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해양박물관 4층 항해관에서는 인류가 바다를 건너온 다양한 방식과 그 속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항해에 필요한 도구와 지도, 파피루스배, 범선, 그리고 증기선이 등장하기 전까지 바람과 인력에 의지해 바다를 누비던 배들이 전시되고, 그 항해가 이어진 끝에는 ‘해상실크로드’ 전시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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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혜성 원장이 기증한 청나라 및 베트남 청화백자. 국립해양박물관 소장 |
전시실에는 무역 항로의 활기찬 모습을 재현하는 선원들의 목소리와 함께, 당시 귀하게 거래되던 향신료와 각종 무역품이 진열돼 있다. 그 사이 중국과 베트남에서 제작된 청화백자도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도자기 표면에 남아 있는 조개껍질 자국은 바닷속에서 오랜 세월을 보낸 흔적이자, 이들이 한때 해상 무역선에 실려 대양을 건넜음을 말해준다.
해상실크로드는 ‘도자기의 길’로 불릴 만큼 도자기가 주요 수출품이었다. 특히 중국의 청화백자는 원나라 시기 이슬람의 영향을 받아 탄생한 독특한 푸른빛과 화려한 문양으로 유럽 귀족과 왕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청화백자는 곧 부와 권력의 상징이 되었고, 유럽에서는 도자기를 전시하는 ‘자기의 방’을 마련해 사회적 지위와 예술적 안목을 과시했다.
이러한 인기는 유럽 도자기 제작에도 영향을 주어 영국과 덴마크 등에서 청화백자를 닮은 도자기를 만들고자 했으며, 이는 유럽 자기 산업 발전의 토대가 되었다.
전시된 청화백자는 중국 청나라의 코발트블루 병과 접시, 그리고 베트남의 회녹색 청화백자로 구성돼 있다. 명나라가 해금정책으로 도자기 수출을 금지하자 베트남은 국제 무역의 주역으로 부상하며 다양한 형태와 색채의 청화백자를 대량 생산·수출했다. 회녹색 계열의 부드러운 색감과 장식 기법은 중국산과는 또 다른 매력을 전한다.
무엇보다 이 전시품들이 특별한 이유는 모두 부산 강혜성치과 강혜성 원장의 기증품이라는 점이다. 동남아 해역에서 건져 올린 청화백자가 박물관에 기증되어 해상실크로드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전하는 중요한 자료가 되었다. 기증은 개인이 소중히 간직해온 재산을 아무런 대가 없이 모두와 나누는 행위다. 그 어려운 결심 덕분에 수많은 관람객이 역사의 한 조각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국립해양박물관에는 지금까지 186분(기관 포함)에 의한 7320점의 해양자료가 기증되어 있다. 국립해양박물관은 이러한 귀중한 기증을 통해 해양문화유산을 지키고, 그 가치를 널리 알리고 있다. 바다를 건넌 청화백자가 전하는 이야기는 과거의 무역과 예술, 그리고 오늘의 나눔과 공존을 함께 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