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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68> 서해 선상횟집

파도는 안주요, 갈매기는 벗이라…부산 옛 선상횟집 그리워지는 맛

  • 최원준 시인·음식문화칼럼니스트
  •  |   입력 : 2025-08-05 19:10:11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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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부가 직접 잡은 활어로 회 떠
- 배에 차린 식당서 손님에 대접
- 서산·당진·신안 등 여전히 성업
- 가히 피서지의 복달임이라 할만

- 옛 송도·광안리 포장유선 문화
- 이젠 다 사라져 추억으로 남아
- 관광객 이끌 콘텐츠로 되살리길

찜통더위가 한창이다. 그만큼 시원한 바다나 계곡을 찾는 이도 줄을 잇는 삼복이다. 이때, 더위도 식히면서 맛있는 음식으로 몸까지 보하면 더할 나위가 없는 피서이겠다. 피서지의 복달임이 소소하게 유익한 이유이기도 하다.

피서지의 보양식은 여러 가지 있겠으나, 그중 시원한 바닷가에서 맛보는 생선회는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넘실대는 푸른 바다에 눈이 시리고, 철썩이는 파도 소리에 온몸이 청량해진다.

갓 썰어내어 살점에 영롱한 무지갯빛 감도는 생선회 한 점, 그리고 차디 찬 소주 한 잔 곁들여 입에 탁 털어 넣으면, 캬~! 무슨 미사여구가 필요하겠는가? 게다가 기왕이면 이색적인 장소에서 독특한 방식으로 생선회를 장만하고, 팔고, 먹는다면 그 묘미는 한층 더하겠다.

■서해안의 명물 ‘선상횟집’

선상횟집의 풍류를 찾아 충남 서산시 삼길포 해변에서 마주한 바다를 배경 삼아 차린 해산물 한 상.
얼마 전 서해안 일대를 다녀왔다. 충남 서산 당진 등지를 돌아들며 서해랑길 몇 코스를 걸었다. 길을 걷다가 잠시 자리하는 곳에는 내내 바다가 있었고, 그 주변으로는 맛깔스러운 서해의 해산물이 미각을 북돋웠다.

그 가운데 인상 깊었던 것이 서해안 몇 곳의 선상횟집들이다. ‘선상횟집’이란 말 그대로 배 위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곳이다. 어부가 직접 잡은 활어를 배 위에서 바로 회로 떠 포장해 주는가 하면, 배 위에 식당을 차려놓고 생선회를 먹게 해놓은 곳도 있다. 그리고 유람선 옆으로 어선을 붙여서 즉석에서 회를 떠서 관광객에게 건네기도 한다. 충남 서산시 삼길포항의 ‘회떠는 선상’과 당진 왜목항의 ‘선상횟집’, 전남 신안군 홍도의 ‘유람선 선상횟집’이 그런 곳이다.

서산 삼길포항에 들어서면 해안가 한 곳에 큰 부교가 하나 떠 있다. 서해의 밀물과 썰물의 수심에 따라 부교가 떴다 가라앉았다 하는데, 이곳에 어선 수십 척이 고기잡이를 위해 드나드는 것이다. 어선들이 정박을 하면 각자의 뱃머리에 그들 배 이름의 팻말을 달아놓고, 직접 잡은 물고기나 해산물을 선상에서 판다.

출어한 배들이 속속 들어올 즈음이면 한 무리의 사람이 이곳 삼길포 선상어시장으로 모여든다. 갓 잡아 온 활어를 즉석에서 회로 먹을 수 있기에 모이는 손님이다. 철 따라 도다리 간재미 우럭 광어 놀래미 농어 등과 주꾸미 낙지 소라 등속의 해산물이 선상에서 바로 먹음직스런 회로 변신을 한다. 1만~3만 원 정도면 생선회 한 도시락을 살 수가 있다. 이 생선회를 어선 앞 부교에서 바로 먹을 수도 있고, 회초장집이나 인근 바닷가에서 자리를 펴고 먹을 수도 있다.

어선이 정박한 선상부교를 거닐어본다. 어선마다 자신의 배 이름을 쓴 깃발이 만장처럼 펄럭이고, 잡아 온 해산물 종류도 직접 써서 내걸었다. 배 위에서는 사고파는 흥정이 벌어지고, 몇몇 배 안에서는 어부의 아낙이 연신 생선회를 장만하고 있다.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이나 활기가 넘쳐 파시가 따로 없다.

