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의 기운과 함께 태어난 2002년생, 월드컵베이비 이병섭은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 큰 섬 거제에 살며 통영에서 수입된 활어들을 검량하는 일을 한다. 곧 대방어가 들어올 때란다. 가을도 가고 있다는 얘기다.
 |
| 스모킹 리의 싱글 이미지. 작가 제공 |
이병섭은 노래를 청하는 곳이 있다면 영화 ‘장군의 아들’에서 본 듯한 중절모와 양복을 차려입고 서울과 부산, 그 외 전국 방방곡곡 여행하는 대한민국의 블루스맨 ‘스모킹 리’가 된다. 블루스는 우리 땅의 선조들도 그러했듯, 한을 달래고, 흥을 올리고, 힘을 내기 위해 불렀던 흑인들의 노래들로 시작해 록, R&B, 힙합 심지어 K-Pop까지 모든 대중음악의 뿌리가 된 음악이다.
지난해 말, 영도 봉래사진실에서 있었던 김태춘의 공연에서 초대 가수로 등장한 스모킹 리의 무대를 처음 목격했다. 마치 2002년부터 쭉 그래왔던 것처럼 기타와 함께 노래하며 블루스를 유감없이 풀어냈다. 아주 희박한 확률로 블루스의 운명을 타고나는 이들이 있다. 하필 대한민국 땅에서 말이다. ‘세상에 이런 일이’에 제보해야 할 일이다. 모국어로 뜨끈하고 든든하게 말아주는 토종 블루스는 참 귀하고 소중하다.
 |
| 스모킹 리의 프로필 사진. 작가 제공 |
대한민국 블루스의 싱그럽고 푸른 새싹, 스모킹 리의 첫 싱글 ‘거제블루스’는 거제에서 날아온 가을편지 같다. 흥겨운 포크리듬을 타고 멀리 있는 친구들의 안부를 묻고, 그래도 감당할 만한 일상의 고난을 신세 한탄처럼 늘어놓다가 언젠가 함께할 좋은 날을 기약한다. 힙합 리듬에 맞춰 비싼 차 시계들을 자랑하는, 어쩌라고? 느낌의 스웩보다 이런 흥겹고 아련한 신세 한탄 쪽이 더 정겨우며 여유롭고 멋스럽게 느껴진다. 반복해 듣다 보면 스모킹리라는 블루스맨에 대해 내적친밀감이 심하게 치솟는 부작용이 있지만, 그래도 반복을 멈추기는 싫을 만큼 매력 있는 토종블루스다.
스모킹 리는 오는 17일 거제 라이브클럽 언드und에서 하헌진, 카우칩스와 함께 ‘최남단블루스’ 공연을 앞두고 있고, 25, 26일 양일간 펼쳐지는 서울국제블루스페스티벌에 참여한다. 머지않아 새로운 싱글과 EP를 발표한 후 더욱 활발하게 블루스 여행을 이어 갈 스모킹 리에게 주현미 선생의 옛 노래 가사로 답장을 대신한다. “아아 블루스 블루스 블루스 연주자여 그 음악을 멈추지 말아요.(눈물의 블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