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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59> ‘무늬오징어’는 ‘흰꼴뚜기’

오징어와 차원이 다른 쫀득함…식도락가만 몰래 즐긴 귀한 어종

  • 최원준 시인·음식문화칼럼니스트
  •  |   입력 : 2025-04-01 18:31:05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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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핏 갑오징어 닮은 무늬오징어
- 사실은 꼴뚜깃과인 ‘흰꼴뚜기’
- 제주 남해 통영 등 바다에 분포

- 쫄깃쫄깃하고 오돌토돌한 식감
- 부위별 풍미와 감칠맛도 다양해
- 유통량 적어 소수만 먹어왔지만
- 해수온도 오르면서 개체수 증가

얼마 전 제주도에 며칠 다녀왔다. 늘 하듯이 제주 음식문화 관련 취재와 제주토박이 인터뷰 등을 진행했고, 올레길 해안 코스와 오름 하나를 걸었다. 저녁에는 ‘활고등어회’와 ‘홍해삼’, ‘흑돼지 근고기’ 등을 즐기기도 했다. 마지막 날 밤에는 제철을 맞은 제주 ‘무늬오징어회’로 근사한 저녁을 맛보았다. 특히 무늬오징어회는 오랜만에 봄의 미각을 제대로 일깨워 주었다.
잘 장만한 제주 무늬오징어회. 무늬오징어는 식감과 감칠맛, 풍미가 탁월해 ‘맛의 삼박자’를 고루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공급량이 적어 먹기 힘든 식재료였지만 최근 개체 수가 증가해 맛볼 수 있는 곳이 늘고 있다.
한때 바닷가 사람들이 오징어류의 맛을 평가할 때, ‘오징어가 보리밥이면 한치가 쌀밥, 갑오징어는 찰밥’이라고 했다. 우리 주위에서 잡히는 오징어 맛의 특징을 절묘하게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은 무늬오징어가 제주를 중심으로 낚시꾼이나 정치망 등에 잡혀 조금씩 맛보게 되고, 그 맛에 눈을 뜬 이들이 늘어나면서 갑오징어의 명성을 위협하고 있다. 무늬오징어를 즐기는 이들에게는 오징어 중 단연 최고의 일미가 무늬오징어라고 한 목소리를 낸다. 식감이면 식감, 감칠맛이면 감칠맛, 풍미 또한 탁월해 맛의 삼박자를 고루 갖춘 ‘오징어류’라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무늬오징어는 다른 종류에 비해 그 크기가 월등히 커, 다양한 부위에서 여러 가지의 맛깔과 식감을 낼 수가 있기 때문이다.

■남해 연안서 볼 수 있는 어족

무늬오징어 다리로 만든 숙회.
‘무늬오징어’는 원래 학명으로 ‘흰꼴뚜기’이다. 분류체계로는 ‘두족(頭足)강 십완상(十腕上)목 꼴뚜깃과’에 속한다. 몸체는 타원형으로 그 끝은 둥글게 무딘 편이다. 얼핏 보기에는 ‘참갑오징어(갑오징어)’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참갑오징어와 달리 몸통 안의 내부 껍질인 ‘오징어 뼈’가 없다.

암수 각각 체색이 화려하고 독특한 얼룩무늬가 있는데 수컷은 투명한 몸통 껍질에 가로 줄무늬가, 암컷은 점무늬가 선명하고 또렷하다. 그러나 죽으면 몸 전체가 불투명한 하얀색으로 변한다. 그래서 ‘흰꼴뚜기’라는 이름이 붙었다고도 한다. 지역에 따라 ‘흰오징어’ ‘미스이까’ ‘천중어’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를 비롯해 거제 통영 등 남해 연안에 분포하는 난류성 어족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보다는 일본 근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어족이면서 분포 해역도 더 넓고 개체 수도 더 많다. 일본 이름으로는 ‘아오리이카(アオリイカ)’이며 ‘미즈이카(ミズイカ)’ ‘시로이까(しろイカ)’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다 큰 놈은 길이 30~60㎝, 체중 3~4㎏ 내외이며 큰놈은 5㎏이 넘는 것도 있다. 산란을 위해 수온이 오르는 3~5월에 제주 연안으로 이동해 연안의 해조류 군락에 알을 낳는다. 이즈음에 제주도에서는 루어낚시의 일종인 에깅낚시로 무늬오징어를 잡는다.

세계에 460여 종 분포하는 오징어류 중 우리 근해에서 흔히 볼 수 있고 먹을 수 있는 것은 80여 종으로, 그중 주요 수산자원으로서 가치를 갖는 오징어류는 ‘살오징어’ ‘갑오징어’ ‘창꼴뚜기’ ‘화살꼴뚜기’ ‘흰꼴뚜기’ 등 8종이 있다.

오징어는 생물분류학 상 두족(頭足)강 십완상(十腕上)목의 연체어류다. 흔히 두족류, 십완목 어류라고 칭한다. 머리와 다리가 붙어있는 어류들을 두족류라 부르는데, 우리가 주로 접할 수 있는 오징어 꼴뚜기 문어 낙지 등이다.

