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재휘의 시네필] 시대정신 거부한 조커, 폭도가 된 군중

조커 - 폴리 아 되

  • 조재휘 영화평론가
  •  |   입력 : 2024-10-24 19:07:51
  •  |   본지 1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이 칼럼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토드 필리스 감독 영화 ‘조커 - 폴리 아 되’ 한 장면.
“실체가 있어야 그림자도 있는 법. 그런데 실체가 사라진다면, 그림자는 어떻게 되는 거지?” - 구로사와 아키라 ‘카게무샤’(1980)

‘조커 - 폴리 아 되’(2024)는 짧은 애니메이션 시퀀스로 막을 연다. 리무진을 타고 극장에 도착한 ‘아서-조커’는 군중의 환호를 받으며 입장하지만, 분장실에서 ‘아서-실체’와 ‘조커-그림자’가 둘로 분리되더니, 그림자가 실체인 아서를 옷장에 가둔 채 토크쇼에 나간다.

더 환상적이고 만족감을 줄 수 있는 가상이 실체를 압도하고 대체한다는 ‘시뮬라시옹’의 테마. 무대에서 ‘조커-그림자’가 본인 행세를 하는 상황을 바로잡으려던 ‘아서-실체’는 무대 위에서 세 명의 경찰에게 폭행당하고 만다. (‘일루셔니스트’(2011)의 실뱅 쇼메가 담당한) 1940년대 루니 툰의 스타일을 따라 한 이 복고풍의 애니메이션은 영화 전체의 플롯과 핵심을 모두 담고 있다.

실체와 허상 간의 괴리, 그리고 그림자에 대한 통제력을 잃은 실체의 비극.

‘조커’(2019)에서부터 살인을 저지르고 범죄자가 된 아서 플렉(호아퀸 피닉스)과 그를 추종하며 폭도가 된 군중의 욕망 사이에는 미묘한 균열과 불일치가 있었다. 고담의 음울한 현실에 짓눌린 대중은 아서를 반체제 투쟁의 상징으로 떠받들며 분노에 찬 그들의 정념을 투사하지만, 정작 아서가 환호에 응답하며 만족감을 표했던 건 혁명이나 전복이 아니라 단지 세상에서 존재의 가‘취’를 인정받길 원하는 지극히 소시민적인 바람 때문이었다.

토드 필립스 감독은 속편에서 이 욕망의 엇갈리는 지점을 전면에 부각시킨다. 아마도 대다수 관객은 하층 계급의 우상으로 떠오른 조커가 고담시의 질서를 위협하는 뒷세계의 거물로 성장해 배트맨 신화의 일부로 포섭되는 피카레스크 로망을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감독은 누명처럼 씌워진 조커의 껍데기를 도로 벗겨내고는, 아서를 소외되고 이해받지 못하는 불우한 이웃의 자리로 되돌려놓고자 한다.

결과는 관객과 평단의 빗발치는 야유와 처참한 흥행 성적. ‘세컨드’(1966) 이래 이토록 대중에게 철저히 외면받고 저주받은 걸작은 극히 드물었을 것이다.

‘리 퀸젤-할리 퀸’(레이디 가가)과 ‘아서-조커’의 연인 관계도 동상이몽(同床異夢)이긴 매한가지다. 리가 원한 건 만인의 주목을 받는 조커의 연인이 됨으로써, 본인의 초라한 실체를 감출 허구의 정체성을 창조하고 인정욕구를 채우는 것이지만, 정작 아서의 갈망은 누군가의 반려로서 자신을 온전히 이해받고자 함에 있다.

코폴라의 ‘마음의 저편’(1981)에서 영향을 받았음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아서의 내적 심리를 드러내는 뮤지컬 시퀀스의 환상에서 인생의 짝을 만났다는 환희가 점점 불안과 공포로 뒤집혀가는 건 바로 이 괴리 때문이다.

그렇다면 조커는 더는 등장하지 않는 것인가? 부제인 프랑스어 ‘폴리 아 되’(Folie a deux)가 공유정신병적 장애, 즉 한 사람의 망상적 신념이 다른 사람에게 전이됨을 뜻하는 걸 상기할 필요가 있다. 아서는 죽음으로써 조커를 떨쳐내지만, 우리는 리와 재판정 안팎을 에워싼 군중, 주변의 모든 것이 걷잡을 수 없이 조커가 되어가는 걸 본다.

