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형법학자도 놀랐다, 나림의 깊고 풍부한 법철학

밤은 깊었다- 하태영 지음/법문사/3만5000원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24-09-12 18:33:13
  •  |   본지 1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하태영 교수가 쓴 ‘밤은 깊었다’
- 필사·미니소설 독특한 형식으로
- 이병주 철학·문학적 의미 조명
- 인문학적 사유가 뒷받침 돼야
- 올바른 법사상 완성된다고 강조

‘밤은 깊었다’는 굉장히 치열한 책이다. 투지라고 해야 할지 간절함이라고 표현하는 게 좋을지, 독자를 향한 저자의 절실한 마음이 고농도로 농축됐다. 책의 형식·구성에서도 이런 특징은 선명히 드러난다.

법과 교육 등의 영역에도 해박하고 깊은 지식을 갖췄던 나림 이병주 작가. ‘밤은 깊었다’에는 특히 법과 관련한 내용이 많이 담겼다. 국제신문 DB
책에 관한 책인 ‘밤은 깊었다’에서 저자는 독특한 형식과 방법을 여럿 시도한다. 대체로 이렇다. 먼저 작품 개요와 주요한 개념 해설. 여기에는 등장인물, 작품 속 법·교육·문학·철학, 이 작품이 현대에 갖는 의미가 포함된다. 그리고 저자 자신이 필사해 둔 중요한 문장을 바탕으로 한 번 더 줄거리를 제시하면서 이를 ‘미니 소설’로 이름 붙인다. 그 뒤에 다시 ‘문장과 낭독’ 단원을 두어, 해당 작품 속 중요한 문장을 낭독용으로 갈무리했다.

이 단계를 밟고 나면, 독자의 뇌리와 가슴에는 작품이 박힌다. 잘 잊히지 않는다. 책의 재료가 된 원작도 찾아서 읽고 싶어진다. 다만, 그 과정에서 앞에서 한 번 소개했던 문장이 뒤에 또 나오고 또 나오고 해서 독서 흐름이 정체되기도 하는데 그런 대목은 건너뛰면 된다.

‘밤은 깊었다’ 저자는 저명한 형법학자인 하태영 동아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다. 이 책에서 저자가 이렇듯 치열하게 독자에게 소개하는 글은 모두 나림 이병주(1921~1992) 작가의 문학 작품이다. 저자는 대문호 이병주 문학 작품을 읽고 정리한 책 ‘밤이 깔렸다’로 2022년 이병주하동국제문학제에서 연구상을 받았다. ‘밤은 깊었다’는 두 번째 책인 셈인데, 구성과 내용이 더 깊고 단단해졌다.

법학자 하태영 교수는 이 책에 나림의 에세이 ‘지적 생활의 즐거움’, 소설 ‘목격자’ ‘운명의 덫’ ‘거년의 곡’ ‘망명의 늪’ ‘세우지 않은 비명’을 담았다. ‘작품 해제-나림 이병주의 법사상·교육사상’ ‘서문-필사 문학과 작품 제목에 관하여’ ’후기-나림 이병주 1921~1992~2024’도 중요하고 흥미로운 글이다. 특히 ‘서문-필사 문학과 작품 제목에 관하여’에서 저자가 이병주 작품을 읽고, 사색하고, 필사하고, 다시 추려 탈고하는 과정과 그렇게 하는 마음이 담겨 인상 깊다. 저자는 이렇게 썼다. “이 작업을 마치면 캄캄한 밤이다.” 그래서 책 제목이 ‘밤은 깊었다’이다.

하태영 교수는 이 독특한 구성의 책에서 일관되게 나림의 인문정신·법철학·교육철학·예술론을 짚는다. 특히 형법학자로서, 나림 문학 속에 광맥처럼 놓인 풍부하고 깊은 법철학·법지식·법사상에 주목한다.

인문 공부란 세상을 진지하게 공부해 지혜를 구하고, 인간에 관해 배우면서,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함께 또는 홀로 노력하는 일이다. 이런 인문 공부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법 공부는 균형감을 잃거나 깊이를 상실한 채 위태롭게 비틀거릴 수 있음을 나림은 작품 속에서 줄곧 말한다. 저자도 바로 이런 점을 우선 강조하고 싶은 듯했다.

돌이켜 들여다보면, 상앙·한비·이사는 모두 국가와 권력에 이익을 제공하는 데는 크게 성공하고도 막상 자신은 자기가 만든 법의 틀에 갇혀 불행하게 죽는다. 상앙·한비·이사는 모두 절정고수의 법가(法家) 인물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인문 없이 각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법가와 대비되고 인문 교양을 강조하는 유가(儒家) 또한 공동체 운명을 오롯하게 맡길 만한 그 무엇은 못 된다. 멀리 갈 것 없이 유가가 지배한 조선 말기를 떠올려보자. 나라가 망했다.

