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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쫓는 범, 오복 부르는 용…글로벌 문화코드가 된 韓 무속 전통

전통 미술의 상징 코드-상징으로 읽는 옛사람들의 마음/허균 지음/돌베개/2만2000원

  • 박현주 책칼럼니스트
  •  |   입력 : 2025-09-25 18:33:20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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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성공을 두고 한국적 무속 전통이 어떻게 세계적 문화 코드로 작동할 수 있는지 분석하는 시각도 활발하게 뒤따른다. 작품 속에서 중요한 설정으로 등장하는 ‘혼문’은 길상·벽사의 개념과도 닮아 있다. 그 외에도 ‘케데헌’에는 많은 상징적 요소가 녹아 있다.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과 경외, 그리고 그것을 통해 삶의 의미와 질서를 찾으려는 보편적 욕망이 작품 속 한국적 상징과 잘 이어져 있다. ‘케데헌’이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그들도 우리 전통의 상징에 담겨 있는 보편적 욕망에 공감해서가 아닐까.

국립중앙박물관의 소장품 ‘까치호랑이 그림’. 부작화에 자주 등장한 맹수이다. 돌베개 제공
옛사람들은 나쁜 기운을 막고 복을 불러들이기 위해 그림·조형물·건축물에 다양한 상징을 담았다. 귀신은 두렵지만 동시에 삶을 지켜주는 존재였고, 죽음은 끝이 아닌 또 다른 여정의 시작이었다. 허균의 ‘전통 미술의 상징 코드-상징으로 읽는 옛사람들의 마음’은 길상과 벽사, 삶과 죽음, 공간과 천문관 속에 담긴 전통의 지혜를 풀어낸다. 오늘 우리의 삶에서도 여전히 이어지는 상징의 문화적 힘을 보여주는 책이다. 현재 한국민화학회 고문으로 활동하는 허균은 ‘옛 그림을 보는 법’ ‘사찰 장식, 그 빛나는 상징의 세계’ ‘궁궐 장식’ 등을 쓴 저자로 잘 알려져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나쁜 기운이 삶을 위협한다고 생각했던 옛사람들은 이를 막기 위해 어떻게 했을까. “해마다 정초에는 궁궐과 양반가에서 용·호랑이·문신(門神) 등을 그린 그림을 대문에 붙였고, 일상생활에서는 사귀를 쫓는 부적 또는 부작화(그림 같은 부적)를 집 안팎에 붙여 놓거나 몰래 지니고 다녔다.” 이 대목을 읽는데, 책갈피처럼 끼워져 있는 호랑이 그림엽서를 발견했다. 책에도 실려 있는 ‘까치호랑이 그림’(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이다.

그림을 따라 맹금과 맹수들이 자주 등장하는 부작화를 다룬 내용을 찾아보았다. 호랑이가 주인공인 벽사용 그림에는 단독으로 호랑이만 그린 것과 까치와 호랑이를 함께 그린 까치호랑이 형식,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다. 그림에는 문구를 적기도 한다. 한자 문구의 의미만 소개하면 이렇다. “눈앞의 사악한 귀신을 이로 씹어 없앤다.” “숲에서 나온 맹호가 삼재(화재·수재·풍재)를 몰아낸다.” “용은 오복을 부르고, 용맹한 호랑이가 삼재를 몰아낸다.” “소나무는 서릿발을 능가하는 기개가 있고, 호랑이 장수는 사악한 것을 몰아내어 소멸시킨다.” 설명을 보니 호랑이 그림엽서도 든든하다.

복을 부르고 화를 물리치고자 했던 옛사람들은 하늘의 이치에 따르는 삶을 바람직하게 여겼고, 그 속에서 평안과 행복을 구했다. 궁궐의 현판, 절의 장식, 집안의 작은 부적까지, 삶의 안녕과 행복을 빌었던 옛사람들의 마음은 모두 하나의 코드처럼 연결되어 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그 흔적은 남아 있다. 삶의 안녕과 행복을 바라는 보편적 욕망은 어느 시대나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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