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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종군 중인데 원수 권율과 시찰? 뒷말 나올까 발 돌렸다

의역(意譯) 난중일기-이순신 깊이 읽기 <56> 정유년(1597년) 6월 4일~17일

  •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선일회계법인 고문
  •  |   입력 : 2024-05-19 18:16:42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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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율, 이순신에 비방상소문 토로
- 왜군 토벌·방비대책 허술함 한탄
- 원균과 갈등 드러난 대목들 많아

6월4일[7월17일]

임진왜란 때 크게 활약한 권율 장군. 이번 회에는 권율 장군이 자주 등장한다.
흐리다가 맑아져 일찍 떠나려는데, 삼가현감이 문안 글을 보내며 노자까지 보내왔다. 낮에 합천 땅에 이르렀고 마을에서 10리쯤 떨어진 곳에 괴목정(槐木亭)이 있어 그곳에서 아침을 먹었다. 너무 더워 한참 말을 더 쉬게 한 뒤 5리쯤 가니 갈림길이 나왔다. 한 길은 곧바로 고을(합천)로 들어가는 길이요, 다른 한 길은 초계로 가는 길이다. 그래서 강(황강)을 건너지 않고 초계쪽으로 십리 남짓 가니, 원수의 진(현 율곡면 낙민리에 있었던 적포진이다)이 바라보였다. 문보가 하숙했던 집(모여곡 입구 이어해의 집)에 들어가 이곳을 숙소로 정했다. 이곳은 개연(介硯, 개벼리)을 끼고 넘어오는데, 기암절벽이 천 길이나 되고 강물은 굽이 돌며 깊었으며, 넘어오는 길은 잔도(棧道)라 거의 사람이 못 다닐 만큼 험하고 위험했다. 만일 이 험한 길목을 지킨다면 설사 만 명 군사가 온다 해도 능히 막아낼 수있을 것이다. 이 동리가 모여곡(毛汝谷)이다.

6월5일[7월18일] 맑음.

서풍이 크게 불었다. 아침에 초계군수(정이길)가 모여곡으로 급히 달려왔기에 곧 그를 불러들여 이야기했다. 식후에 중군장 이덕필도 달려왔으므로 지난날 이야기를 했다. 조금 있으니 심준도 보러 왔길래 함께 점심을 먹었다. 거처할 방을 도배했다. 저녁에 이승서가 와서 한산진의 파수병과 복병이 도망갔던 일에 관해 말했다. 이날 아침에 구례사람(손인필)과 하동현감(신진)이 보내주었던 사내 종과 말들은 모두 돌려 보냈다.

6월6일[7월19일] 맑음.

자는 방을 고쳐 도배하고 군관들이 거처할 마루방 2칸을 만들었다. 모여곡 주인집의 이웃에 사는 윤감, 문익신이 보러 왔다. 종 경(京)을 이대백에게 심부름 보냈더니 “담당 아전이 나가고 없어 받아오지 못했다”고 하고, 곧 이대백이 나를 보러 온다고 전했다. 날은 어둡고 도배한 방은 마르지 않아 부득이 다른 집을 찾아 들어갔는데 그 집 주인이 과부라 하여 곧 또 다른 집으로 옮겨갔다.

6월7일[7월20일] 맑음.

몹시 더웠다. 원수(권율)의 군관 박응사와 유흥등이 와서 봤다. 원수의 종사관 황여일이 사람을 보내어 문안하므로 곧 사례하는 답장을 보냈다. 도배된 안방에 들어가 잤다.

6월8일[7월21일] 맑음.

아침에 정상명을 보내어 황 종사관에게 안부를 물었다. 늦게 이덕필과 심준이 보러 왔고 고을 원(초계군수 정이길)이 그 아우와 함께 보러 왔고 또 원수를 마중갈 10여 명 원수의 수행원도 보러 왔다. 점심 뒤 원수(권율)가 진영에 도착했다하여 나는 곧 원수를 보러 갔더니 종사관도 원수 앞에 있었다. 원수와 한참 이야기했다. 얼마 뒤 원수가 박성이 써 올린 상소문과 사직서 초고를 보여주는데, 박성은 “원수의 처사에 허술한 데가 많다”고 적었다. 그 때문에 불안해진 원수는 그 상소가 못마땅하다며 체찰사(이원익) 앞으로 해명하는 글을 올렸다고 했다. 또 상소의 여러 사항(복병을 내는 데 관한 일 등)을 보고 나서 저물어서야 돌아왔다. 몸이 몹시 불편해 저녁밥을 먹지 않았다.

