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말이지만, 좋은 시는 자기만의 언어를 동반하면서 나온다. 자기만의 고유한 언어를 발굴하는 사람이 곧 시인이라는 말도 가능하겠다. 자기만의 언어는 시적인 언어만 단련한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삶을 관통하는 언어일 때 비로소 자기만의 언어가 되고 시가 된다. 저마다 달라야 하는 시의 언어는 저마다 다를 수밖에 없는 개개인의 삶을 터전으로 하기 때문이다.
예년보다 부쩍 늘어난 응모작을 읽어나가며 유심히 챙겨 본 것도 자기만의 언어였다. 자신의 삶을 관통한 자기만의 언어. 다수 응모작이 익히 알고 있는 엇비슷한 시적 언어를 못 벗어나고 있는 가운데, 자기만의 언어를 발견하기 위해 분투하는 작품도 드물지 않게 눈에 띄었다.
심사 막바지까지 남아서 거론된 작품은 ‘큐브의 방향’, ‘야간 산행’, ‘적당한 힘’이었다. 우선 ‘큐브의 방향’은 발상이 상당히 좋은 작품이었으나, 충분히 숙성하지 못한 채 발화되고 있다는 인상을 남겼다. ‘야간 산행’은 질문 하나로 시작해 그 질문을 끈기 있게 끌고 가는 솜씨가 좋았으나, 중간중간 시상을 산만하게 하는 장면이 꼭 필요했을까 하는 의문을 남겼다.
‘적당한 힘’ 역시 질문 하나로 시작해 그 질문을 끝까지 끌고 가는 방식으로 시상이 전개된다. 뒤로 갈수록 질문에 응답하는 문장들이 조금 더 폭발하듯이 쏟아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으나, 적절히 시상을 확장하면서 한 편의 시를 완성도 있게 제어하는 솜씨가 마지막에 신뢰를 주었다. 오랜 시간 시의 언어를 단련한 흔적이 역력한 ‘적당한 힘’을 논의 끝에 당선작으로 뽑았다. 축하드리며 오래 정진하시기를 빈다.
심사위원=정익진 김언 이제니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