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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하얼빈’ 현빈

세 번이나 거절한 안중근 役…감히 내가 할 수 있나 고민했죠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25-01-14 18:52:48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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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한 액션신이나 신파 대신
- 독립군 고난의 길 묵묵히 담아
- 서른 살 인간 안중근으로 변신

- 속옷까지 얼었던 신아산 전투
- 영하 40도 몽골 호수서의 촬영
- 연기 어려웠던 사형대 씬까지
- 정신적 압박 떨쳐낸 인생캐릭터

“까레아 우라, 까레아 우라!” 1909년 10월 26일 중국 하얼빈역에서 일본 제국주의의 우두머리인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독립운동가 안중근은 러시아어로 ‘대한민국 만세’인 ‘까레아 우라’를 크게 외쳤다. 지난달 24일 개봉한 ‘하얼빈’은 바로 독립운동사에 큰 획을 그었던, ‘하얼빈 의거’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갔던 안중근을 비롯한 독립군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안중근 의사를 연기한 배우 현빈이 있다.

영화 ‘하얼빈’에서 안중근 역을 맡은 배우 현빈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CJ ENM 제공
영화 ‘내부자들’ ‘마약왕’ ‘남산의 부장들’의 우민호 감독이 연출한 ‘하얼빈’은 1908년 안중근이 이끄는 대한독립의군부(대한의군)가 일본군에 승리한 함경북도 신아산 전투에서 시작해 1년 후 하얼빈 의거까지 다루며 목숨을 걸고 일본 제국주의에 저항한 독립군의 모습을 다룬다. 현빈은 조국을 빼앗긴 시대를 살아가며 목숨을 건 작전에 나서야 하는 안중근 역을 맡아 외로움과 결단력을 동시에 보여주는 섬세한 감정 연기를 보여준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현빈은 우리에게 익숙한 ‘안중근 의사’가 아니라 ‘안중근 장군’이라고 호칭했다. 그 이유에 대해 “안중근 장군은 철저히 군인이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대한의군 참모중장이셨고, 재판에서도 군법으로 재판받고 싶다고 하셨다. 군인으로서 나라를 지키고 국권을 회복하기 위해 살아오셨던 거다. 그런 지점에서 장군이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하얼빈’은 지금까지 한 작품 중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작품이었다”며 “이 작품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힘들게 촬영한 만큼 관객의 마음에 의미를 남길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랐다. 그의 바람대로 ‘하얼빈’은 과장되게 화려한 액션이나 애국심을 쥐어짜는 신파 없이 짙은 감동을 주며 지난 11일 관객400만을 돌파했고, 개봉 3주 차인 지난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굳건히 지키며 장기 흥행 채비를 마쳤다.

“안중근 장군이 1879년생이니까 거사를 치렀을 때가 서른 살이었다. 제가 서른 살 때 그런 생각과 결심을 할 수 있었을까라고 생각하면 쉽지 않았을 것 같다”는 현빈. “그래서 100년이 훨씬 넘은 지금까지 하얼빈 의거와 안중근 장군이 우리에게 크게 자리하고 있지 않은가 싶다”는 그에게 ‘하얼빈’과 안중근 장군이 되려고 했던 과정에 대해 들었다.

■삼고초려 끝에 받아들인 안중근

그는 조국을 빼앗긴 시대를 살며 목숨을 건 작전에 나서야 하는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 역을 맡아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CJ ENM 제공
사실 현빈은 우 감독에게 안중근 역을 제안받고 세 번이나 거절했다. 그럼에도 우 감독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두드렸고, 결국 현빈에게서 OK 사인을 받았다. 현빈은 세 번씩이나 고사한 이유에 대해 “안중근 장군에 대한 존재감과 상징성이 원체 커서 제가 감당을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계속 고사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우 감독이 제안을 할 때마다 시나리오의 퀄리티가 좋아졌고, 작품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역사 인물을 연기하고 싶은 욕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는 “‘배우로서 안중근 장군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또 올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훌륭하고 상징적인 인물을 연기해 보는 것도 굉장히 큰 영광이고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때 수락했다”며 삼고초려를 해준 우 감독에게 감사의 마음을 잊지 않았다.

출연을 결심한 현빈은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안중근이 아닌 ‘진짜’ 안중근의 모습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우리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거사를 치른 이유나 그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거사를 치르기 전의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라 자료들에 남아 있는 빈 공간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자료를 보며 어떤 생각으로 그런 행동을 했는지를 촬영하는 내내 계속 생각하고 찾아다녔다”며 안중근의 진면목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점을 밝혔다.

노력 끝에 현빈이 찾은 것은 ‘인간’ 안중근의 면모였다. 그는 “‘인간적으로 좌절이 없었을까?’ ‘거사를 치르기 전에 고민은 없었을까’를 생각했다. 예를 들어 신아산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지만 일본군 포로를 풀어줬기 때문에 결국 동지들이 희생당하는 것을 보았다. 그랬을 때 동지들에 대한 죄책감이나 미안함이 있었을 텐데, 그런 지점을 하나씩 알아가게 됐다. 그리고 그런 아픔 속에서도 계속 나아가야 하는 의지를 보여드리려고 했다”고 말했다.

