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나 거기 있었어!
당선을 알려주는 전화를 받은 후에야 추억 조각이 폭죽처럼 터져 나왔다. 이십여 년 전, 국제신문을 매주 찾을 때가 있었다. ‘국제문예아카데미’ 강좌에서 글쓰기를 배우기 위해서였다. 작가님들의 세세한 가르침은 이제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도 수강생들이 발하던 열정과 부끄러움이 한 데 섞여 묘한 긴장감을 자아내던 강의 분위기는 또렷하다. 글쓰기의 막막함을 안주로 수강생들과 술잔을 기울이던 새벽과 강좌에 낼 소설을 쓰느라 한숨으로 밝힌 여러 밤도. 막막함에 기대어 건너가는 시간이 있다는 걸 그때 배웠다.
계산과 계산이, 확신과 확신이 충돌하는 현장에서 글로 밥벌이를 했다. 내가 많이 침식됐구나…. 몸과 마음이 신호를 보내기 시작할 무렵, 동화를 만났다. 등을 기대 숨을 돌릴 수 있는 어둑한 모퉁이, 딱 그랬다. 동화를 쓰고 싶다는 마음과 함께 막막함이 다시 찾아왔다. 연락이 끊겼던 친구가 돌아온 듯 반가웠다. 쓸 때마다 막막했고, 그래서 행복했다. 망설이고 서성인 기록의 일부를 들고 국제신문사를 찾았다. 젊은 막막함을 함께 해줬던 곳이라는 의식도 없이, 마치 당연하다는 듯. 그리고 그곳으로부터 당선이라는 새뜻한 막막함을 도로 받았다.
마술 같은 순간을 주신 국제신문과 심사위원님들께 먼저 감사 드린다. 가장 존경하는 부모님, 내 모든 글의 첫 독자인 아내, 글 쓰는 아빠를 항상 응원해 준 두 딸, 밥벌이의 전장에서 옆을 맡길 수 있는 윤세진 작가님, 모두에게 깊은 고마움을 전한다. 아! 응모작에 결정적 영감을 준 우리 집 사고뭉치, 다섯 고양이에게도. 아스팔트 위에서 겨울을 나야 하는 모든 생명에게 이 계절이 몇 꼬집만큼의 여우볕이라도 더 뿌리길 기도한다
▶약력=1975년 부산 출생. 부산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시나리오 작가. 부산 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