결국, 유가와 법가가 다시 말해 인문의 사유와 날카로운 지식은 조화를 이뤄야만 좋은 기능을 한다는 건데 나림 이병주도, 하태영 교수도 이를 강조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경남 9곳, 1인당 월 15만 원 농어촌 기본소득 쟁탈전
  2. 2‘국민아버지’ 배우 최불암 떠나보내며
  3. 3영도 포차거리 해상추락 잇따르자 뒷북 안전조치
  4. 4‘김해공항 최장노선’ 두바이 직항 내년 열린다
  5. 5부산 매출 1위 ‘본사 이전’ HMM…전국 매출 1000대 기업 부산 31곳
  6. 6[사설] 가덕도신공항 착공 늦춘 정부, 공사비 증액 확약하라
  7. 7창원문화복합타운 매각 불발
  8. 8[뭐라노]영도 포차거리 해상추락 잇따르자…뒷북 안전펜스
  9. 9“지방주도 성장 33조 투자…공공기관 이전 내년 착수”
  10. 10정파·지역도 초월…‘국제신문 회생’ 국회 팔 걷었다
  1. 1“지방주도 성장 33조 투자…공공기관 이전 내년 착수”
  2. 2정파·지역도 초월…‘국제신문 회생’ 국회 팔 걷었다
  3. 3국힘 “가덕 건설 의지 없는 정부…공사비 증액 확약해야”
  4. 4민주, 5일 조희대 국조요구서 보고…국힘 “탄핵 역풍 맞을까 질질 끌어”
  5. 5정치권 “능인선원 경영능력 불합격…국제신문 회생 동의를”
  6. 6이해충돌 빗장 풀려는 시의회…“사익추구” vs “전문성 강화”
  7. 7북한 해커들, 바이낸스서 탈취한 자금 '2차 세탁' 중
  8. 8[속보] 北김여정, 바이낸스 사태에 "美 정치적 도발…예의주시"
  9. 9국힘 새 당무감사위원장 양준모 교수
  10. 10李대통령 부부 등 순방단 명단 개인정보 유출 경찰 내사 착수
  1. 1부산 매출 1위 ‘본사 이전’ HMM…전국 매출 1000대 기업 부산 31곳
  2. 2‘창업도시 600억’ 품어라…부산, 해양·금융 앞세워 총력
  3. 3주식 팔면 다음날 돈 받는다…증권시장 결제주기 하루 단축
  4. 4[뭐라노] ‘김해공항 최장노선’…두바이 직항 내년 열린다
  5. 5호반, 한진칼 최대주주 기업결합 신고
  6. 6K-팝 열풍 타고 부산관광 키운다…한류산업 진흥 조례 추진
  7. 7“올해 북극항로 이용 150척…역대 최다 전망”
  8. 8“9증9포 독보적 특허 ‘명품 홍삼’…글로벌 1위 도전”
  9. 9정부, 2023년 중단했던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 재추진 본격화
  10. 10[한 손 뉴스] 부산·통영 ‘환경교육도시’로…특화 환경교육 행·재정 지원(종합)
  1. 1경남 9곳, 1인당 월 15만 원 농어촌 기본소득 쟁탈전
  2. 2영도 포차거리 해상추락 잇따르자 뒷북 안전조치
  3. 3‘김해공항 최장노선’ 두바이 직항 내년 열린다
  4. 4창원문화복합타운 매각 불발
  5. 5[뭐라노]영도 포차거리 해상추락 잇따르자…뒷북 안전펜스
  6. 6모집 공고만 15차례…부산 보건소도 ‘의느님’ 모시기 진땀
  7. 7[속보]李 정부 초대 공소청 수장 후보자 3인 압축 전망
  8. 8노사 마찰에 현대차 울산공장 제네시스 생산라인 이틀째 중단
  9. 9국제사우회 “지광 손 뗄 때까지 함께 싸울 것”
  10. 10김해, 동아시아 람사르지역센터 유치
  1. 1BNK 개막전 첫 승…두터워진 선수층 빛났다
  2. 2김지율, 고교 최동원상 수상…부산고 하현승 아쉽게 고배
  3. 3박항서 향해 “김치맨”…태국 관중들 인종차별
  4. 4[뭐라노] 롯데가 스마트 야구를?
  5. 5체력 비축한 마법사, 타선 폭발한 사자…누가 웃을까
  6. 6동의과학대학교,‘제1회 부산지역 전문대학 유학생 축구대회’ 준우승
  7. 7단거리 최강馬 위너클리어 짜릿한 역전승…국제신문배 우승
  8. 8“실책·기복 없어야 강팀…거인 맞춤 훈련 강화할 것”
  9. 9“좋은 젊은 피 많아…잠재력 극대화”
  10. 10부산과기대, 제107회 전국체전 야구 우승…‘3년 연속 메달’ 쾌거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자연에는 길흉이 없다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여수 ‘돌산 갓김치’와 갓김치 음식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비밀이 사라진 섬, 농담으로 건네는 회한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아이마다 다르게 자라는 이유 外
실크로드 연구자이자 간첩 ‘깐수’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배미정-나무에 기대어
송현화-Magic Airs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곰 두 마리 /황인숙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250만 넘은 ‘치이카와’ 4주째 1위…브래드 피트 ‘하트 오브 비스트’ 2위
‘치이카와’ 3주째 정상…관객 200만 돌파 올해 열 번째 영화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3일 (음 9월 24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2일 (음 9월 23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조선 중기 문신 김인후가 소쇄원 단풍을 읊은 시
이여가 가을 보름달을 바라보며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