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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유럽 관객 기립박수 받은 부산시향…‘K-클래식’ 위상 높이다

‘무직페스트 베를린’ 피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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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손 위한 피아노 협주곡’ 등 무대
- 박영희 작곡가 “굉장한 일 벌어져”
- 홍석원 지휘자 “단원 자랑스러워”
- 25일 뮌헨 ‘무지카 비바’ 개막공연

부산시립교향악단(부산시향)의 독일 순회 공연 첫 무대가 성공적으로 끝났다. 아시아를 제외한 28년 만의 해외 무대에서 부산시향은 홍석원 수석객원지휘자와 인상 깊은 연주를 펼쳐 여러 차례 기립 박수를 받으며 유럽에 ‘K-클래식’의 위상을 알렸다.
부산시립교향악단과 홍석원 수석객원지휘자가 지난 23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필하모니 메인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무직페스트 베를린 폐막 공연에서 박영희 작곡가의 곡 등을 연주한 뒤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조봉권 선임기자
지난 23일 오후 8시(현지시간) 세계 클래식 음악(현대음악 포함) 중심지로 꼽히는 독일 베를린의 유서 깊은 공연장 ‘베를린 필하모니’ 메인 오디토리움에서 부산시향의 연주가 펼쳐졌다. 부산시향이 초청을 받은 이 현장이 ‘무직페스트 베를린’의 폐막 공연이었다는 점은 더욱 의미가 크다.

부산시향은 이날 공연에서 박영희 작곡 ‘소리’(1980) ‘여인아, 왜 우느냐? 누구를 찾느냐?’(2023), 모리스 라벨 작곡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1930), 올리비어 메시앙의 명상적 교향곡 ‘승천’(1933), 시벨리우스 교향곡 제7번을 연주했다. 피아니스트 벤김이 협연자로 나와 탁월함과 매력을 한껏 보여준 ‘왼손을 위한 협주곡’이 강렬하고 폭넓은 객석 호응을 끌어냈고, 시벨리우스 교향곡 제7번이 맺힌 것을 풀고 애도하며 품어주는, 자연의 숨결 같은 느낌을 냈다.

무직페스트 베를린 폐막 공연에서 만난 박영희 작곡가.
그런 가운데 박영희의 ‘소리’는 현대음악의 낯선 감성·감각 속에 생명의 쟁강거림을 절묘하게 품고 표현하는, 완연한 새로움을 선보였다. 1980년대 작품이라고 느낄 수 없었다. 현대음악 특유의 불협화음이 단지 차가운 느낌이나 단절감, 혼돈만 가리키지 않고 혼돈(카오스) 속 생기와 생명을 표현했다. 부산시향이 이런 특성을 섬세하게 표현한 점은 주효했고 객석의 큰 호응을 받았다.

부산시향 전체가 움직인 이번 공연은 무직페스트 베를린과 뮌헨 무지카 비바의 예술감독을 함께 맡은, 클래식 음악 중에서도 현대음악 부문의 거물 빈리히 호프가 독일에서 오래 음악을 익힌 홍석원 지휘자와 협업해 틀을 짰다는 부분은 꽤 알려졌다. 그 중심에는 오랜 세월 독일에서 활동한 거장 작곡가 박영희(80) 선생의 놀랍도록 깊고 생명력 있는 음악 세계를 재조명하는 기획이 들어 있었다.

박영희 작곡가는 1980년 관현악곡 ‘소리’를 시작으로 서양의 현대음악과 동양·한국의 정서·지식·세계관을 넘나드는 놀라운 작업을 펼치며 독일의 대학에서 음악을 가르치고 2020년 베를린 예술대상을 비롯한 많은 상을 받았다. 이날 무직페스트 베를린 공연을 보러 온 이 거장에게 “본인 작품이 부산시향 연주로 폐막 작품의 핵심으로 공연되는데 기분이 어떤지” 물었다.

그는 말했다. “이 일은 ‘기분’이라는 (작은) 낱말에 담을 수가 없어요. 실은 지금 굉장한 일이 벌어지는 중인 겁니다. 작은 나라 한국이 이렇게 큰 페스티벌에 이렇게 초청되니 함께 기뻐할 일입니다.” 거장의 이 한마디가 크게 이해를 도왔다. 아시아 오케스트라 최초로 부산시향이 무직페스트 베를린 폐막 공연 단체로 베를린 필하모니 무대에 선 일은 한국 교향악단의 높아진 수준과 신뢰성을 반영한다.

공연이 모두 끝난 뒤 빈리히 호프 예술감독에게 소감을 물었다. 그는 “판타스틱”이라고 외치듯 답했다. 그는 “이번에 우리와 함께 훌륭하게 작업해 준 홍석원 지휘자가 한국에서 활동하니 부산과 교류는 앞으로도 더 해나갈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당연하게도 우리 축제는 다양성의 가치를 중시하며 실천한다. 다양성 가치를 통해 우리는 서로 공감하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향은 오는 25일 뮌헨으로 가 ‘무지카 비바’에서도 공연한다. 부산문화회관 차재근 대표이사는 “부산시향의 뮌헨 무지카 비바 공연은 2025/2026년 시즌의 개막 공연”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음악계에서 명성이 아주 높다는 두 축제에서 폐막 공연과 개막 공연을 맡는다는 건 부산시향은 물론 국내 클래식계에도 큰 의미를 가진다. 차 대표는 “클래식 음악은 전 세계 판도에서 여전히 유럽의 벽이 높다고들 진단한다. 오늘 공연은 매우 좋았다. 부산시향의 사례가 계기가 되어 한국의 오케스트라, 부산의 음악계가 더 활발하게 외국 페스티벌 등으로 나가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부산시향 구성원의 소감이 어땠을까? 먼저 백승현 부지휘자에게 물었다. “이 페스티벌은 세계 음악계에서 중요도가 정말 높다. 단원들이 정말 잘 준비했기에 공연을 잘 끝냈다고 본다. 많은 분의 노고 덕분이다. 저 개인으로는 박영희 작곡가께서 객석에 계신 상황이라는 점이 매우 특별했고 공부가 되었다.”

공연 직후 빈리히 호프 예술감독은 애초 예정에 없었던 뒤풀이 자리를 부산시향 단원들을 위해 마련했다. 오랜 기간 긴장 속에서 지낸 단원들의 표정도 모처럼 한결 밝아 보였다. 홍석원 지휘자에게 소감을 묻자 그가 답했다. “단원들이 자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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