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133> 심사정 필 산승보납도

스님의 바느질은 일상 속 수행

  • 임설희 전시운영팀 학예연구사
  •  |   입력 : 2025-02-05 19:14:23
  •  |   본지 1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한 스님이 소나무에 걸터앉아 바느질을 하고 있다. 가만히 보니 자신의 가사(袈裟)를 깁고 있는 모양이다. 스님의 정면 앞 개울가에선 원숭이 한 마리가 실 한가닥으로 장난을 치며 놀고 있다.

심사정의 ‘산승보납도’. 부산박물관 제공
이 그림은 부산시 유형문화유산 ‘산승보납도(山僧補衲圖)’로, 중국 명나라의 화가 강은(姜隱)의 원작을 심사정이 재해석한 방작(倣作)이다. 방작이란 대가의 그림을 본떠 그리는 것을 이르는데, 그저 모양만 비슷하게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림의 속뜻을 살린다는 점에서 창작에 가깝다.

스님과 원숭이에 집중됐던 강은의 그림에 비해 심사정은 보다 충만한 산수(山水)를 배경에 그려 넣음으로써 자신만의 작품을 완성해 냈다. 스님이 앉아 있는 소나무는 대담한 필묵으로 표현되었으며, 그 필치의 절묘한 강약 조절은 산 중 노송의 입체적 형태를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부드럽게 그려낸 스님과 원숭이는 비교적 뚜렷한 풍경과 대비를 이루며 방작의 묘미를 드러내고 있다. 풍부하면서도 소란스럽지 않은 바위와 수풀은 산수화에 특히 뛰어났던 심사정의 면모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전체적으로 평온한 그림의 분위기는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의 평안을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적당한 운치가 보드랍게 담긴 이 작품은 심사정이 지녔던 문인화가로서의 격조를 가늠케 한다. 산승보납도는 비록 방작이기는 하나 조선 후기 회화사 연구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심사정의 개성 넘치는 화풍으로 충실히 재해석된 이 그림의 오른쪽 위에는 표암(豹菴) 강세황의 화평도 더해져 있다.

한편, 그림 속 스님의 바느질은 단순한 옷 수선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불교에서 가사(袈裟)는 석가모니가 강조한 검소함과 수행의 상징으로, 그 어원인 산스크리트어 ‘카사야(Kasaya)’는 본래 인도 사냥꾼들의 누더기 옷을 뜻한다. 스님들이 자신을 ‘납자(衲子)’라 부르고 승복을 ‘납의(衲衣)’라 칭하는 전통 역시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따라서 스님의 바느질은 일상에서 선(禪)을 실천하고 깨달음을 추구하는 수행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심사정은 조선 후기 대표 여섯 화가를 가리키는 ‘삼원삼재(三園三齋)’에 속한다. 삼원(三園)은 단원(檀園) 김홍도, 혜원(蕙園) 신윤복, 오원(吾園) 장승업을, 삼재(三齋)는 겸재(謙齋) 정선, 공재(恭齋) 윤두서, 현재(玄齋) 심사정을 의미한다. 심사정은 가난에 시달렸고 사회적으로도 소외되었지만, 그는 붓과 그림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며 수많은 걸작을 남겼다. 현재(玄齋) 외에도 묵선(墨禪)이라는 호를 사용한 심사정의 모습은 ‘산승보납도’ 속 수행자의 바느질하는 모습과 닮아있었을지도 모른다.

