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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 꺼낸 바다 <40> 뻘배, 봄 갯벌을 누비며 삶과 지혜를 싣다

바지락·꼬막 채취 1인용 어업도구…생계수단 넘어 ‘생태 친화적’ 유산

  • 권유리 국립해양박물관 학술연구팀장
  •  |   입력 : 2025-05-07 18:56:00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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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과 국립해양박물관은 ‘박물관에서 꺼낸 바다’를 공동으로 기획해 2023년 5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격주로 39회에 걸쳐 연재한 바 있다. 일시 중단했던 이 기획연재를 8일부터 새로 시작한다. 부산 영도구 동삼동 국립해양박물관이 소장한 풍성한 해양문화 콘텐츠를 이 박물관의 탁월한 연구진이 격주로 재미있게 들려준다.

부산 국립해양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근대 시기 뻘배와 바구니. 국립해양박물관 제공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오면, 갯벌은 생명을 깨우듯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진흙 속에 잠들어 있던 바지락과 생명들이 꿈틀대고, 고요한 갯벌 바닥에 작은 움직임이 감지되기 시작한다.

그 갯벌 한가운데를 누비며, 사람과 자연을 이어주는 특별한 배가 있다. 바로 뻘배이다.

뻘배는 갯벌에서 바지락이나 꼬막 등을 채취하기 위해 제작된 1인승의 전통 어업 도구이다. 배의 넓적한 바닥은 뻘 위에서 무게를 분산시켜 뻘 속에 빠지지 않도록 돕고, 작업자는 한쪽 다리를 배 위에 올린 채 다른 다리로는 갯벌을 힘차게 밀며 원하는 방향으로 이동한다. 뱃머리가 들려 있는 독특한 형태 덕분에, 작업자는 갯벌에 박히지 않고 미끄러지듯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배의 옆면에는 나무판자에 철사를 촘촘하게 박아 만든 ‘기계’ 또는 ‘써레’라고 불리는 도구를 부착해서 사용하기도 하는데, 갯벌을 밀고 나아갈 때, 조개류가 철사에 걸려 올라오게 하며, 이렇게 채취한 조개는 바구니에 담아 운반한다. 이 과정은 사람의 기술과 자연의 조화가 만들어낸 갯벌 어업의 지혜를 보여준다.

갯벌을 삶의 터전으로 살면서 가꿔 온 이 어업 방식은 단순한 생계 수단을 넘어 생태 친화적이고 지속 가능한 전통어업 방식으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보성 뻘배 어업’은 그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중요어업유산 제2호로 지정됐다. 해양수산부는 2015년부터 전통 어업 활동과 그 결과로 나타난 해양 경관, 어업 문화를 보호하기 위해 ‘국가중요어업유산’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국립해양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뻘배 역시, 단순한 어업 도구를 넘어 갯벌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삶과 지혜를 담고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생활감이 느껴지는 철사, 긁힌 나무판, 고무 바구니 자국 하나하나가 갯벌과 함께 살아온 이들의 노동과 기억을 담고 있다. 지금은 많은 작업이 기계로 대체되었지만, 뻘배는 여전히 남아 우리에게 공존의 방식을 생각하게 한다. 뻘배는 갯벌 생태계와 인간의 지혜가 만난 결과물이며, 세대를 거쳐 전승되어 온 생활문화유산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뻘배를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이나 생태 교육을 통해 지역 어촌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문화 자산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국립해양박물관이 이를 소장하고 전시하는 일은 사라져가는 해양민속의 가치를 보존하고,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전해야 할 소중한 기억을 전달하는 의미 있는 일이다.

※국립해양박물관·국제신문 공동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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