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113> 부산 고촌리 명문토기

수공업 전문 제작집단의 거주 공간, ‘갑화’‘갑’ 문양으로 당시 지명 유추

  • 김동윤 동삼동패총전시관 학예연구사
  •  |   입력 : 2024-08-19 19:46:15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인류 역사를 연구하는 학문은 다양하지만, 대표적으로는 고고학과 역사학을 들 수 있다. 고고학이 유적과 유물을 통한 물질자료를 대상으로 한다면, 역사학은 문헌자료를 대상으로 삼는다는 데 차이가 있다. 연구 대상이 달라 두 학문 간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지만, 함께 연구가 가능할 때 역사는 더욱 풍부한 내용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부산 도시철도 4호선 고촌역에서 종점인 안평역으로 향하다 보면 도시 속 비교적 한적한 풍경 사이로 아파트단지가 들어선 모습을 마주한다.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 2000년대 초 이 일대에서는 발굴조사가 한창 이뤄졌다. 조사 결과 이곳 ‘고촌리 유적’은 수공업 전문 제작 집단의 거주 공간이자 생산 공간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고촌 집단’은 기원후 3세기 후반부터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를 거쳐 고려 전기까지 칠기·목기·골각기·유리 등을 전문으로 생산하였다.

이러한 고촌리 유적에서는 다양한 명문이 새겨진 유물이 출토됐는데, 특히 ‘갑화(甲火)’ ‘갑(甲)’ 자가 새겨진 토기(사진)가 주목된다. ‘갑화’가 새겨진 토기 조각은 누군가 의도한 것처럼 두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진 부분만 남기고 나머지는 결실되었다. 명문이 없었다면 평범한 토기 조각 중 하나로 남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갑화’라는 글자가 출토되면서 ‘갑’자는 원래 ‘갑화’를 의도하였고 축약해서 써넣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 ‘갑화’라는 명문은 무엇을 뜻할까? 고고학이 답변하기 어려운 문제에 역사학이 그 해답을 찾아주었다. 명문에 부합하는 문헌기록이 ‘삼국사기’에 있었기 때문이다. ‘삼국사기’에는 ‘동래군은 본래 거칠산군이었지만 경덕왕 때 개명되었다. 동래에는 영현(領縣)이 둘이 있는데, 동평현의 본래 명칭은 대증현이었으며, 기장현은 갑화양곡현이었다’라는 기록이 있다.

신라의 삼국통일 이후 757년(경덕왕 16년) 이뤄진 전국 단위의 대대적인 행정체계 정비에 대한 기록이다. 이를 토대로 고촌리 집단이 갑화양곡현에 속했다는 사실과 당시 어느 정도의 정치사회적 위상을 차지하고 있었음을 밝힐 수 있었다. 고고학적으로 본다면 이 유물이 7세기 정도 시기를 나타낸다는 점에서 경덕왕대 지명 개편이 이뤄지기 훨씬 이전부터 이곳이 ‘갑화(양곡)’라는 지명으로 불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부산박물관은 고촌 집단 구성원의 무덤군인 고촌리 고분군 발굴조사를 곧 시작할 예정이다. 기존 ‘고촌리 유적’과 함께 어떤 풍부한 역사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기대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3. 3[시민기자] ‘핑크 가을’ 내려앉은 대저생태공원
  4. 4[도청도설] 발가벗겨진 사우디
  5. 5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6. 6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7. 7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8. 8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9. 9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10. 10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1. 1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2. 2與, 추미애 ‘재정 빨대’ 진화 안간힘인데 기름 부은 부승찬(종합)
  3. 3언론노조·국제 비대위 “대주주 엄벌” 청와대 간다
  4. 4여도 야도 시중은행 연쇄 해킹 사태 집중 질타
  5. 5“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6. 6박철우 서울공소청장 “李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검토한 적 없다”
  7. 7“‘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8. 8[속보] 강화도 해안서 '北 유실 추정' 대인지뢰 또 발견…이달에만 4번째
  9. 9퐁피두 중단에 국힘 박수영 1인 시위…시민사회 “토건 논리 부활 시도” 반발
  10. 10이 대통령 지지율 3주만에 반등한 37.3%…민주 36.2%·국힘 40.9%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3. 3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4. 4부산 명물 삼진어묵, 상하이 입맛 잡는다
  5. 5선원노련 김두영 위원장, ITF(국제운수노련) 집행위 선출
  6. 6이번엔 할리스…고객 개인정보 276만 건 유출(종합)
  7. 7기술유출 엄단…산업부 ‘특사경’ 도입 추진
  8. 8양현재단 20년, 해운·항만 새 항로 모색
  9. 9해양진흥공사, 상임이사 공개 모집
  10. 10노르웨이 북극권 누빈 부산 청소년, 극지경험 공유의 場
  1. 1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2. 2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3. 3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4. 4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5. 5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6. 6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7. 7상습 음주운전 꼼짝마…후 불어야 시동 걸린다
  8. 8“경남 강점 활용한 SMR 특구 만들자”
  9. 9재개발 조합장 수사 정보 채팅방 올린 공무원 벌금
  10. 10주 15시간 넘기면 인건비 30%↑…생존 위해 쪼개기 고용
  1. 1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2. 2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3. 3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4. 4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5. 5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6. 6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7. 7‘통산 최다안타 3위’ 손아섭, 두산에서 방출…선수 생명 이어갈까
  8. 8배드민턴 '세계 최강' 안세영, 여자 단식 최다우승 기록세워
  9. 9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10. 10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물극필반(物極必反)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강동윤-Pixelated Oasis
윤상건-Creature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경비원 /박필상
자화상 /최은지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0일 (음 9월 10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9일 (음 9월 9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유배객 자암 김구의 눈에 비친 남해의 가을 바다
신라 말 고운 최치원이 비 오는 가을밤에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