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령임에도 잇단 스릴러물 연출
- 올해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
- ‘뱀의 길’은 자신 작품 리메이크
- ‘클라우드’는 폭력물 변주 꾀해
- “봉준호 아직 친구로 대해줘 감격”
“그동안 부산에 수없이 방문해 봤습니다. 하지만 이번은 더욱 특별한 것 같아요. 명예로운 상과 함께하기 때문이죠. 신작 2편도 영화제를 함께 찾아온 만큼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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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3일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 문화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김정록 기자 |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3일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는 “개막식 후 파티에도 참석했다. 수많은 나라의 예술가들이 있더라. BIFF가 세계 영화의 축소판인 것 같았다. 일본에서 1시간 거리인 이곳에 세계 영화가 다 있다니 훌륭한 축제라 느꼈다”고 말했다.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은 한 해 동안 아시아 영화 산업과 문화 발전에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보인 영화인 1명에게 수여된다.
그는 고령임에도 올해 단편 1개 작품을 포함해 3편의 신작을 만들어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쳤다. 2019년에는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2021년에는 임권택 감독, 지난해에는 주윤발 배우가 이 상을 수상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시상식을 따로 하지 않았다.
그는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된 올해 신작 ‘뱀의 길’과 ‘클라우드’ 두 편의 영화와 함께 BIFF를 찾았다. 서스펜스(앞으로 일어날 상황에 불안감 또는 긴장감을 조성하는 것)을 매우 잘 활용하는 감독답게 두 작품 모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러물이다.
‘뱀의 길’은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본인이 1998년 연출했던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기존 영화에서 주인공 중 1명의 성별을 바꿨다. 일본에서 찍은 원작과 달리 프랑스에서 프랑스어를 활용해 촬영했다. 파리 교외에 사는 프리랜서 기자가 살해당한 딸의 복수를 위해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을 그린다.
기요시 감독은 “원작 ‘뱀의 길’은 저예산 영화이기도 했고, 당시 함께 각본을 썼던 분의 개성이 많이 투영됐다. 그래서 가끔 내 작품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했다”며 “한 프랑스 프로덕션이 몇 년 전 만들었던 작품 중 새롭게 하나를 만들어보는 건 어떠냐 제안을 했다. 고민 없이 ‘뱀의 길’을 새로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원작은 딸의 아버지가 주인공인 복수극이다. 하지만 이번엔 주인공이 아이의 엄마다. 또 다른 피해자 아버지와 복수를 꿈꾼다. 이 부분이 나중에 큰 반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클라우드’는 일본 인기 배우이자 가수인 스다 마사키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리셀러로 활동하는 주인공이 적의를 띤 폭력을 마주하며 일어나는 사건을 담았다.
그는 “일본에는 폭력에 노출된 경찰 등에 대한 액션물은 많다. 하지만 전혀 폭력에 노출되지 않아도 되는 이들의 액션영화는 많지 않았다. 기존과 다른 액션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며 “영화 투자가 어려웠는데 최고 인기 배우인 스다 마사키가 출연 결정을 하면서 상황이 크게 바뀌어 투자가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마사키가 출연 결심을 할 것이라 생각지도 못했다. 30살이 넘기도 하고, 결혼도 하다 보니 배우로 도전하고 싶은 시기였던 것 같다. 행운이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2일 열린 제29회 BIFF 개막식에서는 봉준호 감독이 기요시 감독에게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 축하 메시지를 영상으로 전한 바 있다. 이에 기요시 감독은 “봉준호 감독과는 이전부터 막역한 사이였다. 하지만 너무 유명해져서 손에 닿지 않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아직 나를 친구로 생각해주고 있구나 싶었다. 감격스러웠다”며 화답했다.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한 기요시 감독은 일본 공포·스릴러 영화의 거장으로 평가받는다. 1955년 일본에서 태어났고, ‘큐어’(1997), ‘회로’(2001), ‘밝은 미래’(2002), ‘스파이의 아내’(2020) 등 60여 편이 넘는 연출작으로 영화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특히 ‘큐어’는 평범한 일상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스릴러로, 뛰어난 미장센과 연출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