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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은 행복할까…보면 볼수록 내 이야기네

JTBC드라마 ‘…김부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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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적으로 성공했다 자부하다
- 지방 공장으로 좌천된 김부장
- 직장인 애환 시청자 공감 자아내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대기업’의 ‘부장’이다. 구축이긴 하지만 서울에 ‘자가’도 있다. 게다가 아들은 명문대생. 이만하면 성공한 삶이라고 자부하는 김낙수 부장(류승룡)! 스스로 “위대한 삶”이라고 자화자찬하는 이유다. 그러던 어느 날, 라이벌인 후배 도진우 부장(이신기)이 반포 대단지 신축 아파트에 산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매매가만 68억 원인 ‘1급지’다. “설마 전세겠지? 제발 전세…제발 전세.” 그러나 슬픈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다. 자가란다. 우리의 김부장, 표정 관리가 쉽지 않다. 입이 떡 벌어지고 만다.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의 한 장면. JTBC 제공
JTBC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이하 ‘김 부장 이야기’)의 한 장면이다. 이 드라마의 원작은 (입사 11년 차 대기업 직장인이었던) 송희구 작가가 네이버 블로그에 쓴 동명의 웹소설이다. 웹소설이 쓰인 시기는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던 2021년. 월급을 모으며 착실하게 살아가던 많은 이가 상대적 박탈감에 빠져 ‘벼락 거지’로 내몰렸을 때다. 이심전심일까. 해당 웹소설은 부동산 투자 카페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면서 뜨거운 인기를 끌었고, ‘극사실주의 부동산 소설’ ‘직장인 아포칼립스’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슈에 발 빠른 드라마계가 영상화를 추진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렇게 드라마로 새 옷을 입은 ‘김부장 이야기’는 원작의 큰 틀은 따르되, 몇 가지를 비틀었다. 일단 등장인물들 희비 대부분이 부동산으로 갈렸던 원작과 달리, 부동산 이야기는 상당 부분 덜어내고 시대에 적응하지 못해 흔들리는 중년의 위기와 직장인의 애환에 조금 더 초점을 맞췄다. 원작에 없었던 아들의 스타트업 기업 ‘질투는 나의 힘’ 입사를 다루며 청춘 서사에 힘을 준 것도 변화다.

김부장은 소위 말하는 ‘꼰대’다. 주위 모든 것들을 돈으로 줄 세워 서열화시키고, 사는 집과 타고 다니는 차로 사람을 평가한다. 자신에게 득이 될 만한 ‘공’은 처세술을 앞세워 잡으려 하는 반면, 불리한 일은 남에게 떠넘기려 용을 쓴다. 일정에 없는 회식을 잡아서 후배들의 ‘저녁 있는 삶’을 빼앗기도 일쑤. 서울에 자가를 마련했다는 자부심으로 한껏 잘난 체하지만 이 역시 아내가 우겨서 마련한 것일 뿐, 김낙수의 투자 능력이 아니다.

그럼에도 꼰대 김낙수를 마냥 미워하긴 힘들다. 실제로 ‘소시민의 삶과는 거리가 먼 중산층’ 이야기라는 점에서 위화감을 형성할 위험이 있었음에도 공감을 자아낸다는 반응이 많다. 왜 그럴까. ‘서울’ ‘자가’ ‘대기업’ ‘부장’…. 김낙수가 명패처럼 자랑스러워했던 이 조건들이 실은 그를 옥죄는 올가미였음을 드라마가 진득하게 설명해 내고 있어서다. 가방 하나 고를 때도 상사와 후배 사이의 적정선을 고민하고, 잘못을 하고도 체면 때문에 제대로 된 사과도 못하는 삶이란 얼마나 허약한가.

사실 김낙수의 사회생활 출발부터가 그랬다. 자신이 뭘 원하는지가 아니라, 세상이 성공이라고 규정한 것들을 위해 안간힘을 써 온 인생이다. 자연스럽게 행복 주도권이 자신에게 없다. 타인의 시선에 맞춰진, (행복이라 믿었지만) 실은 성공에 집착하는 왜곡된 행복관만이 있을 뿐이다.

더 큰 문제는, 김부장이 기대왔던 ‘성공 방정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은 시대라는 점이다. 자율성과 창의력을 중요시하는 젊은 세대에게 김부장이 들이미는 답안지는 정답이 아니라 오답에 가까울 뿐이다. 게다가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선 내 편이라 믿었던 이들도 자신의 자리 보존을 위해 언제 등을 돌릴지 모른다. 아산 공장으로 좌천된 낙수가 오랜 시간 동고동락했지만, 자신을 공장으로 보내버린 사수 백상무(유승목)에게 서운함을 토로하는 장면은 그래서 뼈 아프다.

시청자는 그런 김낙수에게서 우리의 아버지를 본다. 그리고 언제고 닥칠지 모를 나의 미래를 본다. 김낙수가 철석같이 믿었던 ‘대기업 직원=성공’이라는 공식이 이제 낡아 버렸듯, 지금의 사회가 김낙수에게 틀렸다고 말하며 내세우는 부분들 또한 미래에는 낡아 버릴 것임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절반의 반환점을 돈 ‘김부장 이야기’는 본사 복귀를 위해 ‘아산공장 20명 인원 감축’이라는 잔인한 숙제를 받아든 김낙수의 이야기를 펼쳐 보일 전망이다. 그가 과연 관습에 젖었던 과거 성공관과 작별하고 자신만의 행복 방정식을 써 내려갈 수 있을까. 부디 기업의 ‘낙수 효과’에 기대지 않고, 온갖 수식어를 떼어 내고도 온전히 김낙수일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정시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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