다사다난했던 2024년이 지나고 2025년 새해가 밝았다. 고요한 산중 스님의 모습을 바라보며, 우리의 어수선한 마음에 잠시 숨을 고르게 해보자. 마치 스님이 가사를 꿰매듯, 지친 우리 마음도 조용히 보듬고 싶어진다. 심사정의 ‘산승보납도’가 여러분 마음속에 작고 따뜻한 쉼표가 되길 바란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수의계약 vs 경쟁입찰…북항 돔 부지매입 공방
  2. 2“한국 핵 잠수함·전작권 전환, 美 민주 승리로 제약 커질 듯”
  3. 3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4. 4도시철 화명·수정역 사이 중간역 무산…용역비만 날렸다
  5. 5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6. 6‘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7. 7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8. 8시민공원서 버스킹 즐긴다…전용 공간 추진
  9. 9청해부대 임무, 호르무즈 650㎞ 앞까지 확대…해상초계기도 투입(종합)
  10. 10금정구 제2체육센터, 중투심서 또 고배
  1. 1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2. 2청해부대 임무, 호르무즈 650㎞ 앞까지 확대…해상초계기도 투입(종합)
  3. 3회생인가 촉구 시민 목소리 1차분 6일 법원 제출
  4. 4김민석, 신천지 논란에 “죄송…조사결과 공개해도 문제”
  5. 5곽규택 “산은, 대한항공이 통합 LCC 부산 설립 거부시 호반지원해야”
  6. 6신천지 의혹 역풍 휩싸인 김민석…계파갈등 격화(종합)
  7. 7전재수 시정 첫 행감…국힘, 기관장 인선 등 파상공세 예고
  8. 8부울경 全 국회의원 회생촉구 서명…노동청, 지광 출석 요구
  9. 9양당 모두 400억 토해낼 위기..선거법 개정 화두로
  10. 10“왜 사회적 지탄 대상 되려하나” 김대식, 지광에 회생 동의 촉구
  1. 1‘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2. 2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3. 3팔란티어 AI와 함께 만든다…부산 신발업체 창신 ‘혁신 점프’
  4. 42005 APEC 이벤트서 대표축제로…100만 인파관리 ‘근육’ 키웠다
  5. 5비수도권 미분양 적체…LH 매입 신청 86% 탈락
  6. 6비에 화약 젖을라 손길 분주…400m 대형 불꽃 ‘카운트다운’
  7. 7한 달 새 금융사 37곳 47만 건 해킹…털린 돈도 10억
  8. 8국내양식 향어 20여년간 간흡충 감염 ‘0’
  9. 9수능날 증시 10시 개장…애프터마켓 오후 5~8시
  10. 10부산 ‘에이지테크’ 해외 노크…日 시니어 시장 진출 길 열어
  1. 1수의계약 vs 경쟁입찰…북항 돔 부지매입 공방
  2. 2도시철 화명·수정역 사이 중간역 무산…용역비만 날렸다
  3. 3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4. 4시민공원서 버스킹 즐긴다…전용 공간 추진
  5. 5금정구 제2체육센터, 중투심서 또 고배
  6. 6오늘의 날씨- 2026년 11월 6일
  7. 7황령산 봉수대 영문 안내판 설치키로
  8. 8문 전 대통령 거제생가 복원, 진통 끝 시의회 통과
  9. 9김해·전주시장 “특례시 기준 낮춰달라”
  10. 10“日 15% 수익보장” 주식리딩방 사기…4억 넘게 가로채
  1. 1승부는 원점…‘홈런 공장’ 대구서 거포들의 전쟁
  2. 2페이즈 신들린 블로킹 9개…읏맨, 시작부터 웃었다
  3. 3태권도, 北 전통무술로 각인될라
  4. 4롯데 전설 故 최동원, 야구인 최초 ‘올해의 스포츠영웅’
  5. 5거인 4인방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첫 우승 이끈다…한동희·최준용 중책
  6. 6코르다, LPGA 올해의 선수상 조기 확정
  7. 7동의대 미식축구부 타이거볼 4강 진출
  8. 8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9. 9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10. 10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자연에는 길흉이 없다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여수 ‘돌산 갓김치’와 갓김치 음식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비밀이 사라진 섬, 농담으로 건네는 회한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알쏭달쏭 한자어 오독 소동 外
아이마다 다르게 자라는 이유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장 마리 해슬리-Gymnopedies(짐노페디)
배미정-나무에 기대어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극락암 벚나무 /홍종원
곰 두 마리 /황인숙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250만 넘은 ‘치이카와’ 4주째 1위…브래드 피트 ‘하트 오브 비스트’ 2위
‘치이카와’ 3주째 정상…관객 200만 돌파 올해 열 번째 영화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5일 (음 9월 26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4일 (음 9월 25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깊어가는 가을에 밤하늘 별을 읊은 이덕무의 시
조선 중기 문신 김인후가 소쇄원 단풍을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