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정말 아프기에 새가 되어 앉은 그대
구부러진 나무 끝에 곱게 앉은 모습이나
침중한 굳센 숨결로 석양을 다 안고 있다.
마을 재앙 막아주는 산색도 풀어놓고
한나절 빈 고을의 물소리도 새겨가며
해와 달 다스려가는 원과 정을 실었다.
풍수와 농사일을 마주 보며 화답하고
동서와 남북으로 영원을 응시하며
잃고 난 한 장 하늘도 장대 끝에 걸고 있다.
솟대는 민속 마을의 수호신을 상징하며, 마을 입구에 나무로 깎은 새를 붙여 세운 장대입니다. 과거 농경 사회에서는 풍년과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던 신앙적 도구였습니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여행지에서 솟대를 마주할 때면 장대 끝에 꼼짝없이 매달린 한 마리 새가 가슴 아프게 다가오곤 했습니다. ‘저렇게 발목이 잡혔으니….’ 안타까운 마음에 아무리 멋진 조각품이라도 시선을 거두고, 결국 하늘을 바라보곤 했습니다.
그러나 시인의 솟대는 박제된 신앙도, 단순한 조각품도 아닙니다. ‘침중한 굳센 숨결로 석양을 다 안고 있다’. 한 마리 새가 대자연의 석양을 품을 정도로 넉넉하게 서 있는 것입니다. 그 넉넉함은 고단한 현실 속에서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정신으로 다가와, 비좁은 내 마음을 부끄럽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