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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뉴스’ 흥행이 나에겐 굿뉴스…대스타 앞 집요한 연기 열정 빛났다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 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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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 있었던 ‘요도호 납치사건’
- 역사서 지워진 韓 관제사 역할
- 설경구·류승범에 존재감 안밀려

- “캐릭터가 가진 열정에 연대의식
- 극장 가게 만드는 배우 되고파”

뭔가를 미치게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기분이 고양된다. ‘좋아하는 마음’은 전염력이 강해서 그 애정과 열정이 주변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홍경과의 만남이 그랬다. 영화를 향한 사랑이 각별하다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가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난 영화가 정말 좋다. 이것만 하다 죽어도 될 정도로 사랑한다”고 말하는 남자를 보며 생각했다. ‘아, 이 사랑은 불치병이군!’ 넷플릭스 블랙코미디 영화 ‘굿뉴스’(감독 변성현)는 영화를 향한 홍경의 사랑을 목도할 수 있는 작품이다.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에서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 홍경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요도호 납치 사건 다룬 영화

‘굿뉴스’ 내용을 짧게 브리핑해 보자. 1970년, 일본 내 극좌테러단체 조직원이 일본 도쿄에서 후쿠오카로 가던 JAL기 요도호를 공중 납치(하이재킹)했다. 이들이 새롭게 설정한 목적지는 평양. 일본은 물론 한국 정부도 다급해진 건 매한가지였다. 긴박한 상황 속에서 한국 정부는 김포공항 주파수를 평양인 척 속여 비행기를 김포공항으로 유인하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김포공항을 평양공항처럼 꾸민 ‘몰래카메라’를 펼쳐 승객 구출에 나선다.

무슨 허무맹랑한 이야기인가 싶겠지만, ‘요도호 납치 사건’으로 알려진 실화다. 당시 승객들을 대신해 평양까지 자진해서 인질로 끌려간 일본 운수성 차관은 이후 ‘희생의 아이콘’으로 등장하며 영웅 대접을 받았지만, 통신 주파수 납치를 기획하고 성공시킨 한국 관제사의 존재는 독재정권 치하서 철저하게 지워졌다. 홍경이 연기한 ‘서고명’이 바로, 역사에서 지워진 관제사다.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홍경은 “블랙코미디를 비롯해 여러 가지 흥미로운 요소가 있었지만, 시나리오에서 제가 가장 매혹됐던 건 서고명이라는 젊은이 그 자체였다”라고 말했다. “뜨겁게 사랑하는 걸 향해 달려 나가는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에너지가 있는데, 그걸 서고명에게서 봤다. 이 친구가 가진 뜨거움이랄지 야망 같은 게 제 안에도 있기에 신났고, 동질감과 연대의식을 느꼈다”고 밝혔다.

영화를 준비하며 무엇 하나 치열하지 않은 게 없었다. 군인 역할을 위해 7㎏을 찌웠고, 관제사 캐릭터의 설득력을 위해 영어와 일어도 원어민 수준으로 습득했다. 변성현 감독을 붙들고 ‘서고명’에 대해 묻고 또 묻기도 했다. 준비 기간이 고되지는 않았을까 싶었는데, 돌아온 답은 반대다. “조금 우습게 들릴 수도 있는데, 어려운 건 없었다. 물론, 모든 신은 어렵다. 그런데 그런 어려움이 저에겐 재미있는 요소로 다가온다. 그리고 이번 작품은 프리-프로덕션 기간이 4~5개월이나 주어졌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주어졌는데, 제대로 못 하면 오히려 큰일 나는 일 아닌가.(웃음) 도망갈 곳이 없다는 마음으로 임했다.”

역사적 실화를 블랙코미디로 비튼 ‘굿뉴스’에는 연극적인 요소가 많다. 배우들 연기도 장르적 특성에 따라 다소 과장돼 있다. 그중 서고명만이 유일하게 현실에 발붙인 연기를 보여주는 것이 이 영화의 특징. 이에 대해 홍경은 “배우들의 통통 튀는 맛이 이 영화의 매력인 것 같다. 감독님이 제게 ‘고명이 영화의 심장’이라고 이야기해 주셨다. 거침없는 캐릭터 속에서 ‘어떻게 사람같이 느끼게 할 것이냐’를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 미션을 잘 완수해서일 것이다. 변성현 감독이 홍경을 두고 “비슷한 나이 또래에서, 한국에서 제일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은 이유는. 함께 연기한 설경구 역시 “집요하게 열심히 하는 배우”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 평가들이 단순히 작품을 함께한 사람들이 으레 하는 립서비스처럼 느껴지지 않은 건, 실제로 영화에서 홍경이 보여주는 존재감이 상당해서다. 설경구 류승범 전도연처럼 등장만으로 신을 잡아먹는 배우들 사이에서 홍경은 한 치도 밀리지 않는 연기력으로 시선을 잡아끈다.

