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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35> 안의갈비

소 집산지였던 선비 고장 함양… 양반가 귀한 음식이 향토요리로

  • 최원준 시인·음식문화칼럼니스트
  •  |   입력 : 2024-03-26 18:48:42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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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비 가문 대소사에 오른 요리
- 서민은 언감생심 구경도 어려워

- 1960년대 와서야 식당서 판매
- 안의장터에서 갈비탕 팔던 곳
- 수육 양념해 찜으로 낸게 ‘전형’

- 안의갈비는 찜갈비가 특히 유명
- 과채류와 함께 쪄 부드럽고 달큰
- 갈빗대서 살살 분리되는 살코기
- 한없이 부드럽고 은근한 감칠맛

우리 전통음식 중에서 소갈비만큼 특별히 환대받고 좋아하고 지금까지 즐겨 먹는 음식도 드물 것이다. 생갈비 양념갈비 갈비탕 갈비찜 떡갈비…. 지금은 한 집 건너 한 집이 갈비 전문 식당일 정도로 대중화했지만, 궁중 왕족들이나 먹던 아주 귀한 시절도 있었다.

민간으로 전해지면서도 처음에는 여럿이 함께 나눠 먹는 ‘국’이나 ‘탕’의 형태로 발달했었다. 그나마 갈비찜 한 점 얻어먹을 수 있었던 것도 소를 갈비짝째 정형해 사대부 가문이 마을 잔치 음식으로 내놓을 때였다. 그만큼 소고기가 참으로 귀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예부터 이렇게 소가 귀했던 것은 농경 국가였던 우리나라 농업 위주의 산업 형태에서 기인하고 있다. 전근대적인 농경 국가에서 최대의 노동력은 단연 소였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시아 여러 농경 국가가 함부로 소를 잡는 일을 금기시했다. 우리나라 또한 전국의 소를 조정에서 관리하면서 허가를 받아야만 도축할 수가 있도록 했다.
원형과 전통이 잘 지켜진 안의갈비찜.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다.
■왕갈비 숯불갈비 쪽갈비 등 다양한 발달

그러던 것이, 조선 말에 들어서면서 소고기 소비와 유통이 음으로 양으로 잦아지고, 일제강점기에는 냉면집, 고깃집 등 전문 요릿집들이 성업하면서 서서히 소고기 음식의 외식화가 이뤄지기 시작한다.

그중 갈비는 주로 국으로 끓여 먹었는데, 갈비 부위는 여럿 딱딱한 뼈와 질긴 근막으로 둘러싸여 있어 정형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오래 푹 끓여내야만 부드럽게 제맛을 낸다. 그래서 주로 ‘탕’으로 먹거나 여러 채소와 양념으로 간을 해 푹 쪄내는 방식의 ‘찜’으로 먹었다.

1970~80년대 들어서야 갈비를 얇게 발라 본격적으로 구워 먹는 갈비구이가 대중화되는데, 생고기를 구워 소금에 찍어 먹던 방식에서 다양한 양념에 조리하는 방식으로까지 발전하게 된다. 그만큼 고기 정형 기술이나 조리도구의 발달과 외식 환경이 좋아진 때문이고, 기름진 음식에 길든 식생활의 변화 또한 한몫했을 것이다.

이때부터 우리 국민의 갈비 선호는 다양한 갈비 음식을 만들어 냈다. 소갈비뿐만 아니라 소갈비를 대신한 서민들의 술안주 돼지갈비, 그 뒤를 이어 닭고기에 양념을 묻혀 구워낸 닭갈비, 요즘 인기 좋은 양갈비, 심지어 부산에서는 ‘고등어구이’조차도 호기롭게 ‘고갈비’로 이름 지어 먹기도 한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갈비로는 각각 그 지역 이름을 달고 번성했던 ‘수원 왕갈비’ ‘포천 이동갈비’ ‘마포숯불갈비’ 그리고 ‘함양 안의갈비’가 유명하다. 수원에는 갈비를 크게 잘라 넉넉하게 구워 먹는 ‘왕갈비’가 유명하고, 포천은 이동마을 주변 군부대 군인들을 상대로 ‘쪽갈비’를 싼값에 넉넉하게 먹을 수 있도록 제공해서 유명해졌다.

마포도 전국 물류의 집산지인 마포나루의 번성과 함께 푸짐한 돼지 ‘등갈비’로 뱃사람들의 입맛을 홀렸다. 경남 함양 안의갈비는 ‘찜갈비’가 유명한데 고기에 기분 좋은 단맛이 배도록 오래도록 여러 과채와 함께 조리해 부드럽고 달큰함을 자랑한다.

부산에도 지역 이름을 달고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누리는 갈비 식당이 있다. 전국 최초로 갈빗살에 마름모꼴 격자 모양 칼집을 내 양념을 잘 배게 구워내는 ‘해운대 갈비’와 부산항 노동자들이 고된 하역일을 하고 소갈비 대신 값싸게 영양을 보충했던 ‘초량 돼지갈비’가 그것이다.

