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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150> ‘사인참사검’(四寅斬邪劍)

호랑이 기운 담은 조선의 칼, K-팝 영화 속 무기로 재탄생

  • 김유정 부산박물관 조사연구팀 학예연구사
  •  |   입력 : 2025-08-20 19:03:41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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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치 이념 담긴 왕실 의장용 칼
- 조선의 애민정신 깃든 상징물

최근 공개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케이팝 슈퍼스타 그룹 ‘헌트릭스’ 멤버들이 평소에는 무대 위에서 노래하고 춤추지만, 무대 밖에서는 초자연적 위협으로부터 세상을 지키는 비밀 임무를 수행한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어 대사와 한식, 전통을 차용한 의상과 소품 등이 어우러져 넷플릭스 글로벌 순위 1위를 기록했고, 삽입곡은 빌보드 차트에 오르며 문화적 파급력을 보여주고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해 화제가 된 조선 왕실 의장용 칼 ‘사인참사검’. 별자리가 장식되어 있어 천문학적 세계관이 깃들어 있다. 부산박물관 제공
특히 주인공들이 손에 쥔 무기는 모두 우리 전통 무기에서 영감을 받았다. 고대 헌터들이 석장(錫杖), 쌍검, 각궁(角弓)을 사용했던 것처럼, 영화 속에서는 사인검(四寅劍), 곡도(曲刀), 언월도(偃月刀), 신칼 등이 등장한다. 그중 주인공 루미가 쓰는 사인검은 조선 왕실의 의장용 칼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사인검은 호랑이의 기운을 담은 칼이다. 조선에서는 호랑이가 강한 양의 힘으로 사악한 기운을 물리친다고 여겼다. 특히 ‘사인(四寅)’이라 불리는 인년(寅年), 인월(寅月), 인일(寅日), 인시(寅時)가 모두 겹칠 때만 제작할 수 있어 그 벽사적 의미가 특별하다.

태조 이성계는 건국 직후인 1398년에 처음 사인검을 제작하여 조선의 통치 이념을 상징적으로 담았다. 이후 왕실의 의장용으로 전해졌으나, 조선 후기로 내려오면서 점차 자취를 감추었다. 다행히 최근 장인의 복원 작업으로 다시 그 맥을 이어가고 있다.

사인검의 검신 한쪽에는 ‘사인검’ 또는 ‘사인참사검’이라는 글자가 새겨지고, 다른 한 면에는 금·은으로 입사한 별자리가 장식되어 있다. 이 별자리는 단순한 문양이 아니라 왕이 하늘의 뜻을 읽어 재해를 예방하고 백성을 편안하게 하기를 바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곧, 사인검은 조선의 천문학적 세계관과 애민 정신이 깃든 상징물이다.

현재 호랑이의 기운을 담은 인검은 약 30여 점이 전해지며 대부분 국·공립박물관에서 소장 중이다. 부산박물관에도 금 상감으로 장식된 사인참사검 1점이 기증되어 소중히 보관되고 있다.

오늘날 전통에서 영감을 받은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계기로 수장고에 잠들어 있던 이 유물을 다시 꺼내어 조명해 본다. 백성을 생각하던 조선 임금의 마음과 그 문화를 이어온 우리의 자긍심을 되새기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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