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차가워지면 어쩔 수 없이 생각나는, 유난히 길었던 여름 끝에 드디어 제철을 맞은 부산이 낳은 가수 김일두가 돌아왔다. ‘한 밤’이란 연주곡과 ‘몰아치는 비’ 2곡이 담긴 ‘한 밤 몰아치는 비’라는 싱글이다. 싱글 이미지로 쓰인, 노트 위에 슥슥 그린 그림은 장난스러워 보이지만 어쩐지 눈빛이 슬픈 동물 같다. 배우로 더 많이 알려진 뮤지션이자 화가 백현진의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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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 김일두의 새 싱글 ‘한 밤 몰아치는 비’의 이미지. 백현진이 그렸다. |
‘한 밤 몰아치는 비’는 김일두의 팬들이 ‘곱고 맑은 영혼’에 필적하는 명반으로 손꼽는 ‘새계절’을 함께 만든 프로듀서 moc와 협업한 작품이다. 첫 곡 ‘한 밤’은 어두운 도로를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오토바이가 연상되는 기타 연주곡이다. ‘몰아치는 비’는 살짝 먹먹한 건반 선율로 시작한다. 90년대 공중파 음악순위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던 어느 목청 좋은 성우의 소개가 겹쳐 들리는 것만 같다.
‘깊어가는 가을!! 메마른 가슴을 촉촉이 적셔줄 짙은 감성의 록 발라드! 김일두가 부릅니다. 몰아치는 비!!’ 그렇다. 김일두 신곡 ‘몰아치는 비’는 90년대에 정점을 찍었지만 여전히, 유독 한국인의 뜨거운 사랑을 독차지하는 바로 그 장르. 특히 남자들은 얼큰하게 취한 밤이면 골목길에서 고성방가로 외치거나 홀로 노래방에서 진한 추억에 잠겨 눈물로 흐려진 눈으로 부른 기억이 있는 그런 정통 록발라드다. 하염없이 쏟아지는 비처럼 이 노래 또한 무려 7분 42초나 이어진다. 그런데도 이대로 끝나는 게 아쉬워 더 길어져도 좋았을 것 같다.
‘내 마음 가득한 슬픔 아픔 모두 다 내 꺼야 한 밤 몰아치는 비 이 몸으로 받겠어’. 김일두 -몰아치는 비 중.
비처럼 몰아치는 기타 솔로와 모처럼 작정하고 두성까지 써버리는 김일두의 고음은 우리가 사랑한 김경호 임재범 김종서의 그것처럼 감탄할 테크닉보다 소주 향기 가득한 깊은 밤 창밖 누군가의 절규처럼 느껴져 더 절절하다. 미국엔 건스 앤 로지스의 ‘노벰버 레인’, 일본엔 엑스 재팬의 ‘엔드레스 레인’이 있다면 대한민국 부산엔 김일두의 ‘몰아치는 비’라는 가슴을 후벼 파는 서글픈 록 발라드가 있다. 비가 쏟아지는 밤 최고치 볼륨으로 경청한다면 내 안의 더러운 피가 눈물로 다 쏟아져 나올 때까지 후련하게 울 수 있을 듯한 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