* 권율이 자기를 비방하는 박성의 상소를 보여준 것은 그 속에는 이순신을 비방하는 내용(정유년 가등청정이 바다를 건너온 것이 이순신의 책임이라 했다)도 있어서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한듯하다.

6월9일[7월22일]

날은 흐린 채 개지 않았다. 늦게 정상명을 보내 먼저 원수에게 문안하고, 다음으로 종사관에게도 문안했다. 처음으로 노마료(奴馬料, 종과 말을 먹일 비용)를 받았다. 숫돌을 캐 왔는데 품질이 연일석보다 낫다고 한다. 윤감, 문익신, 문보 등이 보러 왔다. 이날은 아우 여필의 생일인데 혼자 변방 진중에 앉아 있으니 회포를 어찌 말로 다하랴.

6월10일[7월23일] 맑음.

아침에 가라말(검은말), 월라말(얼룩말), 간자말, 유말 등의 네 발굽을 잘라 주고 편자를 박았다. 원수의 종사관이 삼척 사람 홍연해를 보내어 문안하고, 좀 늦게 직접 보러 오겠다고 전했다. 홍연해는 홍견(임치첨사)의 친조카다. 어려서 같이 놀던 죽마고우 서철이 합천 땅 동쪽 율진에 사는데, 내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보러 왔다. 그의 아이 때 이름은 서갈박지였다. 음식을 대접해 보냈다. 저녁에 원수의 종사관 황여일이 와서 조용히 이야기하는데, 임진년에 내가 왜적 토벌한 일을 전해 듣고는 찬탄해마지 않았다고 했다. 또 원수가 산성(합천 율곡면 항곡리의 백마산성)에 험고한 요해지를 설치하지 않은 데 대한 한탄스러움과 당면한 토벌·방비 대책이 허술한 것 등을 말하는데 밤 깊은 줄도 모르고 돌아갈 것을 잊고서 이야기했다. 또 그는 내일 원수가 산성을 친히 살펴보러 간다고 했다.

6월11일[7월24일] 맑음.

중복 날이다. 쇠라도 녹일 것 같고 대지를 찔 듯이 더웠다. 늦게 명나라 차관 경략(經略) 군문에 있는 이문경(李文卿)이 보러 왔기에 부채를 선물로 주어 보냈다. 어제 저녁 종사관과 이야기할 때 변흥백(존서)의 종 춘(春)이 집 편지(그 부인의 편지)를 가지고 왔다. 그 편지로 어머니의 영연이 평안한 줄은 알았으나 돌아가신 어머니에 관한 쓰라린 회포를 어찌 말로 다 하랴! 변흥백이 나를 만나러 여기까지 왔다가 그냥 청도로 돌아갔다고 하니 참으로 섭섭했다. 이날 아침 변흥백에게 편지를 써 보냈다. 아들 열이 토사곽란으로 밤새 신음해 애가 타고 말할 수 없이 답답했는데 다행히 닭이 울고 나서는 조금 덜해지고 잠이 들었다. 이날 아침 한산도 여러 장수에게 보낼 편지 14장을 썼다. 경(庚)의 모친이 편지를 보냈는데 “도둑들은 또 일어나고 지내기는 매우 어렵다”고 했다. 작은 월라말이 더위를 먹었는지 먹지를 않는다.

6월12일[7월25일] 맑음.

종 경(京)과 종 인(仁)을 한산도 진으로 보냈다. 그편에 어제 쓴 전라우수사(이억기), 충청수사(최호), 경상수사(배설), 가리포첨사(이응표), 녹도만호(송여종), 여도만호(김인영), 사도첨사(황세득), 동지 배흥립, 조방장 김완, 거제현령(안위), 영등포만호(조계종), 남해현감(박대남), 하동현감(신진), 순천부사(우치적)에게 갈 편지 14장을 보냈다. 늦게 승장 처영(處英)이 와서 만났다. 부채와 미투리를 바치므로 다른 물건으로써 갚아 보냈다. 그는 적의 정세에 관해 이야기하고 원균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오후에 들으니 중군장(이덕필)이 군사를 거느리고 적을 향해 갔다고 했다. 어떤 일인지 알아보려고 원수(권율)에게 가 보니, 원수는 “우병사(김응서)가 ‘부산의 적은 창원 등지로 떠나려 하고, 서생포의 적은 경주로 진을 옮길 거라’ 보고했기에, 우리가 먼저 복병군을 보내 길을 막고 적에게 위세를 뽐내려고 중군장 이덕필을 보낸 것”이라고 했다. 병마우후 김자헌이 일로 원수를 만나러 왔다. 나도 그를 만나보고 달빛을 받으며 돌아왔다.

