. 겉흙을 슬쩍 털어낸다고 해서 본래 모습을 되찾을 수는 없다. 그래서 보존과학자들은 X-ray 사진을 참고하며 부식층을 아주 조심스럽게, 조금씩 깎아낸다. 마치 먼지를 걷어내듯, 잃어버린 원래 표면을 찾아가는 일이다.

보존과학실에서 마주한 이 작은 철조각은 단순한 금속 덩어리가 아니다. 그 안에 옛사람들의 기술 미감, 그리고 잊히지 않은 손길의 흔적이 깃들어 있다.

오늘도 세월의 흔적을 하나씩 걷어내며, 이 유물이 다시금 찬란했던 옛 영광을 되찾아 박물관 전시실에서 관람객과 마주할 그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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