■마음을 담아 임한 ‘하얼빈’ 촬영

영화 ‘하얼빈’에서 안중근이 대동강을 홀로 걷는 첫 장면. 영하 40도의 몽골 홉스골 호수에서 촬영했다. CJ ENM 제공
‘하얼빈’ 제작진은 실제 독립군들이 활동한 중국과 러시아를 가장 리얼하게 그려낼 수 있는 촬영지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서 만주와 지형이 닮은 몽골과 구소련의 건축양식이 남아 있는 라트비아, 그리고 신아산 전투를 담은 한국에서 6개월간 촬영을 진행했다. 현빈은 “영화를 시작하면서 고사를 지낼 때 우 감독께서 ‘고난의 길을 걸으신 그분들을 절대 쉽게 찍을 수 없다. 그래서 블루스크린 앞에서 우리는 촬영할 수 없다. 그러니 각오하고 촬영장에 오라’는 말로 시작을 했다. 이 영화는 통쾌한 한 방이 아니라 현재 우리를 있게 한 독립군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어서 저희는 묵묵히 그 목표를 가지고 촬영에 임했다”고 ‘하얼빈’ 팀이 가졌던 마음가짐을 전했다.

‘하얼빈’ 팀이 고생한 대표적인 장면은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신아산 전투다. 그 어느 전투 장면보다 치열하고 사실적으로 표현한 신아산 전투를 보고 있으면 정말 힘들게 촬영했겠다는 생각이 든다. 현빈은 “몇십 년 만에 폭설이 온 광주의 산에서 촬영이 진행됐다. 촬영하면 눈이 녹으면서 진흙밭이 되고, 속옷까지 다 젖은 상태가 됐다. 그리고 다음 날 가면 밤새 얼어붙어 다시 녹인 후에 촬영했다. 일주일 넘게 촬영이 진행됐는데 우 감독이 배우들한테 무척 미안해하셨다”며 진흙탕 속에서 뒹굴던 당시를 떠올렸다.

심적으로 힘들게 촬영한 장면은 안중근이 얼어붙은 대동강을 홀로 걷는 첫 장면이다. 한순간의 실수로 동지들을 떠나보냈다는 죄책감과 두려움에 맞서 독립에 대한 의지를 다지는 인간 안중근을 담은 이 장면은 실제 영하 40도의 강추위로 얼어붙은 몽골 홉스골 호수에서 촬영했다. 현빈은 “그곳은 공항에서 내려 비포장도로를 이틀에 걸쳐 16시간 동안 가야 했다. 그리고 홉스골 호수는 제가 듣고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추운 날씨에 끝없는 얼음판이 펼쳐졌고, 저 멀리 산이 몇 개 보였다. 얼어붙은 강 위에 홀로 서 있으면 끝이 어딘지도 잘 모르겠고, 춥고 외롭고 고독해지면서 여러 가지 생각들이 들었는데, 그것이 안중근 장군의 마음을 표현하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가 되는 이토 히로부미 저격 장면은 오히려 담담하게 촬영했다. 현빈은 “이 장면에서 클로즈업 샷이 없다. 우 감독님은 그냥 담백하게 처리하고 싶어 했고, 그래서 전체적인 상황만 보여준다. 그래서 저도 그곳에 가기까지는 너무 많은 생각과 고민이 있었지만 저격 장면은 그냥 담담하게 하자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저격 장면보다 현빈의 마음을 흔든 것은 뤼순 감옥에서 사형대에 올라 생을 마치는 장면이었다. 그는 “사형대가 굉장히 높았다. 한 발 한 발 올라갈 때 긴장감과 두려움이 있었다. 자료를 보면 안중근 장군은 담담하게 받아들이셨다고 하지만 인간으로서 느낄 수밖에 없는 두려움과 남아 있는 동지들에게 미안함을 느끼시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것을 보자기로 얼굴을 덮기 전에는 눈빛으로, 덮인 후에는 온전히 호흡만으로 표현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며 “보자기를 덮은 후의 숨소리는 울컥하는 마음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나왔던 호흡이었다”고 말했다.

‘하얼빈’에서 이전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얼굴을 보였다는 평을 들은 현빈. 그에게 안중근은 촬영을 마치고 오열할 정도로 큰 부담이었고, 그만큼 배우로서 새로운 성장과 변화를 주는 인생 캐릭터가 됐다. 마지막으로 현빈은 “관객분들에게 힘든 일이 닥치더라도 용기를 내고 묵묵히 걸어가다 보면 보다 나은 내일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전달됐으면 한다. 또 우리가 평안한 일상을 영위하기까지 독립 투사를 비롯해 많은 분의 희생이 있었음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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