※비록 백의종군 중이긴 하나 그는 군인이다. 나라의 안위와 백성의 삶 앞에 무한 책임을 느끼기에 벼슬 여부를 떠나 나라의 훗날을 걱정했다. 특히 수군의 일은 자나깨나 관심을 놓을 수 없었다.

6월13일[7월26일] 맑음.

늦게 가랑비가 뿌리다가 그쳤다. 병사의 우후 김자헌이 보러 왔기에 한참 이야기하다 점심을 대접해 보냈다. 낮에 왕골을 쪄서 말렸다. 저녁에 이희남의 종이 들어와서 “주인이 우병사의 부대(당시 의령에 있었다)에 입대했기에 지금 원수의 진 근처까지 왔지만 날이 저물어 뵙지 못하고 딴 데서 쉬고 있다”고 했다.

6월14일[7월27일]

흐리되 비는 오지 않았다. 이른 아침에 이희남이 들어와 자기 누이의 편지를 전했다. 보니, 아산의 어머니 영연과 위 아래 사람이 두루 무탈하다고 했다. 그러나 쓰리고 그리운 마음을 어이 다 말하랴! 아침밥을 먹은 뒤 우병사(김응서)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다. 그 편지를 가지고 이희남이 떠나갔다.

6월15일[7월28일]

하루 중 반은 맑고 반은 흐렸다. 오늘은 보름이건만 군중에 있어 어머니 영연에 잔을 올리고 곡하지 못 하니 그리운 마음을 어찌 말로 다 하랴! 초계군수가 떡을 마련해 보냈다. 원수의 종사관 황여일이 군관을 보내어, 오늘 원수가 산성(백마산성)으로 간다고 전했다. 나도 뒤를 따라가서 큰 냇가에 이르렀다가 혹시 다른 의견이 있을까 염려되어, 냇가에 앉은 채로 정상명을 보내어 병이 났다고 아뢰게 하고서 그대로 돌아왔다.

※그는 지금 백의종군하는 신분인데 원수와 함께 산성을 시찰했다하면 무슨 말이 날까 염려도 되고, 또 거기서 원수가 자신에게 의견을 구하면 십중팔구 이견(異見)이 나올 것 같아 산성에 함께 가는 것을 피한 것 같다.

6월16일[7월29일] 맑음.

종일 혼자 앉았는데 들여다보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아들 열과 이원룡을 불러 책을 매어 변씨 족보를 쓰게 했다. 저녁에 이희남이 언문편지를 보냈는데 “병마사가 보내주지 않는다” 했다. 변광조가 보러 왔다. 아들 열은 정상명과 함께 큰 냇가로 가 전마(戰馬)를 씻기고 왔다.

6월17일[7월30일]

흐리나 비는 오지 않았다. 서늘한 기운이 감도니 밤이 쓸쓸하다. 새벽에 일어나 앉았으니 애통함과 그리움을 어찌 말로 다 하랴. 아침을 먹은 뒤 원수에게 갔더니, 원균의 정직하지 못한 점을 많이 말했다. 또 비변사에서 내려온 공문(원균과 권율의 장계문 등)을 보여주는데, 원균은 장계에서 “수군과 육군이 함께 나가 먼저 안골포의 적을 무찌른 연후에 수군이 부산 등지로 진군하겠으니, 안골포의 적을 먼저 칠 수 없겠습니까?” 하였다. 반면 원수는 장계에서 “통제사 원균은 앞으로 나가려고는 아니하고, 오직 안골포의 적만을 먼저 쳐야 한다고 핑계만 댑니다. 수군 여러 장수가 대개 원균에 반심을 먹고 있건만 원균은 안에 들어앉아 나오지 않아, 여러 장수와 계책을 합의하는 일이 하나도 없으니 일을 망쳐버릴 것이 뻔합니다”고 하였다. 원수에게 고하고 파발로 공문을 띄워 이희남과 변존서, 윤선각 등을 모두 오라고 독촉했다. 돌아오는 길에 종사관 황여일이 묵는 집에 들러 한참 이야기하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이희남의 종을 의령산성으로 보냈다. 청도의 파발꾼이 가져가는 공문을 초계군수에게 보여주고 말았으니 실로 양심이 없는 사람이다.


※ ㈔부산여해재단·국제신문 공동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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