한편 홍경은 설경구 전도연 류승범에 대해 “제가 사랑하는 무비스타”라고 표현했다. “빈말이 아니라 세 분과 함께 호흡할 기회를 만났을 때 ‘내가 찾던 라이프 찬스’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설레였고 저도 모르게 몸이 돌고 불타오르는 느낌을 받았다”며 존경의 마음을 내비쳤다. 그렇다면 세 명의 무비스타와 실제로 마주한 경험은 어떻게 남았을까. “신기함이 컸다. 어떤 과정을 거치시길래 그런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내시는지 옆에서 지켜봐도 사실 잘 모르겠더라. 뭔가 매직 트릭을 만난 것처럼 넋 놓고 봤던 것 같다”고 전했다.

홍경은 무비스타의 의미에 대해 “그 사람을 보기 위해 극장에 가게 만드는 존재”라고 정의 내리기도 했다. 이를 위해서는 “카리스마는 물론, 극장에서 보여지는 에너지도 있어야 한다”는 그는 “노력한다고 해서 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작품을 해나가면서 무비스타에 가까워져 보려 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20대를 함께 마무리한 ‘굿뉴스 ’

“진실은 간혹 달의 뒷면에 존재한다. 그렇다고 앞면이 거짓은 아니다”라는 (가짜) 명언으로 시작하는 ‘굿뉴스’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건 진실과 거짓이다. 흥미롭게도 홍경은 영화 ‘댓글 부대’(2024)에서 돈벌이 수단으로 온라인 여론을 조작하는 댓글부대 멤버 ‘팹택’을 연기한 바 있다. ‘사실을 믿는 게 아니라, 믿고 싶은 걸 믿는’ 현상에 대해 그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이것은 이미지를 먹고 사는 배우라는 직업인에게도 중요한 화두이기에 그의 생각이 더욱 궁금했다.

“배우로서 다양한 매력을 작품에 담아보려고 한다. 그런데 사람이라는 게 한 가지 모습만 있는 건 아니기에 때에 따라 왜곡될 수도 있고, 단정지어지게 되는 부분도 생기는 것 같다. 그럼에도 저 스스로 노력하는 건, 조금 더 넓은 시야로 이해해 보려 하는 것이다. 그런 마음을 담은 사람이었으면 좋겠고. 그리고 제가 이야기 이면에서 뒤통수를 때리거나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다면적인 인물이나 작품을 좋아한다. 배우로서도 그런 지점을 잘 활용해 보고 싶다.”

드라마 ‘D.P.’ ‘약한영웅 Class 1’ ‘악귀’, 영화 ‘정말 먼 곳’ ‘청설’ 등에서 다양한 얼굴을 선보여온 홍경에게 ‘굿뉴스’는 20대를 마무리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20대의 문을 닫는 작품이 ‘굿뉴스’라는 것에 대한 자부심도 엿보였다.

“감독님과 스태프들이 만들어 놓은 이 세계를 마주했을 때 오는 짜릿함 같은 게 있다. 제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자신 있게 ‘잘 만든 영화’라고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이 많은 프레임을 구성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고와 디테일과 애정이 들어갔는지가 느껴진달까. 그런 에너지가 밀도 높게 담겨 있는 작품이어서 보면 볼수록 좋아진다. 정말 한 땀 한 땀 공들여 만들어진 영화다.”

그 사랑으로 인해 함께 고생하는 건, 집에 있는 TV다. “요즘 집을 나설 때 넷플릭스 ‘굿뉴스’를 틀어놓고 나온다. 지금도 제 TV가 열심히 일하고 있다.(웃음) 이 인터뷰가 끝나면 원격으로 다시 재생할 생각이다.”

홍경의 다음 차기작 행로는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이 해야 할 일은 확고하게 인지하고 있다. 인풋(input)을 위한 시간으로 채우는 것. “30대에 특별히 뭘 하겠다고 거창하게 정해놓은 건 없다. 그냥 책 많이 보고, 시나리오 많이 읽고, 좋은 작업자들을 만나고 싶다. 사실 영화 외에 좋아하는 게 딱히 없기도 하다. 그런데 이것만 하다가 죽어도 될 정도로 영화가 좋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최근 접한 ‘굿뉴스’가 있다면 어떤 뉴스인지를 물었다. 답은 명료했다. “‘굿뉴스’가 나왔다는 게, 저에겐 굿뉴스다.” 아, 이 지독한 영화 사랑이라니.

정시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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