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성악가·소설가에게 배우는 예술…노년 정서가 윤택해졌다

사회참여예술 시대 <3> 나이 듦과 예술, 나이 듦의 예술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24-09-25 19:11:02
  •  |   본지 1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부산문화재단 예술치유활동 중
- 범일동서 열린 ‘음악으로 꽃피움’
- 유학파 테너가 가르치는 트로트

- 노년 대상 ‘황금빛 예술학교’
- 인문학 콘텐츠로 풍성한 강의

- 부산소설가협회는 창비 부산서
- 50대 이상 대상 글 강좌 열어

이번 회차 취재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놀라움의 연속! 이번 회 주제는 일상 속 문화예술교육의 힘을 현장에서 확인해보는 쪽으로 원래 방향을 잡았다. 현장을 여러 곳 취재하면서 ‘나이 듦과 예술, 나이 듦의 예술’로 확신을 갖고 선회했다. 그만큼 느낌은 선명했고, 생각해 볼 거리는 많았다. 무엇보다 현장이 활발했고 흐름이 손에 잡혔다.

요약하자면 ▷지역사회에 장년(長年·50~64세) 노년(老年·65세 이상) 시민이 활용할 수 있는 예술·문화 ‘자원’이 예상보다 다채로웠고, 진화하는 중이었다 ▷예술·문화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장년·노년 시민이 높은 효능감을 느낀다고 판단할 수 있었다 ▷여기 참여하는 예술가 또한 단순히 봉사활동을 넘어 자기 예술에 도움이 되는 영감과 확장을 경험한다 ▷앞으로 공공 문화·예술 정책은 이 분야에 대한 지원을 늘릴 것으로 예상할 수 있었다.

여기서 ‘나이 듦’이란 단지 늙음 또는 늙어 감을 뜻하지 않고, 장년과 노년을 일컫는다. 장년은 삶의 전환이 또 한 번 크게 일어나는 시기이며, 갈수록 길어지는 노년은 사회 차원의 돌봄과 지원을 많이 필요로 한다. 예술이 할 일은 점점 많아진다.
지난 13일 부산 동구 범일5동 마을건강센터에서 부산표현예술치료연구소와 동구보건소가 주관하는 어르신 대상 예술 치유 프로그램이 열리고 있다.
■유학파 성악가와 할머니들

노래하기 전 준비운동 격인 몸 풀기와 목 풀기는 제법 오래, 즐겁게 진행됐다. 가곡 ‘봄이 오면’으로 시작한 노래 부르기는 고운 가요 ‘만남’을 거쳐 신나는 트로트 ‘십오야’로 이어졌다. 수강생 15명에게 플라스틱 컵을 두 개씩 나눠주자 모두 ‘십오야’ 장단을 능숙하게 두들겼다. 지난 13일 부산 동구 범일5동 마을건강센터에서 펼쳐진 ‘2024 예술로 풀어가는 마음치유사업-일상을 담다’(6~11월)의 하나인 ‘음악으로 꽃피움’ 3회차 수업 현장이었다.

이 강좌는 부산문화재단이 운영하는 ‘2024 커뮤니티 예술치유활동’의 일부로, 부산표현예술치료연구소와 동구보건소가 주관한다. 범일5동 마을건강센터는 매축지 마을로 널리 알려진 오래된 주거지대 한복판에 있다. 수강생은 60대 이상 15명이고 모두 여성이다. 친근하게 “할맨교!” 하고 불쑥 인사하고 싶어지는, 동네 할머니들이다. 주 강사는 서치환 테너다. 그는 이탈리아에 유학을 다녀와 활발히 활동하는 부산의 성악가이다. 보조 강사는 무용을 바탕으로 하며 현재 부산대 대학원 통합예술치료학과 대학원 석사과정에 다니는 신수빈 씨다.

이탈리아 유학파 강사가 발성법을 가르치며 ‘십오야’까지 함께 부르고 무용가가 율동과 춤을 같이 하는 ‘엄청난’ 강연이 동네 마을건강센터에서 펼쳐지는 광경은 인상 깊었다. 이 자리에서 ‘일상을 담다’ 프로그램 기획자인 부산표현예술치료연구소 하정화 씨(부산대 통합예술치료학과 박사과정)를 만났다. 전체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김정향 부산대 통합예술치료학과 대학원 겸임교수의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올해는 부산표현예술치료연구소가 부산문화재단의 위탁을 받아 부산 전역 17곳에서 동네 마을건강센터와 협업해 이와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강서구 가락동에서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미술 이야기’, 서구 남부민1동에서는 무용을 활용한 ‘춤추는 나의 삶!’이 펼쳐지고 있다. 3, 4개월에 걸쳐 11~13강 정도로 구성했다. 수강생은 모두 고령의 주민이다. 예술강사로는 박사·석사 과정 이상의 전문가 32명이 활동하는데, 부산대 통합예술치료학과 대학원과 부산표현예술치료연구소가 이를 든든히 뒷받침한다.

