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욕망과 현실 사이 허상 꼬집어
- 이불솜 활용 등 회화경계 확장
버스 안에 앉은 여인이 호피 무늬 가방을 소중하게 안고 있다. 창밖에는 호피 무늬의 표범이 서성인다. 멸종 위기에 놓인 진짜 표범과 그의 무늬를 가져온 호피 무늬 가방. ‘너를 이렇게라도 안아본다’란 제목의 작품은 호피 무늬를 몸에 지녀 강하게 보이고픈 인간의 욕망과 진짜 표범을 마주하기 어려운 현실 사이 허상을 꼬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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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정아 작가의 ‘너를 이렇게라도 안아본다’. 맥화랑 제공 |
리얼리즘 회화로 유명한 방정아 작가가 다양한 소재를 다룬 작품으로 관람객과 만나고 있다. 방정아 작가의 개인전 ‘물불 안 가리는 사람’이 맥화랑(부산 해운대구 달맞아길)에서 마련됐다.
방정아 작가는 현대사회의 모순과 일상의 균열을 예리하게 포착한 작품을 선보여 왔다. 최근에는 여성 환경 권력 등 사회적 이슈를 다룬 작품을 자주 선보였고, 지난 5월 오랜만에 참여한 아트페어 ‘아트부산’에서 대형 걸개형 천 작품을 전시해 화제가 됐다.
이번 전시에는 일상의 풍경에서 포착한 모순적인 순간을 담은 작품이 다수 소개됐다. ‘물도 좋고, 불도 좋다. 이것도 저것도 좋다는 말인가’란 물음에서 시작된 전시는 일상적인 순간을 담은 듯하지만 대립과 모순이 가득한 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이 깔려 있다. 특히 서로 무관해 보이지만 묘하게 맞닿은 이미지들의 공존이 두드러진다. 발끝을 파고드는 닥터피시와 무표정한 얼굴, 통통 뛰는 새와 저벅저벅 걷는 새, 얼룩말 무늬 이불을 코끝까지 덮은 채 누워 있는 사람 등 낯설고 이질적인 사물이 한 화면 안에서 만나며 우리의 일상 속 모순적인 부분을 은유하고 비튼다.
또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회화의 경계를 확장한 작업을 다수 선보였다. 캔버스 회화뿐만 아니라 한복 천을 활용한 설치 회화, 목화솜 이불의 솜뭉치 위에 그린 페인팅 등 새로운 물질성을 탐구한다. 그만의 실험적인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을 통해 회화의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방정아 작가는 “물과 불은 정반대의 속성을 가지고 있지만 어떤 경지에 도달하면 실은 물과 불을 가릴 필요가 없어진다”면서 “서로 구분할 필요가 없는 진정한 단계, 이를 삶과 연결 지어 이야기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다음 달 1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