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였나 간이역 앞 삐걱대는 목조 2층
찻잔에 잠긴 침묵 들었다 다시 놓고
조용히 바라본 창밖 속절없이 흔들리던
멀리서 바라보면 는개 속 등불 같은
청음도 탁음도 아닌 수더분한 목소리로
해질녘 삭은 바람결 불러 앉힌 보랏빛
누구 삶이 저리 모가 나지 않았던가
자름한 고, 어깨를 툿 치며 울먹일 듯
오디새 울다간 가지 등 돌리고 피는 꽃
유년 시절 잠시 살았던 낡은 기와집 마당 우물에 비친 뒷집 오동나무를 떠올리게 하는 시입니다. 우리 집 마당 나뭇잎에 비해 훨씬 커 보이던 그 잎사귀는 여름 무렵 이는 바람에 흔들릴 때면 분명 소리도 달랐습니다. ‘수더분한 목소리’ 그 소리가 맞는 것 같습니다. 정녕 보랏빛 꽃송이가 아득히 높아 등불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시인의 ‘오동꽃’은 빛바랜 은빛 프레임 안에 연중 가장 기품 있게 피어난 오동꽃을 그린 한 폭의 동양화를 감상하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