마침 부부 어부가 함께 손님을 기다리던 어선에서 간재미와 멍게, 해삼 등을 구입한다. 물칸에서 직접 꺼낸 해산물로 능숙하게 회를 장만한다. 이를 들고 삼길포 해변에 자리를 깔고 회 한 점 맛본다. 간재미는 오도오독 씹는 식감이 좋고 해삼은 들큼하면서도 오돌도돌하다. 멍게는 쌉싸름한 것이 입맛을 다시 돌려준다.

소주 한 잔 낮술은 발밑까지 다가와 찰박이는 파도와 회 한 점 기다리는 갈매기 떼를 오랜 벗처럼 맞이한다.

■배에서 바로 뜨는 회, 신선함 일품

충남 당진시 왜목마을 선상횟집 전경.
삼길포항에서 서해의 긴 방조제를 따라 다시 걷다 보면 바닷바람 사이로 갯벌의 짠내와 달큰한 단내가 동시에 실려 온다. 이러구러 걷다 보면 당진의 왜목해수욕장이다. 그 한 편으로 방파제가 하나 서 있고, 이곳에 어선 두세 척이 배 위에서 해산물을 먹을 수 있도록 ‘선상횟집’을 운영하고 있다. 모두 제철 활어회와 해산물을 한 접시 넉넉하게 담아내는 것이 특징이다.

대낮부터 이미 많은 사람이 선상횟집 목로 의자에 앉아 생선회를 즐기고 있다. 배는 물결 따라 일렁이고 마주 보이는 해안 절벽은 사람 시야에서 오르락내리락한다. 모두들 배에 둥둥 떠서 회를 먹는다. 소주 한 잔에 하늘이 보이고 생선회 한 점에 푸른 바다가 출렁인다. 조수간만의 차 때문에 생선회를 먹는 중간중간에도 수심 따라 배를 이동하며 바다를 달리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서해에서 또 하나의 선상횟집은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홍도에 있다. ‘유람선 선상횟집’이 그것이다. 홍도의 명물, 홍도유람선을 타고 홍도의 해안 절경을 관광하다 보면, 어느새 작은 어선 한 척이 다가와 즉석에서 생선회를 판다. 유람선 옆에 정박하고 갓 잡은 우럭 광어 노래미 등 활어를 배 위에서 듬성듬성 투박하게 썰어 크게 한 접시씩 유람선 관광객에게 건네는 것이다. 홍도 유람선만이 가지는 아주 주요한 음식 콘텐츠이기도 하다.

이렇듯 우리에게는 예부터 뱃놀이로 풍류를 즐기는 선비문화가 있었다. 배를 타고 강이나 바다 위에서 자연을 감상하며 시를 짓고 노래를 부르며 향기로운 술과 음식으로 친목을 다졌던 것.

서산시 삼길포항의 선상횟집 모습에 활력과 매력이 있다.
한때 부산서도 바다에서 뱃놀이를 하는 문화가 있었다. 송도해수욕장의 ‘포장유선’이다. 사공이 노를 저어 송도 바다 위를 떠다니면, 포장 안에는 손님이 술과 음식을 앞에 두고 노랫가락 한 소절의 낭만을 누렸다.

특히 연인끼리는 생선회 한 접시 앞에 두고 밤바다를 하염없이 떠다니며 사랑을 속삭이기도 했다. 검은 바다 위로 한 점씩 꽃 송이가 피어오르듯 수십 척 유선이 밤바다를 밝히던 시절이었다.

광안리해수욕장 동편 민락수변지역에는 방파제 주변으로 수상가옥 형태 횟집들이 열 지어 있었다. 바다 위 수상횟집에서 찰박이는 파도소리 들으며 싱싱하고 쫀득한 회 한 접시 먹는 재미 또한 더없이 달고 차졌다. 지금은 여러 이유로 ‘사라져 버린 추억’이 됐다. 참으로 아쉬운 기억이다.

부산은 한 해 300만 명의 외국인이 방문하는 대한민국 최대 관광도시이다. 그리고 예나 지금이나 바다의 도시다. 동서로 길게 이어진 해안선을 따라 동해와 남해의 지형과 특성을 두루 가지고 있다. 내로라 하는 전국구 해수욕장도 여럿 있어 다양한 해양 관련 콘텐츠가 잘 발달해 있기도 하다.

이러한 부산의 특수성을 잘 살려 선상레스토랑, 수상가옥레스토랑 등 음식콘텐츠들을 개발하고 부산만의 씨푸드를 제공하는 것은 어떨까? 씨푸드와 함께 이에 걸맞은 부산 해양공간의 장소성을 연계하면, 부산 관광 위상을 높이고 새로운 미래 먹거리 창출에도 크게 이바지할 수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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