무용을 전공하고 통합예술치료 전문가가 된 김정향 하정화 씨는 “고령에 따른 여러 어려움을 겪는 주민에게 예술치유는 큰 도움을 주기에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수요측면과 2020년 생긴 통합예술치료학과 대학원의 전문성 등을 고려하면 이런 접근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이태석신부기념관에 모여

부산 서구 남부민동 이태석신부기념관에서 지난 12일 문화예술교육컨텐츠협회 채승희 대표가 강좌를 진행하는 모습.
부산문화재단이 펼치는 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 가운데 ‘황금빛 예술학교’라는 범주가 있다. 재단 김예인 문화교육팀장은 “생애주기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는데 황금빛 예술학교는 연세가 많은 분들이 주요 대상이다. 올해는 14개 단체가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꽃띠들의 예술 탐심(프로그램명)-60대 이상(대상)-문화예술교육컨텐츠협회(주관 단체)-채승희(대표) ▷2024 내 인생을 함께 보다, 사진으로 쓰는 글-50대 이상-부산소설가협회-정영선 ▷신 노년 나빌레라-70대 이상-댄스위더스-김민경 등이다.

지난 12일 오후 부산 서구 남부민동 이태석신부기념관으로 찾아갔다. 이곳에서는 문화예술교육컨텐츠협회가 ‘꽃띠들의 예술 탐심’ 프로그램을 20회차 일정으로 펼치고 있다. 수강생들 곁에 앉아 채승희 대표의 강연을 들어보았다. 송도윗길·송도아랫길·천마산에 걸친 남부민동은 ‘산복도로 달동네’ ‘6·25때 피란민이 몰려들어 형성한 마을’로 표현되는 오래되고, 넉넉하지 않은 마을이다. 그런데 60대 이상 수강생이 모인 ‘꽃띠들의 예술 탐심’은 창의적이고 인문의 깊이·향기가 있었다.

채승희 대표는 캐나다에서 널리 사랑받는 할머니 화가 모드 루이스와 그의 삶을 다룬 영화 ‘내 사랑’(감독 에이슬링 월쉬) 이야기부터 지난 회에 방문해 창작 수업을 했던 인근 ‘알로이시오 기지 1968’ 영상 등을 활용하고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 이야기도 섞어가며 강좌를 풍성하게 가꿨다. 뭔가 만들고 창작하는 행위를 바탕으로 자기 삶을 긍정하고 충만감을 느끼도록 돕는 프로그램이었다.

이태석신부기념관 이사·서양화가·문화예술교육사이며 약 40년 강단에서 가르친 이력이 있다는 채 대표는 “이태석신부기념관 그리고 지역을 위해 헌신하는 신부님 등과 함께 몇 년 전부터 뜨개질 등을 활용한 문화예술교육을 남부민동에서 해왔다. 부산문화재단의 지원사업은 도움이 된다. 우리 수강생들이 최근 마을 영화 만들기 사업에도 선정돼 올해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커뮤니티비프에서 상영된다. 주민이 성장하고 활동을 확장해 가는 모습에서도 큰 보람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소설가의 글쓰기 열강 현장

부산역 앞 창비 부산에서 지난 12일 부산소설가협회 주최 글쓰기 프로그램에서 최시은 작가가 강의하고 있다.
가난한 마을에 자리한 이태석신부기념관이 좀 더 활성화될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을 품은 채 발길을 부산역 바로 앞 창비 부산으로 돌렸다. 여기서는 부산소설가협회가 50대 이상 시민과 함께 여는 ‘내 인생을 함께 보다-사진으로 쓰는 글’ 강좌가 열린다. 부산소설가협회는 부산 금정구 서동예술창작공간에서도 별도로 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각각 15회차 일정이다. 그 열정이 좋아 보였다. 자기만의 공간에서 컴퓨터를 붙들고 창작의 고뇌에만 시달릴 것도 같은 소설가들이 세상으로 나와 시민을 만나 글을 매개로 이야기를 나누다니!

고풍스런 창비 부산에 들어서니 기획을 맡은 정미형 작가가 반겨주었고 최시은 작가는 열강하고 있었다. “글을 통해 삶을 돌아보고 좀 더 풍요롭게 가꾸자”고 강조한 열강이 끝난 뒤 수강생 전민서(73) 씨는 “친구 소개로 다니게 됐다. 부동산 강의도 듣고 갈맷길도 걷다가 글쓰기 강좌를 들으니, 새로운 꿈이 생겨버렸다. 기쁘고 설렌다”고 말했다. 수강생 조재범(56) 씨는 “글을 써서 공개하는 게 처음에는 어려웠다. 지금은 상당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공감력도 커졌다”고 한결 좋아진 생활을 이야기했다.

