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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인 손녀가 찾아낸 ‘독립투사 서영해’

수지가 만난 세계- 에리카 피셔 지음/윤선영·배신수 옮김/산지니/2만2000원

  • 박현주 책 칼럼니스트
  •  |   입력 : 2025-04-24 19:23:50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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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해임정 파리 특파원’ 서영해
- 유럽인 부인과 아들 낳았지만
- 20세기 격동의 세계사 속 이별
- 손녀 수지, 할아버지 삶 관심
- 독립운동 흔적 따라 역사 탐험

“남겨진 것은 유전자이다. 검은 머리, 검은색 눈에 한국 음식을 맛있어하는 두 명의 손녀, 그리고 한 명의 증손녀가 그렇다. 특히 수지는 할아버지 서영해의 갈색 피부를 물려받았다. 또 남겨진 것은 지구 반대편에 있는 새로운 친척들, 그리고 지금까지 서영해의 손녀 수지와 스테파니 자매가 크게 인식하지 않고 살았던, 세계 속의 또 다른 지역에 대한 관심이었다.”
독립운동가 서영해. 오른쪽 사진은 수지(왼쪽)와 스테파니 자매. 둘 사이 가운데 있는 이는 스테파니의 딸 프리다. 산지니 제공
수지의 할아버지 서영해는 1902년 부산 초량에서 태어났다. 3·1운동에 참가한 뒤 중국 상하이 임시정부를 거쳐 프랑스에서 유학하며 한국의 독립과 임시정부 외교 활동에 힘쓴 인물이다. ‘백범 김구의 파리 특파원’이란 별명을 얻을 만큼 유럽에서 맹활약했으며, 해방 후 초대 외무장관 지명이 유력할 정도였다. 하지만 광복 후 국내 정치의 분열과 갈등으로 중국에 머물다 1960년께 북한에서 생을 마감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한민국 정부는 1995년에야 서영해에게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그의 삶이 재조명되고 있어 다행이다.

서영해에게는 오스트리아 출신 부인 엘리자베스 브라우어가 낳은 아들과 2명의 손녀, 1명의 증손녀가 있다. 에리카 피셔의 ‘수지가 만난 세계’는 서영해의 손녀 수지 왕이 저자와 함께 할아버지의 발자취를 더듬어 거슬러 올라가는 여정을 담은 역사탐험 서사다.

서영해는 프랑스 파리에서 엘리자베스 브라우어를 만나 짧은 결혼생활을 했다. 엘리자베스와 그 사이에는 스테판이라는 아들이 태어났지만 서영해와 그의 한국 가족은 스테판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스테판 역시 평생토록 친아버지가 누구인지 제대로 알 수 없었다.

오스트리아에서 나고 자란 수지는 어느 날, 자신이 한국 독립운동가의 손녀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수지는 모르고 지낸 자신의 역사를 찾기 위해 할아버지 서영해, 할머니 엘리자베스 흔적을 따라 세계 곳곳을 방문했다. 그 발자취는 부산 서울 비엔나 파리 상하이 등에 널리 퍼져 있었다. 이들의 삶을 따라갔을 뿐인데 수지는 20세기의 격동하는 세계사를 만났다.

수지와 인척 관계인 작가 에리카 피셔는 “이 책은 조선을 식민지화했던 일본 제국뿐만 아니라,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의 파시스트들에 맞서 싸운 자유 투사에 관한 이야기다”고 말하며, 서영해의 투쟁이 세계사의 일부임을 강조했다. 따라서 이 책은 한국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의미 있는 역사적 기록이다.

할아버지와 그의 조국에 관해 잘 몰랐던 지구 반대편 손녀 수지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2016년 수지와 스테파니 자매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대한민국 독립운동 심포지엄에 참가했다. 2019년에는 독립운동 100주년 기념행사 참석을 위해 서울에 왔다. 2023년 수지는 에리카 피셔와 함께 서영해와 그의 독립운동을 기록한 책을 오스트리아에서 냈다. 수지는 할아버지가 평생을 바친 독립운동과 20세기 한국 역사를 오스트리아에 전하고 있다. 조선의 유구한 역사를 알리고 독립운동의 정당성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살았던 할아버지 서영해의 유지를 손녀 수지가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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