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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141> 대한도기 장식용 도자 접시

피란화가 생계수단 ‘장식용 도자접시’, 한국전쟁 참혹함 속 피어난 전시예술

  • 하근영 복천박물관 학예연구사
  •  |   입력 : 2025-04-09 18:27:36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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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5년이 지났지만, 그 흔적은 여전히 우리 삶 곳곳에 남아 있다. 그러나 어둠 속에서도 빛이 존재하듯, 전쟁의 참혹함은 전시예술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예술을 탄생시켰다. 특히 임시수도 부산에서는 다양한 예술 활동이 꽃피었는데, 대한도기주식회사의 장식용 도자 접시가 그 대표적 사례이다.
대한도기의 그네뛰기 그림 접시. 부산박물관 제공
전쟁 중 부산으로 피란 온 화가들은 생계를 위해 대한도기의 장식용 도자 접시에 그림을 그리는 일을 했다. 대한도기는 1917년 부산 영도에 설립된 일본경질도기주식회사를 모체로, 1950년대 한국인에게 인수되며 근대 산업도자기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국내 최대의 제조사로 성장했다.

한국전쟁기 대한도기는 전사(轉寫) 필름을 활용한 산업도자 외에도 부산 주둔 외국인 병사나 외교관 등을 대상으로 한 핸드페인팅 장식용 도자 접시를 본격 제작했다. 생활고를 겪는 피란 화가들을 고용해 대형 백자 접시에 정교한 핸드페인팅을 시도했으며, 이는 지영진이 대표이사 재임기에 집중 양산되었다. 지영진은 화가 변관식에게 도자기 제작의 자문을 구했으며, 김우영(화가 나혜석의 남편)의 소개로 부산에 피란 온 김은호를 작업에 합류시켰다. 이 과정에서 김환기 이중섭 황염수 등 유명 화가들이 참여한 것으로 기록되며, 이들의 작품은 UN군·외교관 선물용으로 각광받았다.

대한도기의 장식용 접시는 지름 30㎝ 이상 대형이 많으나 소형으로도 만들어졌다. 앞면에는 다색 안료를 사용해 정교한 그림을 표현했으며, 뒷면에는 회사 마크와 한글·영문 제목을 적고 ‘Hand Painted’라는 문구를 추가해 대량 생산품과 차별화했다. 또 굽에 2~3개의 구멍을 뚫어 벽에 걸 수 있도록 하여 ‘걸개 접시’라 불리기도 했다.

그림은 크게 산수화 인물화 풍속화 서양화 4가지 계열로 구분된다. 특히 ‘화방’ ‘신부단장’ 등 인물화 계열과 ‘연날리기’ ‘그네타기’ 등 풍속화 계열의 그림 접시는 한국적 정서를 담아낸 대표적인 기념품으로, 1950~1970년대 해외에 한국 문화를 전파하는 데 기여했다. 나중에는 도안을 전사 필름 기술을 활용해 대량 생산하기도 했다.

피란 화가들은 장식 도자 접시의 핸드페인팅 작업을 자신의 예술적 지향과 무관한 생계 수단으로 여겼다. 대부분 실명을 밝히지 않았으며, 대중적 수요에 맞춘 그림본 사용으로 작가를 밝혀내기 매우 어려운 면이 있다. 그러나 이 접시들은 도자산업과 회화예술의 융합 사례로 미술사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한국전쟁기 부산에서 탄생한 이 작품들은 풍성한 이야깃거리로 대중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힘을 가진 부산만의 독특한 문화 자산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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