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 활용해 山 그린 김상열 작가
- 40여 년 도자기 빚은 신철 작가
- 서로 다른 장르 어우러진 전시
재를 밑바탕에 깔고 색을 켜켜이 쌓은 서양화와 오랜 세월을 거쳐 완성한 장작 가마에서 구워낸 백자. 이질적인 장르이지만 세월의 깊이를 담아냈다는 점에서 마치 하나처럼 조화를 이룬 모습이다.
 |
| ‘달빛정원’전에 소개된 김상열 작가의 ‘Wind garden’ 시리즈 작품(왼쪽)과 신철 작가의 백자 달항아리. 메종 드 카린 제공 |
메종 드 카린(부산 해운대구 중동 달맞이길)에서 열리고 있는 김상열, 신철 작가 2인전 ‘달빛정원’은 서양화와 도자기라는 서로 다른 장르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전시다. 40년간 도자기를 빚은 신철 작가의 달항아리와 색면을 겹쳐 올려 산의 형상을 완성한 김상열 작가의 ‘Wind garden’ 시리즈가 주인공이다.
김상열 작가의 ‘Wind garden’ 시리즈는 산을 그린 작품이다. 그런데 깎아지를 듯한 절경의 입체적인 산이 아니다. 잔잔한 물결이 흐르듯, 평온하고 부드럽게 이어진 산이다. 유하게 이어진 산을 바라보고 있으면 산에 둘러싸여 명상하는 듯한 경험을 하게 한다. 그런데 산을 이룬 것은 첩첩이 쌓은 색이다. 서로 다른 농도의 색이 중첩되면서 깊이 있으면서도 신비로운, 몽환적인 분위기의 산이 형성됐다. 세월이 쌓이면서 형상은 부드러워졌지만 깊이가 더해진, 자연의 본질을 생각하게 하는 산이다.
그동안 작가는 나뭇가지 잎 등 식물의 이미지를 활용한 ‘Secret Garden’ 시리즈를 선보여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산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림의 스타일도 섬세하고 사실적인 면이 부각됐던 것에서 단순하면서도 율동적으로 바뀌었다. 특히 난로를 때고 남은 재에 미디엄을 섞어 그림 바탕에 바른 뒤 물감으로 색을 칠하고 또 칠하는 반복적인 작업을 통해 자연의 근본적인 에너지를 발현해냈다.
김상열 작가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기존의 작업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며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던 찰나 작업실을 둘러싼 산의 능선, 저수지의 물결이 눈에 들어왔고 작업 스타일도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선 면 색의 중첩을 통해 이미지를 단순화했지만 그 속에는 수많은 서사와 시간이 담겨 있기에 보는 이가 다양한 상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영남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그는 2022년 대구 올해의 중견 작가로 선정됐으며, 국립현대미술관과 대구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신철 작가가 선보이는 백자는 그가 인내한 세월을 고스란히 품어 빛난다. 그는 40년 넘게 도자기를 빚었고, 백자 작업을 한지 20년이 다 되어 간다. 수천 개의 달항아리를 빚은 그는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자신만의 장작 가마를 만들었고, 여기에 다양한 재료를 더해 작가 고유의 달항아리를 완성했다. 한국 전통의 미를 간직한 달항아리를 넘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조형적인 깊이를 탐구하고, 답을 찾은 것이다. 그렇기에 전시된 백자의 모습은 저마다 빛을 달리한다. 매끈하게 빛나는 백자가 있는가 하면, 복숭아 꽃이 핀 것처럼 꽃을 품은 작품도 있다. 표면은 다소 거칠지만 은은하게 빛나는 달항아리 역시 작가만이 만들 수 있는 빛을 지녔다. 바다를 품은 전시 공간에 모래를 뿌리고 백자를 얹어 자연의 빛을 투영한 달항아리는 자신이 가진 아름다움을 완연하게 뽐낸다.
신철 작가는 “처음에는 건강한 도자기를 만들겠다고 나섰지만 작업을 할수록 순하고 주변과 어우러지는 백자를 지향하게 됐다”면서 “이번에 전시한 백자는 저마다 깊이와 세월이 담긴 작품들”이라고 소개했다.
신철 작가는 단국대에서 도예를 전공했으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다양한 전시를 열어 백자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있다. 뉴욕 브루클린 박물관과 프랑스 파리 세르누치 박물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전시는 다음 달 9일까지. (051)731-98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