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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서는 안될 정신적 가치가 숨쉬는 곳이 고택”

국제아카데미 22기 13주차 강의- 김주태 대한민국명품고택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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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 영월 조견당 지키며 살아
- 정책 제안하며 고택 보존에 매진

“안동 임청각, 경주 최부잣집, 구례 운조루, 강릉 선교장, 논산 윤증고택 그리고 영월 주천 조견당… 대한민국 명품 고택에서 우리 후손이 배우고 간직할 것이 참 많습니다.”

김주태 대한민국명품고택협회장이 고택에 깃든 정신과 이야기 자원에 관해 강연하고 있다. 프리랜서 황예찬
지난 18일 롯데호텔 부산 펄룸에서 열린 국제아카데미 22기 13주 차 강연에 대한민국명품고택협회 김주태 회장이 강사로 나섰다.

주제는 ‘이 시대 왜 고택(古宅)인가?-한국 고택의 현실과 미래’. 숱한 고난 속에서도 굳건히 서 있는 우리 고택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강물처럼 쏟아졌다. 김 회장은 고택이 간직한 무궁한 이야기와 정신, 고택을 활용하고 향유할 정보를 들려주었다.

그는 자신을 “고택이 운명인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1987년 MBC 문화방송에 입사해 2022년 정년 퇴직한 김 회장은 천생 기자, 평생 언론인으로 살았다. 그런 그에게 ‘돌아갈 곳’이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 고가옥길에 조견당(照見堂)이 있습니다. 1827년 완성된 집입니다. 저는 조견당을 짓고 가꾼 집안의 후손으로 현재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조견당을 지키며 삽니다.” 조견당은 전통이 그대로 깃들어 있되 현대의 여행객이 불편 없이 묵을 수 있는, ‘한국관광품질인증’을 받은 명소로 거듭났다.

“제법오래 고택 보존 활동을 펼쳤습니다. 정부·지자체에 정책·시책을 제안하고, 호소하고, 법을 만드는 일에 참여했지요.” 그는 저서 ‘명품고택 명품강의’(2017년) ‘문화평론가 김주태 기자 고택을 만나다’(2025년)를 냈다.

“안동 임청각은 독립운동가 석주 이상룡(1858~1932·상해임시정부 초대 국무령) 선생 집안의 서릿발 같은 정신이 살아 숨 쉽니다.” 석주 이상룡 선생 집안은 일제가 국권을 침탈하자 서간도로 이주해 치열하게 독립운동을 펼쳤다. 그때 이 명문가가 겪은 고초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일제는 중앙선 철도를 놓으면서 일부러 선로를 임청각 마당으로 지나가게 하고 집을 파헤쳤습니다. 그래서 옛날 사진을 보면 임청각 지붕은 철가루가 덮여 붉습니다.”

김 회장은 “많은 분이 노력한 끝에 문재인 정부 시절 임청각 복원이 결정돼 오는 10월께 완공될 예정”이라고 알려줬다.

경주 최부잣집이 지역 공동체를 품고 보듬은 이야기에 이어 구례 운조루 사연을 김 회장이 풀어냈다. “조선 영조가 왕실 목수를 보내 건립을 도왔을 만큼 중요한 건물입니다. 풍수에서 최고로 치는 금환낙지·금구몰리·오보교취의 명당이죠. 이 부잣집이 한국전쟁 직후 공비의 습격 때도 살아남았습니다.”

운조루 한쪽에는 배고픈 사람 누구라도 쌀을 퍼갈 수 있는 곡식 통이 있었다. 공동체와 미래를 생각하는 정신과 인심 덕분에 운조루는 난리 때도 보존됐다. 논산 윤증 고택에는 책을 찍는 인쇄시설과 자체 교육기관이 있을 정도였는데도 간소하게 제사를 지내는 등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기풍이 있었다. 강릉 선교장, 영월 조견당에도 숱한 기억과 사연이 녹아 있다. 김 회장은 “이들 고택에는 우리가 더는 잃어서는 안 될 정신적 가치가 숨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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