이중 여덟 개 발을 가진 두족류를 팔완목(八腕上), 열 개의 발을 가진 두족류를 십완목이라 부른다. 문어 주꾸미 낙지 등 대가리가 둥글고 갯바닥에서 서식하는 것들이 팔완목에 속하고, 오징어 꼴뚜기 등 몸이 날렵하고 몸에 붙은 지느러미로 유영하며 이동하는 것이 십완목이다.

십완목은 크게 나누어 오징어류와 꼴뚜기류로 분류된다. 오징어는 대표적으로 우리가 평소에 오징어로 부르는 ‘살오징어’와 몸속에 연갑(오징어뼈)을 지니고 있는 ‘갑오징어(참갑오징어)’, 남해에서 가끔 보이는 ‘날개오징어(대포알 한치)’가 대표적이다.

꼴뚜기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작은 몸체의 ‘반원니꼴뚜기’와 ‘참꼴뚜기’가 있고 대형종으로 제주 한치라 불리는 ‘창꼴뚜기’와 동해에서 어획되는 동해 한치인 ‘화살꼴뚜기’, 무늬오징어라 불리는 ‘흰꼴뚜기’가 대표적이다.

그러면 오징어와 꼴뚜기는 어떻게 구분할까? 우선 몸체인 외투막 옆에 붙은 지느러미(오징어 귀)가 오징어는 작고 짧은 데 비해, 꼴뚜기는 크고 외투막 옆으로 길고 넉넉하게 발달했다. 다리도 오징어는 몸체에 비해 길고 꼴뚜기는 짧다. 오죽하면 다리가 3㎝ 내외이기에 예부터 ‘한치(一寸) 정도의 짧은 다리’를 가지고 있다고 ‘한치’라고 불렀을까. 그리고 꼴뚜기는 눈이 하얗고 테두리의 막(눈꺼풀)이 두껍게 덮여 있는데 오징어는 테두리의 흰 막이 없다.

■‘운수 좋은 날’ 맛보는 귀한 식자재

무늬오징어 숙회.
흔히 이 무늬오징어 맛을 보는 날이면 운수 좋은 날이라고 한다. 그만큼 유통량이 적고 일정하게 공급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요즘 제주도에서 몇몇 식당이 낚시꾼들이나 어선과 계약해 물량을 확보, 전문적으로 무늬오징어회를 차려내는 곳이 생겼지만, 그나마 제철이 되어야 제대로 된 맛을 볼 수가 있다.

몇 년 사이 경남 통영과 부산 제주 등지에서 무늬오징어회 맛을 봤다. 통영에서는 상대적으로 그 크기가 작은놈을 맛보았는데, 입안으로 들어오는 청량감이 흡족했고, 식감 또한 다른 오징어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외투막이라 불리는 살 부분까지도 오돌오돌한 식감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부산에서 먹은 무늬오징어는 크기가 3kg 정도의 대물이었다. 그래서 외투막은 쫀득쫀득하고, 다리는 질기다 싶을 정도로 식감이 탄탄했다. 지느러미 또한 오독오독한 식감으로 즐길 수 있었다. 특히 먹다 남은 회를 숙회로도 즐겼는데, 들큼한 단맛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이번 제주도에서 맛본 무늬오징어가 가장 근래에 접한 놈인데, 이제껏 먹었던 것 중 최고의 맛이었다. 기실 무늬오징어는 크기가 있기에 부위에 따라 각기 다른 식감, 풍미와 감칠맛이 다양하고 풍성하다.

원래 무늬오징어는 둠벙둠벙 크게 썰어 먹으면 입안이 꽉 차는 풍성함은 있지만, 사람에 따라 씹기가 불편할 정도 질긴 식감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따라서 조리사의 세심한 칼질과 장만이 요구되는 음식이다.

제주도의 무늬오징어는 무늬오징어 전문 조리사가 직접 장만하는데 외투막은 적당히 얇게, 지느러미는 식감을 제대로 살리는 데 중점을 뒀고, 몸통은 씹기 좋게 잘게 썰어서 따로 장만해 놓았다.

긴 마름모꼴로 썰어낸 외투막 살은 쫀득쫀득하면서도 달큼하니 기껍고, 지느러미살은 오독오독한 식감이 씹는 내내 흔쾌하고, 다리와 붙은 몸통 살은 부드러운 살점과 꼬독꼬독한 연골이 어우러지며 아주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다양하게 곁들이는 양념과 소스 또한 무늬오징어와 잘 어울려서 좋았다. 히말라야 소금과 후추 등을 톡톡 뿌려도 잘 어울리고, 고추냉이 간장과 명란젓을 살짝 올려 먹어도 좋았다. 지느러미살과 함께 곁들인 깻잎 채는 근사한 식감과 달큼한 감칠맛에 향긋한 풍미까지 더해 흡족한 ‘입 속 풍요로움’을 제공하기도 했던 것이다.

제주도를 비롯해 남해안 낚시꾼이나 식도락가 등 소수의 사람만 즐겼고, 그 공급량도 적어 일반인은 잘 모르기도 하거니와 먹기도 힘들었던 무늬오징어. 최근 연안의 해수 온도가 오르면서 그 개체 수가 점점 증가하고 있기에, 무늬오징어회를 맛있게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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