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145> 연산동 고분군 M3호분 출토 검릉형행엽(劍菱形杏葉)

칼 모양 행엽(말을 꾸미는 장식), 가야문화의 상징

  • 강승희 부산박물관 교육홍보팀 학예연구사
  •  |   입력 : 2025-06-04 18:38:15
  •  |   본지 1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우리 민족의 미적 감각은 일상의 소박함 속에서도 빛을 발해왔다. 신석기시대 토기의 빗살무늬부터 조선시대 갓의 단정함에 화려한 갓끈을 더하는데 이르기까지, 절제와 세련미가 공존하는 전통은 오랜 세월 이어져 왔다. 이러한 감각은 고대의 중요한 이동 수단이었던 말(馬)의 장식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말을 장식하는 데 사용한 다양한 종류의 행엽. 위 사진부터 심엽형행엽(연산동 고분군 M3호분), 검릉형행엽(연산동고분군 M3호분), 편원어미형행엽(연산동 고분군 M10호분). 부산박물관 제공
삼국시대에는 재갈 안장 등자와 같이 말을 탈 때 꼭 필요한 마구 외에도, 말의 가슴걸이나 후걸이에 매달아 장식하는 ‘행엽(杏葉)’이 발달했다. 행엽은 단순한 치레를 넘어 신분과 권위를 드러내는 상징물이었다.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발전한 행엽은, 초기에는 하트 모양의 ‘심엽형(心葉形)’이 주로 사용되었으며, 이후 신라에서는 물고기 꼬리 모양을 본뜬 ‘편원어미형(扁圓魚尾形)’이 등장해 한층 더 화려한 장식이 가능해졌다.

가야 지역에서는 끝이 칼끝처럼 뾰족한 ‘검릉형(劍菱形)’ 행엽이 독자적으로 발전했다. 검릉형행엽은 그 형태에서 이름을 얻었으며, 5세기 중엽 이후 대가야를 대표하는 말 장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행엽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각 지역의 문화적 자부심과 권력의 상징이기도 했다.

부산 연산동 고분군 M3호분에서 출토된 검릉형행엽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약 8.6㎝ 크기의 이 유물은 철제 판 위에 얇은 금동판을 입혀 정교하게 제작되었다.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당시 장인들의 뛰어난 기술과 미적 감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검릉형행엽은 가야권의 독자적 문화와 신분의 상징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부산 지역이 주변 세력과 활발히 교류하며 자신만의 문화를 발전시켰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이다.

부산박물관에서는 이 검릉형행엽을 비롯해 다양한 형태의 행엽을 직접 만나볼 수 있다. 심엽형에서 편원어미형, 검릉형으로 이어지는 행엽의 변천사를 따라가다 보면, 고대 부산 지역이 어떻게 자신만의 문화를 일구고, 또 주변과 교류했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작은 말 장식 하나에도 시대의 미의식과 권력, 장인의 솜씨가 스며 있다. 박물관에서 이 유물을 마주하는 순간, 부산이 지켜온 문화의 깊이와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새롭게 발견하게 될 것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3. 3부산 이전 1차 공공기관 4곳, 수도권에 여전히 495명 잔류
  4. 4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5. 5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6. 6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7. 7부산행 KTX 하부 패널 파손…승객 300명 열차 갈아타
  8. 8부산국제영화제 11년 만에 ‘관객 20만’ 재돌파
  9. 9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10. 10[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1. 1[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2. 2[속보] 김민석 "'조희대 탄핵 추진' 논의 공식화"
  3. 3이 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담아내야" 국회에 개헌 논의 촉구 (종합)
  4. 4北,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2종 시험발사(종합)
  5. 5이헌승 "국제신문 실질적 대주주 조사 미흡" 질타에 부산노동청장 "다음주 면담"
  6. 6李대통령 지지율 39%, 하락세 멈췄다…민주 36% 국힘 27%
  7. 7李대통령 “국무회의 비공개 동의못해…할말 못하는 국무위원 없다 확신”
  8. 8李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수록 개헌, 국회가 나서달라”
  9. 9이 대통령, 김지용 첫 출근에 "피아구별 없이 엄중 수사하길"
  10. 10이혼소송 중 주소 노출…서울고법원장, 아내 살해 공무원 사건에 “제도개선”
  1. 1부산 이전 1차 공공기관 4곳, 수도권에 여전히 495명 잔류
  2. 2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3. 3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4. 4누리호 탄 군집위성, 발사 14시간 만에 첫 지구 촬영 성공
  5. 5‘신뢰 시그널’ 없는 증시…외인 이달만 18조 투매
  6. 640돌 수산무역협회도 부산시대 연다
  7. 7부산 9월 취업자 9000명 늘었지만…'경제허리' 40·50대 3만명↓
  8. 8모건스탠리 “고물가 고착화 위험에 한은 내달 금리 올릴 듯”
  9. 9부산항에 석유 보세구역…북극항로 선박연료 생산·공급
  10. 10AI 투자 회의론 고개…글로벌 반도체주 ‘먹구름’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3. 3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4. 4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5. 5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6. 6부산행 KTX 하부 패널 파손…승객 300명 열차 갈아타
  7. 7고성서 세계적 산악인 엄홍길 대장과 함께하는 등산축제
  8. 8“장림항 레저보트 철수명령 정당” 대법 확정
  9. 9예고 임용강사·학원장 겸직, 전국서 부산예고 가장 높아
  10. 10거짓자백 받았나…法, 17년전 ‘창원 택시기사 살인’ 재심청구 인용
  1. 1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2. 2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3. 3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4. 4[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5. 5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6. 6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9. 9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10. 10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윤상건-Creature
박지은- little talk-Venice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경비원 /박필상
자화상 /최은지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역사 왜곡 논란에도 ‘암살자(들)’ 정상…애니 ‘극장판 치이카와’ 예매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5일 (음 9월 5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4일 (음 9월 4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신라 말 고운 최치원이 비 오는 가을밤에 읊은 시
생육신 남효온이 가을 강변의 풍경을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