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116> 책거리 8폭 병풍

조선판 ‘텍스트 힙’… 독서를 멋있다고 여기던 당대 유행 담긴 병풍

  • 김민주 부산박물관 교육홍보팀 학예연구사
  •  |   입력 : 2024-09-09 19:43:51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최근 ‘텍스트 힙(Text hip)’이 젊은 세대의 새로운 유행으로 떠오르고 있다. ‘텍스트 힙’이란‘글자’를 뜻하는 ‘텍스트(text)’와 ‘멋있다·개성 있다‘라는 뜻의 은어인 ‘힙(hip)하다’가 합쳐진 신조어이다. ‘텍스트 힙’은 책이나 책 읽는 모습, 자신의 책장 등을 촬영하여 SNS를 통해 타인과 공유하는 새로운 형태의 독서문화로 나타나고 있다.
방식은 다르지만 조선 시대에도 ‘텍스트 힙’이 존재했다. 바로 책거리(冊巨里, 책가도冊架圖로도 불린다)라 불리던 그림이다. 책거리는 책을 중심으로 문방구 등 여러 가지 사물을 함께 그린 그림인데 병풍 형태로 많이 만들어졌다. 놀랍게도 그 유행을 이끈 선두 주자는 조선의 제22대 왕 정조(正祖, 제위 1776~1800)였다.

독서를 좋아한 정조는 책 읽을 시간이 없을 때 책거리를 보며 마음으로 즐겼다고 한다. 문(文)을 중시하던 정조의 사랑을 듬뿍 받은 책거리는 궁중을 넘어 상류층으로 번졌다. 영·정조 시기 학자인 이규상(李圭象, 1727~1799)이 지은 ‘병세재언록(幷世才彦錄)’에는 ‘당시 상류층의 집 벽에 이 그림으로 장식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라고 언급하고 있어 그 유행을 짐작하게 한다.

책거리 8폭 병풍의 그림을 확대한 모습.
19세기가 되면 책거리는 궁중과 상류 사대부층뿐만 아니라 민간에까지 확산하면서 민화로 그 저변을 확대하게 된다. 이 시기부터 그림 형식에도 변화가 생긴다. 기존 책거리가 책장 안의 책과 문방구를 그려 학문 숭상의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하였다면, 이때부터는 책장이 생략되고 책의 비중이 줄어들거나 사용자의 취향을 반영한 여러 가지 기물이 등장하는 등 자유분방한 구성으로 변화한다.

부산박물관 소장 책거리 8폭 병풍(사진)도 책장 없이 모든 사물이 화면 가운데로 집중되어 복잡하면서도 자유분방한 구도를 이룬다. 그림 속 책은 화려한 비단 책갑을 두르고 있지만 그림의 중앙이나 앞에 위치하지 않고 측면이나 뒤에 그려져 있다. 그리고 책갑 주위에는 잉어 모양 장식품, 안경, 연꽃·모란 등의 꽃과 포도·참외와 같은 과일 등 사용자의 취향과 염원을 담은 물건이 가득하다. 또한, 활과 화살 등 무(武)와 관련된 사물까지 그려져 있다. 그래서 ‘사용자가 무관이었을까? 혹시 무관이 되고 싶은 사람이었을까?’라는 상상을 하게 한다.

책거리 8폭 병풍은 현재 부산박물관 부산관 미술실에 전시되어 있다. 그 앞에 서서 그림을 보고 있자면 오랜 시간을 건너 이 병풍 주인의 취향과 염원, 방의 분위기까지 전해진다. 마치 누군가의 SNS 게시물을 둘러보는 기분이다. 어쩐지 이 그림 앞에서 인증샷을 찍어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어진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철마 한우 싸다 싸
  2. 2“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3. 3[속보]‘부캉이’ 차단 그물 뚫고 되돌아와
  4. 4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5. 5창원 병원 혈액투석실 C형 간염 14명 집단감염
  6. 6[포토에세이] 노랗게 물든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
  7. 7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8. 8비정규직 58만명 역대 최대…부산 노동자의 42%(종합)
  9. 9“우리가 알던 그 시절 SM 맛” 이수만표 흥행 공식 또 적중…돌풍 속 잡음도
  10. 10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1. 1더 밀릴 수 없다…지지율 위기에 정면돌파 택한 당청
  2. 2김용범·김현지 국감 증인채택 무산
  3. 3[뭐라노]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4. 4김여정 "국경선 새 대응수단 임무대기…확성기도 수일 내 가동"
  5. 5우크라 공관원 추가 철수에 국힘 반발
  6. 6[2026 국감 브리핑] 박홍배 “국회부산도서관 지역서점 구매 0.3%”…제도 개선 필요
  7. 7외교부, 'DMZ 北지뢰 폭발'관련, 유엔안보리 의장에 서한 발송키로
  8. 8‘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9. 9지광(국제신문 대주주) 만난 부산노동청장 “체임 방치 땐 강력 조치”
  10. 10부산교통공사 사장 임명, 시설공단은 보류… 협치 여지 남긴 전재수
  1. 1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2. 2비정규직 58만명 역대 최대…부산 노동자의 42%(종합)
  3. 3SB선보, 대선조선 인수 마침표…‘SB대선’ 닻 올렸다
  4. 4한화오션, 부산 R&D 확대…설계·연구인력 채용도
  5. 5市, 불꽃축제 앞둔 광안리서 바가지 근절 캠페인
  6. 6타 지역 줄어드는데 부산 5.9%↑…고령화 여파도
  7. 7동남권 해양ICT 육성…해운AX·북극항로 개척 협력
  8. 8선박 배기가스 저감·밸브제어로 두각…AI 관제 신사업으로 영토 확장
  9. 9‘모두의 창업’ 2기 가동…부울경 1135명 레이스
  10. 10의료AI 신기술 총망라 ‘키메스 부산’ 23일 개막
  1. 1“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2. 2[속보]‘부캉이’ 차단 그물 뚫고 되돌아와
  3. 3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4. 4창원 병원 혈액투석실 C형 간염 14명 집단감염
  5. 5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6. 6부산대·교대 통합 온도차…부실 보고 질타도
  7. 7데이터센터 몰리는 사하구…주민 갈등 줄일 조례 탄생
  8. 8생곡소각장·퐁피두 등 전·현 시정 공방…울산 국힘 퇴장 파행
  9. 9부산도시철 7년 만에 멈춰서나…22일 노사 최종교섭
  10. 10부산시 신임 기획조정실장, 하민상 공수처 담당관 임용(종합)
  1. 1‘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2. 2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3. 3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4. 4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5. 5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6. 6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7. 731세 데이터 분석가, 최연소 MLB 구단 사장됐다
  8. 8"2026 AG 여자유도 계체실격, 남자 계체명단만 확인해 발생"
  9. 9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10. 10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우리은행
최진숙의 유네스코 세계 유적지 이야기
보리수가 휘감아 지킨 불두, 몰락왕조 영광의 기억
얼굴에 담긴 이야기
물극필반(物極必反)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남인목-웃는 나무
강동윤-Pixelated Oasis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경비원 /박필상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2일 (음 9월 12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1일 (음 9월 11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겸재 정선은 금강산의 참모습을 어떻게 그렸을까
유배객 자암 김구의 눈에 비친 남해의 가을 바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