■갈비탕·갈비찜 발달한 함양 안의면

왕갈비가 먹음직스러운 갈비탕.
경남 함양군 안의면에도 소갈비가 유명하다. 다른 지역과는 달리 안의에는 갈비찜을 중심으로 음식이 발달했다. 면 소재지 규모에 갈비식당만 10여 곳이 성업 중이다. 경남의 변방이었던 함양 안의에 사대부가 전통 방식의 찜갈비가 번성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원래 안의는 거창과 함양을 잇는 경남 서북부의 교통 요지였다. 아울러 영호남 지역의 경계에 소재하고 있기에 1970년대만 해도 영호남 한우의 집산지로 경남 최대 규모의 우시장과 도축장이 있던 곳이다.

우시장이나 도축장이 있는 지역에는 소고기 관련 음식문화가 발달하게 되는데, 그중에서도 서민들을 위한 싼 부위의 소고기나 소고기 부산물 등을 이용한 음식 또한 다양하게 소비가 이뤄진다. 안의에서는 한때 비교적 싸고 넉넉하게 갈비를 구할 수 있었고, 이를 가져다가 가족과 함께 갈비탕으로 끓여 먹거나 명절 등에 갈비찜으로 해 먹던 갈비 음식이 발달했다.

이는 산청, 함양 등지가 조선 성리학의 태두 중 한 사람이었던 남명 조식 선생과 그 문하들이 학문을 펼친 유학의 고장인 데다 일두 정여창 선생의 세거지이기도 한 바가 크다. 선비 가문에서 대소사 때 소용되던 갈비찜이 이 지역 향토 음식이 된 듯하다.

예부터 유학을 중요하게 여겼던 지역이면서도 큰 우시장과 도축장이 있던 곳이라 이 소를 소재로 한 애틋한 효심의 미담도 전해온다. 아버지 병구완을 위해 백정이 된 선비 조귀천 이야기이다.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스스로 백정이 되어 소를 잡은 조귀천이 노임 대신 소간을 얻어 아버지에게 바쳐 아버지 눈을 뜨게 했다는 내용이다. 함양군 안의면 신안리 지우천 변에는 조선 후기 효자 조귀천을 칭송하는 효자비가 서 있다.

안의갈비찜을 전문 식당에서 팔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말 즈음. 당시 아무리 가격이 싸다 해도 갈비찜은 서민에게는 언감생심 먹기 힘들었을 뿐만 아니라 그 조리의 공력도 여간 많이 필요한 게 아니어서 어지간해서는 접하기 힘들었다. 이를 안의장터에서 갈비탕 등을 팔던 한 식당이 삶은 갈비를 수육 형태 술안주로 팔다가 간장으로 양념해 찜으로 판 것이 오늘의 안의갈비찜이다. 당시 도축장에서 싸게 갈비를 사서 갈비탕과 갈비찜을 제공한 것이 안의갈비의 전형이 된 것이다.

■양념 잘 배 깊은 감칠맛 일품

백년 고택의 안의갈비찜 식당을 찾았다. 지금의 안의갈비는 거의 60년 세월을 품고 있는데 그 세월을 함께 한 집이기도 하다. 돌판에서 지글지글 끓는 소갈비와 양파 대파 버섯 등이 소복하다. 자세히 보니 갈비는 두 대를 크게 잘라서 고기를 넉넉하게 제공하는 왕갈비 형태이다.

한 점 먹으니, 간은 세지 않은데 양념이 잘 배 깊은 맛이 난다. 은근한 단맛과 감칠맛 또한 좋다. 그리고 한없이 부드러운 식감을 갖고 있다. 젓가락으로 집어 드니 살과 뼈가 분리될 정도이다. 원래 갈비찜은 오래 삶아야 부드러워지고 양념이 잘 배야 맛있어지는데, 그 조리의 원형과 전통을 잘 지키고 있는 것 같다.

갈비탕도 맛을 본다. 숟가락을 휘저으니 뚝배기에 왕갈비가 하나 그득하다. 한술 뜨니 우선 진하고 깔끔하다. 그리고 한약재 냄새가 기분 좋게 코끝을 스친다. 마치 한약 한 첩 들어간 보약 한 그릇 먹는 것 같다.

원래 안의 사람들은 갈비찜보다는 갈비탕을 더 좋아했단다. 그도 그럴 것이 갈비탕으로 먹으면 갈비 몇 대로 온 가족이 먹을 수 있고, 고기와 함께 진하고 영양가 있는 국물도 먹을 수 있기에 그러하겠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가족 모두 둘러앉아 먹을 수 있는 안의 사람들의 정겨운 고깃국 밥상, 눈에 선하게 읽히는 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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