※공동기획 : 국제신문, 부산문화재단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전원 국힘서 민주당 다수로…낙동강協 단체장 회동 촉각
  2. 2지방소멸기금 강원·충남 66억씩 최다…부산·경남 34억씩
  3. 3매출 목표 30% 그친 홈플러스, 분리매각 기로
  4. 4시속 110㎞ 스릴, 6m 아기상어 캐릭터, 달맞이 음악실…부산 새 핫플
  5. 5롯데, 신인 전원 계약…유망주 박근서 3억에
  6. 6북극항로 연 아크로호 귀항…이젠 상업화 길 연다
  7. 7市 개발 ‘부산 단디체’ 무료 배포…130개국서 활용 가능
  8. 8인구감소지역 신규지정 금정구, 정주여건 개선 올인
  9. 9“부산 라이프스타일 만족도 최상…아이 키우기에도 매력적”
  10. 10집 값 띄우기?… 부산 아파트 매매 계약 해지율 5년 반 동안 6.16%
  1. 1[속보] 이 대통령 지지율 35.2%…민주 35.5%·국힘 41.3%
  2. 2경찰개혁·김지용 중수청장 청문도 공방 예고…부산 해수부 첫 국감
  3. 3경남도 대변인 “박완수 지사 13시간 조사, 정치공세 대상 되면 안 돼”
  4. 4與·한동훈 점입가경 공방 인신공격까지(종합)
  5. 5[속보]국힘 주진우에 민주당 "인간 도리 저버린 막말" 사퇴촉구
  6. 6이 대통령 "노동자에 중금속 배출주사 투약 엄중대처"
  7. 7국힘 “한미 균열…정동영 통일부 장관·이종석 국가정보원장 경질을”(종합)
  8. 8정부, 김지용 저격 임은정 감찰 지시(종합)
  9. 9정동영 “한미동맹 이상 없다…北에 저자세 아니라 정자세”
  10. 10[속보]국감까지 간 '부캉이' … 여야 "상어 생태환경 연구확대 필요"
  1. 1매출 목표 30% 그친 홈플러스, 분리매각 기로
  2. 2시속 110㎞ 스릴, 6m 아기상어 캐릭터, 달맞이 음악실…부산 새 핫플
  3. 3북극항로 연 아크로호 귀항…이젠 상업화 길 연다
  4. 4집 값 띄우기?… 부산 아파트 매매 계약 해지율 5년 반 동안 6.16%
  5. 5부산지역 전세사기 피해자 한 달 새 66명 늘어
  6. 6"국세청 '부동산 자금출처 조사' 증가율, 서울 4%·지방 51%"
  7. 7[한 손 뉴스] 국산 비만치료 신약 ‘에페’, 위고비·마운자로에 도전장
  8. 8발전설비 점검하고, 길 위 장애물 치우고…부산 기관 로봇들 맹활약
  9. 9“부산 중심으로 체계적 해양AI 개발…협의체 꾸리자”
  10. 102030세대 겨냥 ‘저도수 토마토 막걸리’ 뜬다
  1. 1전원 국힘서 민주당 다수로…낙동강協 단체장 회동 촉각
  2. 2지방소멸기금 강원·충남 66억씩 최다…부산·경남 34억씩
  3. 3市 개발 ‘부산 단디체’ 무료 배포…130개국서 활용 가능
  4. 4인구감소지역 신규지정 금정구, 정주여건 개선 올인
  5. 5“부산 라이프스타일 만족도 최상…아이 키우기에도 매력적”
  6. 6부산북구 자체 감사 가시밭길…의회 “감사를 감사할 것” 벼러
  7. 7“우주항공복합도시 특별법 제정, 기업 유치 등 사천 경제 활성화”
  8. 8합천·하동·산청·거창, 인구소멸 해법으로 양수발전소 유치전
  9. 9영도서 40대 남성 흉기에 찔려 숨져…교도소서 만난 동거인 긴급체포
  10. 10노동자에게 비타민이라고 속이고 납 배출 촉진 주사 DN오토모티브 사태 일파만파(종합)
  1. 1롯데, 신인 전원 계약…유망주 박근서 3억에
  2. 2과감한 샷 2R 버디 11개 폭발…유현조 ‘부산의 퀸’(종합)
  3. 31부 승격 향한 마지막 질주…부산아이파크, 막판 승점 쌓기 총력전
  4. 4울주군, 삼남읍 교동리에 ‘울주실내테니스장’ 개장
  5. 5유도 차세대 간판 이현지, 세계선수권 정상 메치다
  6. 6허훈·킹 47점 합작에도…KCC, KT에 접전 끝 패배
  7. 7유현조, 여자골프 HJ중공업·동부건설 챔피언십 정상…시즌 2승
  8. 8한화 김경문 감독·손혁 단장 동반 퇴진…후임 인선 착수
  9. 9가을야구 못간 롯데 자이언츠, 정규시즌 3위 승부처돼 난감
  10. 10니가 치면 나도 친다…프로야구 막판에 안타왕 쟁탈전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지은- little talk-Venice
김지효-우리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자화상 /최은지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역사 왜곡 논란에도 ‘암살자(들)’ 정상…애니 ‘극장판 치이카와’ 예매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3일 (음 9월 3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2일 (음 9월 2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2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생육신 남효온이 가을 강변의 풍경을 읊은 시
아름답게 억새 핀 모습 읊은 조선 중기 문신 이정형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