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에 비해 응모 편수도 많았지만, 시조의 정형을 잘 이해한 작품들도 많이 늘어 시조를 꾸준히 공부하는 사람의 증가세를 방증해 주었다.
고령화 사회가 반영돼 요양원·치매를 다룬 응모작이 눈에 많이 띄었다. 그러나 대부분 시적 성취를 거두지 못하고 있어 줄곧 아쉬웠다. 현 시국을 은유한 문장은 보이지 않았다. 부당한 현실을 고발하는 시선 또한 좀처럼 만나기 어려웠다. 응모자의 연륜을 짐작하게하는 인생을 관조한 작품이 하나의 추세임을 확인했다. 그중 오늘에 기반을 두지 않고 회고 정서로만 머문 경우는 심사위원의 눈길을 붙잡지 못했다.
여러 작품 중 논의를 거쳐 ‘몽돌밭’, ‘섶다리’, ‘수어手語 배우기’ 세 편이 마지막까지 남았다. ‘몽돌밭’은 시제가 비교적 낯익음에도 깊이 있는 사유로 안정감 있게 끌고 가는 화법에 신뢰가 갔다. 그렇지만 신선함이라는 측면에선 다소 밀리는 느낌이었다. ‘섶다리’는 ‘나무는 죽어서도 제 뼈를 내어준다’로 시작하는 첫 수 초장의 시상 전개가 돋보였다. 셋째 수에 이르러 잠시 관념에 기대는 사이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힘이 한풀 꺾이는 것 같았다.
‘수어 배우기’ 또한 첫 수 초장이 가슴을 두드렸다. 게다가 소리 없는 소리를 형상화하는 집중력도 높이 살 만했다. 함께 보내온 작품 역시 탄탄한 이미지가 흐트러짐 없어 높은 점수를 받았다. 김이령의 ‘수어 배우기’를 당선작으로 정한다. 수어는 한국수화언어법 제정 이후 한국어와 대등한 공용어 지위를 갖게 되었다. TV 뉴스에서 자막이 아닌 수어 통역사가 등장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자기 말만 앞세우면서 소통 단절이 점점 확산되는 모습을 보인다. 이에 소통의 실현을 전제로 하는 ‘수어 배우기’의 의미가 더욱 와 닿는 듯하다. 새로운 시조시인의 출현을 축하하며 빛나는 작품으로 다시 만나길 기대한다. 최종심에 오른 작품뿐만 아니라 당선권에 근접한 작품을 보내주신 분들의 노력에도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심사위원=정용국 이광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