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감독 베라 메이·필립 피로트
- 공동 제안하고 기획한 주제는
- 해적 계몽주의와 불교의 깨달음
- “거대 담론보단 진짜 삶의 투영”
- 26일 참여작가·전시장소 공개
오는 8월 시작하는 2024부산비엔날레가 전시 일정과 주제를 공개했다. 개막 4개월 여를 앞두고 행사 준비를 위해 부산을 찾은 베라 메이, 필립 피로트 공동 전시감독을 만나 올해 주제와 방향에 관해 물었다. 부산비엔날레는 이들이 공동으로 제안한 기획을 올해 주제로 최종 채택하면서 처음으로 공동 전시감독 체제를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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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부산비엔날레를 진두지휘하는 필립 피로트(왼쪽) 베라 메이 공동 전시감독이 지난 20일 부산의 한 식당에서 가진 국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하송이 기자 |
벨기에 출신 피로트 감독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슈테델슐레미술대학 미술사 교수이며 캐나다 몬트리올 비엔날레 전시감독(2016),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비엔날레 공동 큐레이터(2017)를 역임했다. 부산과는 2022년 비엔날레 때 큐레토리얼 어드바이저로 참여하며 인연을 맺었다. 베라 메이 감독은 뉴질랜드 출신으로 영국 소아스런던대학에서 미술사·고고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으며, 오클랜드 시립 공공갤러리 큐레이터 등으로 활동했다. 이들은 2019년부터 공동 기획·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올해 부산비엔날레 주제는 ‘해적 계몽주의’와 ‘불교의 깨달음’이다. ‘해적 계몽주의’는 미국 인류학자 데이비드 그레이버의 동명 저서 (Pirate Enlightenment or Real Libertalia)에서 차용했다. 유럽 계몽주의 뿌리를 정치적 상상력과 자유분방함의 온상이었던 18세기 마다카스카르 해적 공동체에서 찾는다.
언뜻 봐서는 좀체 공통점을 찾기 힘든 두 주제를 잇는 열쇳말로 이들은 ‘해방’을 꺼냈다. 필립 피로트 감독은 “바다에 있는 해적선과 산에 있는 절이라는 공간을 떠올려 보라. 해적 대부분은 사회에서 계급이 낮고 가난한 사람들이고, 이들이 해방되는 공간이 바로 해적선”이라며 “불교에서 도량에 들어간다는 개념은 그 사회에서 규정짓는 것에서 벗어난다는 뜻이다. 다 내려놓는다는 뜻이니 이 또한 또 다른 의미의 해방이고, 절은 그러한 공간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라 메이 감독은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비엔날레의 주제를 보면 환경 미래 같은, 손에 잡히지 않는 거대담론이 대부분”이라며 “우리는 이런 것을 지양하고 가능하면 구체적이고 손에 잡히는 주제로 전시를 꾸려보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해방’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어둠에서 보기(Seeing in the Dark)’를 제안한다. ‘본다’는 행위와 ‘어둠’은 모순될 수 있다. 그래서 이는 역설적으로 ‘시각’에 종속돼있던 예술을 해방시키는 역할을 한다. 기존 체제에 물들지 않는, ‘재야생화(rewilding)’에 대한 시도도 같은 맥락인데, 이는 전시 장소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피로트 감독은 “거칠고(rough), 사람들과 유리 되지 않은, 삶과 연결된 공간을 선호해 전시장소도 이런 맥락에서 골랐다. 부산은 서울보다 거친 느낌이 있고 항구도시 특유의 분위기도 있다”고 말했다. 메이 감독은 “‘진짜’ 같은 느낌이 있는 곳이다. 한국전쟁 때 피란민이 모인 곳, 사람이 만나는 장소라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꼽았다. 이들은 이런 부산의 특징을 전시에 녹인다. 부산의 ‘진짜 같은 느낌’을 살리고자 사진가들의 작품을 초청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피로트 감독은 “너무 형이상학적인 것 보다 진짜 삶을 반영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시해려 한다”고 했다.
부산비엔날레는 오는 26일 참여 작가 라인업과 구체적인 전시 장소를 공개한다. 올해 행사는 오는 8월 17일부터 10월 20일까지 부산현대미술관과 부산 동구 원도심 일원에서 펼쳐진다.