조커라는 이름의 유령이 온 세계를 배회한다. 이 영화의 실패는 오늘날 조커를 갈구하는 대중의 자기파괴적 정념, 그 시대정신에 영합하길 거부한 결단의 귀결이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서 미분양 1군 브랜드 486가구 통째 전세로 공급(종합)
  2. 21만석으로 줄여라? BPA 초라한 아레나돔 고집
  3. 3가덕 첫삽 끝내 연내로 후퇴…당정 “공사비 8500억 증액”(종합)
  4. 4김해공항 10개월째 수장 공백…제2 출국장 부분 운영 여전
  5. 5“국제신문 위기는 민의 위기” 지역사회 잇단 지지
  6. 6[사설] 신세계타운, 센텀시티의 새 도약과 부산의 미래 이끌길
  7. 7선거법 위반 혐의 양산시 특보 숨진 채 발견
  8. 8면접 보고 그날 합격 통보…BIFC 채용행사
  9. 9“좋은 젊은 피 많아…잠재력 극대화”
  10. 10“지광은 국제신문 떠나라” 직원 빗속 상경투쟁
  1. 1820조 예산전쟁 개막…여야 ‘3대 메가·미래기금’ 격돌 예고
  2. 2박수영 ‘국쫌만’ 300회…888건 민원 풀어
  3. 3주민자치회 정식 출범 원년…유럽 모범사례 현장을 가다
  4. 4‘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5. 5“7개 정당 19명 치열하게 토론…대화·설득으로 의견 일치 봐”
  6. 6민주, 조희대 ‘계엄 동조’ 여부 정조준
  7. 7서범수 의원, 농지 훼손·환경오염 막는 강화 법률 개정안 발의
  8. 8이 대통령 '순방 외교' 공방, '돼지 눈엔 돼지" 표현 논란도
  9. 9사천 공군기지 훈련기 공중 충돌 뒤늦게 알려져…부상자 없어
  10. 10北, 집속탄두 위력 과시…‘축구장 18개 면적’ 초토화
  1. 1부산서 미분양 1군 브랜드 486가구 통째 전세로 공급(종합)
  2. 21만석으로 줄여라? BPA 초라한 아레나돔 고집
  3. 3가덕 첫삽 끝내 연내로 후퇴…당정 “공사비 8500억 증액”(종합)
  4. 4면접 보고 그날 합격 통보…BIFC 채용행사
  5. 5편의점 번진 요거트 인기…세븐일레븐 ‘요즘’과 맞손
  6. 6부산은행 김해공항점 계속 운영
  7. 7롯백 편집숍 ‘시시호시’ 부산 감성 입었다
  8. 8중산층 10명 중 4명 벌이 줄었다
  9. 9조선 빅3 공동납품망 완성…부산 기자재 플랫폼 안착(종합)
  10. 10‘고부가 데이터’ 노린 AI해킹…새로운 보안 패러다임 급부상
  1. 1김해공항 10개월째 수장 공백…제2 출국장 부분 운영 여전
  2. 2“국제신문 위기는 민의 위기” 지역사회 잇단 지지
  3. 3선거법 위반 혐의 양산시 특보 숨진 채 발견
  4. 4“지광은 국제신문 떠나라” 직원 빗속 상경투쟁
  5. 5선박 2척 버티기…수영만요트장 재개발 착수 해 넘기나
  6. 6여전한 특수학교 님비 “주민체육시설 끼워 짓자” 고육책
  7. 7경비·미화 넘어 AI·관광 전문가로…은퇴 뒤 더 빛나는 삶
  8. 8국힘 과반 양산시의회, 민감한 3개 안건 부결 왜?
  9. 9대학·마을에 스며든 이전 기관…지자체는 정주지원 화답
  10. 10“부산형 상병수당, 고령노동자도 줘야”
  1. 1“좋은 젊은 피 많아…잠재력 극대화”
  2. 2“실책·기복 없어야 강팀…거인 맞춤 훈련 강화할 것”
  3. 3단거리 최강馬 위너클리어 짜릿한 역전승…국제신문배 우승
  4. 4삼성, KIA 6-1 꺾고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5. 5BNK, 여자농구 개막전 ‘디펜딩챔프’ KB 완파
  6. 6‘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7. 7“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8. 8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9. 9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10. 10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자연에는 길흉이 없다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여수 ‘돌산 갓김치’와 갓김치 음식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비밀이 사라진 섬, 농담으로 건네는 회한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아이마다 다르게 자라는 이유 外
실크로드 연구자이자 간첩 ‘깐수’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배미정-나무에 기대어
송현화-Magic Airs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곰 두 마리 /황인숙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치이카와’ 3주째 정상…관객 200만 돌파 올해 열 번째 영화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2일 (음 9월 23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9일 (음 9월 19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조선 중기 문신 김인후가 소쇄원 단풍을 읊은 시
이여가 가을 보름달을 바라보며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