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152> 분청사기철화삼엽문병

고려말 청자 쇠퇴 시대변화 속 장인의 자유로운 예술혼 품어

  • 김아정 부산박물관 조사연구팀 학예연구사
  •  |   입력 : 2025-10-01 18:59:32
  •  |   본지 1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15세기 계룡산 분청사기 대표작
- 공납용 아닌 독창적인 개성 담아

조용한 수장고 한 편, 묘하게 시선을 끄는 도자기 한 점이 있다. 거칠게 바른 흰 흙 위에 철화로 그린 세 장의 잎사귀가 선명하다. 단정하면서도 자유롭고, 소박하면서도 당당하다. 500년 전 장인의 손끝에서 태어난 분청사기철화삼엽문병(粉靑沙器鐵畵三葉紋甁)이다.
부산박물관 소장 분청사기철화삼엽문병.
이 병은 15세기 충남 공주 학봉리 가마에서 제작된 계룡산 분청사기의 대표작이다. 바람이 스친 듯 흩뿌린 백토와 대담하게 그려진 잎사귀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이는 귀얄과 철화라는 기법이 어우러진 결과다. 귀얄은 넓은 솔로 흰 흙을 빠르게 발라 거친 질감을 남기고, 철화는 철분 안료로 무늬를 그리는 방식이다. 이 병에 표현된 것은 모란의 잎으로, 꽃을 생략한 ‘모란엽문(牡丹葉紋)’이다. 세 장이 모여 삼엽문(三葉紋)을 이루며, 모란이 지닌 부귀와 번영의 뜻을 담고 있다.

고려 말, 고려청자가 쇠퇴하고 자기소가 해체되자 도자기를 굽던 장인들은 전국 각지로 흩어졌다. 장인들은 정착한 곳에서 도자기를 만들기 시작했고, 청자를 만들던 회청색의 흙으로 새로운 종류의 그릇을 만들어냈다. 그것이 바로 조선 전기 약 150년간 유행했던 분청사기이다. 당시 분청사기는 왕실 또는 관아에 공납되었는데, 1460년대 경기도 광주에 관요가 설치되면서 지방의 공납용 분청사기 생산은 줄어들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변화는 오히려 장인의 개성과 지역적 특색이 드러나는 작품들을 탄생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공주 학봉리 가마에서 제작된 계룡산 분청사기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학봉리 가마는 ‘세종실록 지리지’에도 기록된 충청도의 주요 자기소였다. 여기서는 거친 귀얄의 손맛과 대담한 철화 문양이 어우러진 독창적인 분청사기가 만들어졌다. 부산박물관 철화삼엽문병도 그 흐름 속에서 탄생한 작품으로, 시대적 변화 속 장인 정신이 잘 드러난다. 일정한 규격에 맞춘 공납용 분청사기에서 벗어나면서 장인마다 다른 감각과 자유로움이 녹아들었다. 이 삼엽문 병 역시 생활 용기를 넘어, 자신만의 예술혼을 품은 기록이다.

분청사기는 다양한 장식 기법을 통해 장인의 감각을 고스란히 담아낸 도자기다. 부산박물관 소장 분청사기철화삼엽문병 역시 거친 귀얄 안에 빛나는 자유로움이 깃들어 있다. 500년 전 변화의 시대 속에서 장인들이 자신의 색을 담았듯, 오늘날 우리도 각자의 개성을 표현하며 시대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3. 3부산 이전 1차 공공기관 4곳, 수도권에 여전히 495명 잔류
  4. 4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5. 5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6. 6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7. 7부산행 KTX 하부 패널 파손…승객 300명 열차 갈아타
  8. 8부산국제영화제 11년 만에 ‘관객 20만’ 재돌파
  9. 9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10. 10[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1. 1[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2. 2[속보] 김민석 "'조희대 탄핵 추진' 논의 공식화"
  3. 3이 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담아내야" 국회에 개헌 논의 촉구 (종합)
  4. 4北,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2종 시험발사(종합)
  5. 5이헌승 "국제신문 실질적 대주주 조사 미흡" 질타에 부산노동청장 "다음주 면담"
  6. 6李대통령 지지율 39%, 하락세 멈췄다…민주 36% 국힘 27%
  7. 7李대통령 “국무회의 비공개 동의못해…할말 못하는 국무위원 없다 확신”
  8. 8李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수록 개헌, 국회가 나서달라”
  9. 9이 대통령, 김지용 첫 출근에 "피아구별 없이 엄중 수사하길"
  10. 10이혼소송 중 주소 노출…서울고법원장, 아내 살해 공무원 사건에 “제도개선”
  1. 1부산 이전 1차 공공기관 4곳, 수도권에 여전히 495명 잔류
  2. 2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3. 3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4. 4누리호 탄 군집위성, 발사 14시간 만에 첫 지구 촬영 성공
  5. 5‘신뢰 시그널’ 없는 증시…외인 이달만 18조 투매
  6. 640돌 수산무역협회도 부산시대 연다
  7. 7부산 9월 취업자 9000명 늘었지만…'경제허리' 40·50대 3만명↓
  8. 8모건스탠리 “고물가 고착화 위험에 한은 내달 금리 올릴 듯”
  9. 9부산항에 석유 보세구역…북극항로 선박연료 생산·공급
  10. 10AI 투자 회의론 고개…글로벌 반도체주 ‘먹구름’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3. 3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4. 4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5. 5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6. 6부산행 KTX 하부 패널 파손…승객 300명 열차 갈아타
  7. 7고성서 세계적 산악인 엄홍길 대장과 함께하는 등산축제
  8. 8“장림항 레저보트 철수명령 정당” 대법 확정
  9. 9예고 임용강사·학원장 겸직, 전국서 부산예고 가장 높아
  10. 10거짓자백 받았나…法, 17년전 ‘창원 택시기사 살인’ 재심청구 인용
  1. 1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2. 2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3. 3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4. 4[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5. 5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6. 6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9. 9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10. 10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윤상건-Creature
박지은- little talk-Venice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경비원 /박필상
자화상 /최은지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역사 왜곡 논란에도 ‘암살자(들)’ 정상…애니 ‘극장판 치이카와’ 예매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5일 (음 9월 5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4일 (음 9월 4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신라 말 고운 최치원이 비 오는 가을밤에 읊은 시
생육신 남효온이 가을 강변의 풍경을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